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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May 05. 2024

어린이날, 고양이 앞에서 어른스러움을 생각하다

모든 성인은 아이로 살아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성인 가운데 부모로 사는 경험들은 아이로 살아 본 경험에 비해 보편적이지 않다. 부모로 산 경험 유무가 또 성인이라는 범주 안에서 어떤 분류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비로소 부모를 이해한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사실 아이가 자신을 양육한 부모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헤아리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동심을 향유하며 철 들지 않는 기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부모의 몫이기도 해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막연히 시간에 맡기면 안 되는 이유다. 


주변을 보면 결혼 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모든 부모들이 이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하고 예비해서 겪는 일든은 아닌 듯 싶다. 그로 인한 숱한 시행착오들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상처받고 원망을 하거나 한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이날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주어야 할 가장 첫 번째는 정서적 지지자로서 어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정적 어른이 바로 부모가 되어야 한다. 마냥 친구 같은 부모 혹은 매사 엄격한 부모 이런 것과는 약간 결이 다른 부분이다. 


내 지인들 아이 중에 누가 봐도 정서적 안정감이 돋보이는 애들이 있었다. 그들을 관찰하며 느낀 공통점을 아이보다 부부의 관계였다. 내외가 아이들 앞에선 결코 목소리를 과하게 높히지 않다는 점이다. 아이를 혼내는 과정에서 목소리는 커질 지언정 아이들 있는 곳에서는 서로 감정이 격해지지 않더라는 점이다.(물론 내가 그 가정을 종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니기에 한계가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아 참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스러움이란 게 실은 아이에게 주어야할 인생의 목표 중 아닐까 싶다. 자기보다 약한 이들 앞에서 격하고 공격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무척 저어하고 참는 태도. 그 어른스러움을 어린이날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어린이를 잘 보살피고 행복하게 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을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 성립한다. 어린이날. 실은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얼마나 본인이 어른스러운가를 한 번쯤 고민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결혼과 양육에 빗겨나 고양이(송이) 한 마리와 같이 살고 있는 나로선 부모와 자녀 양육에 관한 글을 쓸 자격이 있나 면구스럽긴 하지만,  내가 송이 앞에서 어른스럽지 않게 철딱서니 없진 않았는지 잠깐 생각 반성 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되지. 하고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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