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2015년까지 오모테산도를 정복했던 한 커피집이 있었다. 좁은 5평 남짓한 공간에 자리한 이 커피집은 부드러운 라떼와 카푸치노로 인근 카페를 비롯한 도쿄카페를 평정했다. 커피마니아라면 도쿄에서 반드시 가야 할 곳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그 카페의 이름은 '오모테산도 커피'. 도쿄에서 커피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반드시 가야 할 장소였다.
2015년 오모테산도 커피는 갑자기 문을 닫았다. 오모테산도를 물들인 산뜻한 커피 향기도 오모테산도커피와 함께 사라졌다. 커피 애호가들에게 오모테산도는 더 이상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8년 1월, 이곳에서 다시 향긋한 커피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커피 마메야'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말이다.
커피 마메야의 미학은 입구 밖에서부터 시작한다. 작은 36개의 네모로 수놓아진 로고를 내세운 카페 마메야는 돌길과 분재가 장식된 정갈한 통로로 손님들을 맞이한다. 일본 정원 양식 중 하나인 '노지'를 응용한 바닥 돌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 형태로 가지런히 놓여있다. 바닥 돌을 따라가다 보면 검게 칠한 나무와 그 사이에서 보이는 나뭇결, 정렬된 돌, 분재, 아늑한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마메야에 들어서기 전, 이 작은 통로는 일상의 소란스러움을 잠시 잊게 만든다.
일본 정원에서 돌은 매우 중요하다. 정원을 걸을 때 밟는 돌은 정신을 차분하게 만들며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이 마메야의 입구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문을 여는 순간, 카페 마메야가 어떤 느낌일지 대략 감이 오기 시작한다. 입구는 손으로 열고 닫는 평범한 미닫이문이다. 조그마한 유리가 문에 딸렸을 뿐이다. 유리 재질과 나무도 평범하다. 내부 조명도 밝지 않다. 아늑한 조명과 공간에 집중하게 만드는 그림자만 있을 뿐이다.
근대화가 되기 전 일본인들은 어둠 속에서 잔잔히 빛나는 빛에 의존했다. 내향적인 미학을 지닌 그들은 빛이 잔잔하게 만들어내는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보았다. 마메야는 이 아름다움을 공간 안에 담았다. 아늑한 불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아늑함. 정제된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마메야의 천장 위 어두움과 컵에 담기는 찰랑찰랑하게 실크처럼 흔들리는 커피는 그 색상이 미묘하게 대칭을 이룬다.
잔잔한 조명 속에서 보이는 원두 패키징은 그 아래로 비치는 원두와 정사각형 원두 패키지는 그 자체로 묵직하다. 일본인들이 유독 좋아하는 미감이자, 이솝 나카메구로, 교토, 산토리 하큐슈 양조장에서도 본 풍경이다. 이와 같이 카페 마메야가 엄숙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내는 건 일본 미감을 공간 자체에 잘 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분위기가 더더욱 고조되는 이유는 카페 마메야의 위치다. 카페 마메야에 도착하기 전에 지나와야 하는 오모테산도 주택가가 매우 조용하기 때문이다. 이 조용한 거리를 지나 마메야에 들어서면, 마치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에 발을 들인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 직원에게 갔다. 직원은 나에게 말했다. "카페 마메야입니다. 마메가 무슨 뜻인지 아는지요? 마메는 콩입니다. 이곳은 커피콩을 취급하는 곳입니다." 나는 그의 말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어로 마메는 콩이죠. 커피콩이 아닌 마메를 이용해 디저트도 만들지 않나요? 가령 안미스나 마메칸 말이에요." (마메칸: 콩, 한천, 시럽을 같이 먹는 디저트, 안미스: 콩, 한천, 팥, 규히, 제철과일, 시럽, 경단을 같이 먹는 디저트. 두 디저트 모두 콩과 한천을 베이스로 한다.)
그는 신기하면서도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닌교초에 위치한 하츠네를 아시나요? 안미츠로 유명한 집인데요?" "당신 잘 아시네요" 직원은 날 보며 웃었다.
카페 마메야의 접객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님과 항상 대화를 하는 일본 특유 카페 문화를 충실히 반영했다고 해야 할까? 이곳에서는 모든 시작과 끝이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로 끝난다. 시종일관 끊임없이 직원과 대화하고 커피 원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커피를 마실 때도, 직원들은 끊임없이 커피에 대해 줍는다. 음료를 주문하고 모든 것이 끝나는 일반 카페와 다르다. 철저히 손님 취향에 맡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단순히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 각자의 취향과 지식 수준에 맞춘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카페 마메야만의 독특한 서비스 철학을 보여준다.
커피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원두, 로스팅, 추출방식이다. 우리는 보통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모습만 보기에 바리스타의 일은 '커피 추출'로만 알고 있다. 즉, 우리가 보는 건 바리스타의 가진 기능적인 부분뿐이다. 그러나 바리스타들은 원두, 로스팅, 추출법에 대해서 모두 공부한다. 보통 바리스타들은 로스터들과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바리스타들은 로스터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로스팅을 공부한다. 로스팅을 이해해야 원두가 가진 성질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원두를 효과적으로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리스타가 커피에 대한 지식이 풍부할수록 고객에게 최상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집에서 어떻게 커피를 즐겨야 할지도 고객에게 제시할 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커피 마메야는 바리스타라는 '업'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커피를 추출하는 것을 넘어서, 커피의 모든 측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총체적인 커피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의 핵심은 '무엇을 마시겠느냐?'가 아니다. 원두가 핵심이다. 카페 마메야에 들어가면 흰옷을 입은 3명의 남자들이 손님을 반긴다. 그들이 가장 먼저 25가지 원두가 적힌 종이를 건넨다. (항상 25가지는 아니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20가지만 있었다.)이후부터 주문은 손님과 직원 간의 일대일 대화다. 가장 먼저 평소에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 물어본다. 대화에 근거해서 원두를 좁힌다. 산미가 강한 원두일 경우 커피 산미를 강조한다. 2019년에 방문했을 때는 우연히 나처럼 한국에서 온 다른 손님을 만났다. 그분은 '평소에 진한 커피를 마시죠. 전 진한 게 좋아요'라고 말하셨다. 직원은 '진하다'라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직원에게 '이분이 말하신 진하다는 강배전으로 볶은 원두예요'라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직원은 곧장 산미가 강한 커피는 배제하고 강배전 원두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2023년은 조금 달랐다. 아예 나에게 커피를 내려준 직원분이 한국분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영어로 이야기했다. 내가 한국말을 몇 마디 하는 걸 듣자, 곧장 '한국분이세요?'라고 말하면서, 한국어로 설명하시기 시작했다. 2019년과 다르게 2023년에는 커피 취향이 산미가 약한 원두로 바뀌어 있었다. 이처럼 카페마메야에서 접객이 사람마다 다른 건 그들이 손님들의 경험과 취향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커피콩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고객 취향을 생각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커피 취향을 고민하게 만든다. 마메야는 지금 시대가 취향을 베이스로 한 시대로 변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원두를 주문하고 나면 추출방법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다음은 추출방식을 물어본다. 추출방법을 고르고 나면 따뜻하게 마실지 차갑게 마실지 물어본다. 2019년에는 추출 방식은 에스프레소와 드립 두 가지를 권했다. 2023년에는 조금 달랐다. 원두가 달랐기 때문이다. 직원분은 콜드브루로 내린 커피를 주었고, 분쇄한 원두를 주면서 향을 맡아보기를 권했다.
2019년에 나는 우간다 원두를 골랐다. 밤 향과 설탕 속에서 느껴지는 향긋함, 베리류향이 느껴졌다. 나는 직원에게 '마카롱을 만들기 전 마카로아주가 떠오는 원두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상당히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모든 과정은 직원이 손님과 이야기하며 내리는 다도와 유사했다. 일기일회를 커피로 해석한 아주 영리한 연출. 아이스커피의 경우 추출 후 곧바로 차갑게 식히면서 향을 최대한 가둬 놓은 후에 얼음을 넣은 용기에 담아서 주었다. 물론 향을 확실히 가두기 위해 얼음을 넣고 추출했다.
한텐은 망토처럼 위에 입는 상의라는 의미의 포르투갈어에서 나왔다. 단순한 노동복이라고 보기보다는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는 옷이다. 가계의 긍지나 형상이 응결된 것이 가문이라고 한다면 한텐은 상인의 기술, 책임감이 응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한텐이 더욱 녹아내어 표현한 게 바로 노렌이다. 노렌이 말하는 바는 '-다움'이다. 일본에서는 노렌과 가게 문구가 적힌 옷(한텐)을 보고 곧 그 사람의 가계, 기술, 서비스, 명예, 신용, 책임 등을 판단한다. 카페 마메야 직원들이 입은 옷은 약사 같지만 오히려 한텐과 노렌의 응용에 가깝다. 카페 마메야는 가게에 노렌을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가게에 들어오기 전 보았던 36개의 정사각형이 카페 마메야의 노렌이라고 할 수 있다. 카페 마메야를 나오고 나면 그들이 입은 흰색, 정사각형 문양만은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커피는 로스팅을 한 순간부터 빨리 마셔야 한다. 원두가 산화할수록 맛은 물론 가치도 떨어진다. 이를 의식한 가격 설정은 상당히 재밌다. 모든 커피는 원두별로 가격이 다르다. 당연히 원두 150그램에 대한 가격도 다르다. 카페 마메야에서 정확하게 몇 그램을 사용한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양은 모른다. 카페 마메야에서는 커피와 원두 두 가지만 판매한다. 흥미로운 게 메뉴판에서 구매 기준이 1 cup과 그램이다. 물론 카페에서 원두를 그램 단위로 파는 건 일반적이다. 또한 커피는 음료 쪽으로 원두는 따로 메뉴를 만드는 편이다.
마메야는 1컵과 그램을 같이 배열했다.'소고기 1 근주세요'와 '소고기 600 그램 주세요'는 같은 말이지만 느낌이 전혀 다르다. 만약 카페 마메야에서 커피 1잔에 사용하는 원두를 대략 20그램을 기준으로 삼고 계산해 보자. 그렇다면 150그램은 대략 7잔 정도다. 2019년에 우간다 원두의 경우는 1컵에 800엔이고 7잔이라고 하면 4200엔이다. 그런데 150그램은 3,500엔이다. 오! 150그램이 더 이익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렇게 계산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표시단위에 차이를 두어서 원두를 구매하게 유도하는 전략은 원두 회전율을 위해 선택한 당연함이라고 생각했다.
글을 처음 시작하며 카페 마메야는 일본 미학을 매장에 충분히 녹아냈다고 이야기했다. 기본을 중시한 정신, 직선과 간결함을 강조한 인테리어, 질감을 돋보이게 하는 건축, 따뜻한 전구색 조명, 분재와 노지 정원을 합친 공간 디자인, 빛과 대비로 만들어지는 그림자 등 일본 미감 핵심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아름다움. 여기에 훌륭한 커피맛은 카페 마메야를 더욱 완벽하게 만든다.
기획을 짜는 일에서 논리는 매우 중요하다.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획근간에 나온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 기준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기획에 미학을 담아 사람들에게 더욱 다가가게 하려면 언제나 '사람'을 향해야 한다. 사람을 향해야 기획이 ‘경험’이 되기 때문이다. 블루보틀이 '공간', 스타벅스 리저브는 '콘텐츠'라면 카페 마메야는 '대화'다. 국적을 따지지 않고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대화'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예부터 카페 문화의 핵심이 '대화'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카페 마마야의 선택 업의 본질을 탐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카페 마메야의 전신인 오모테산도 커피는 이같이 업의 본질을 찾기 위한 과정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마메야의 대화는 새로운 게 아니다. 카페의 핵심인 회전율을 포기한 결과다. 오히려 블루보틀, 스타벅스같이 자본이 풍부한 기업보다 마메야같이 '대화'를 통해 서비스를 이끌어가는 점이 오히려 적용하기 더 쉬운 면도 있다. 그렇지만 카페 마메야가 짧은 시간을 밀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건 이 역시도 커피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경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카페 마메야는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원두 추천을 넘어선 그다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일본 전통카페인 킷샤텐을 응용해서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카페 마메야 카게루다.
카페 마메야 카게루는 마메야와는 다르다. 마메야는 원두를 추천한 뒤, 원두 자체의 맛을 경험하는 단계에서 모든 게 끝난다. 카페마메야에서는 카페라테도 판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이 라테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원두 테이스팅을 위해서 말이다. 이와 달리, 카페마메야 카게루에서는 원두와 이어지는 과자, 음료, 칵테일을 단계적으로 맛본다. 카게루의 직원은 손님들에게 순서를 알려준다. 카게루의 직원은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카케루라는 단어는 곱하기입니다. 이 시간 동안 커피를 통해 많은 것들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카페 마메야의 공간감은 카페마에야와 동일하다. 오히려 카페 마메야의 공간을 더욱 확장시킨 느낌이다. 카페 마메야의 공간을 더 크고 높게 확장시킨 느낌이다. 게다가 킷샤텐 방식을 응용한 덕분에, 직원들을 중심으로 바가 전체 공간을 둘러싸고 있다. 높은 천장에서 아늑하게 공간을 비추는 조명들. 회색벽과 대비되는 아이보리색 소파. 금속기계들을 환기시키는 나무까지. 미니멀하고 차분한 공간에 정갈하게 쌓인 카케마메야의 원두패키지가 고객들을 반긴다.
3단계로 구성된 카페 마메야의 스탠더드 코스에서는 처음에는 원두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는 커피, 칵테일, 과자를 맛본다. 내가 이날 맛본 원두는 롤리팝이었다. 두 가지의 에티오피아원두를 블랜딩 한 원두였다. 부드러운 산미를 가진 원두였다. 라즈베리와 체리, 카카오닙스, 누가, 밀크초콜릿의 풍미를 보여주었다. 커피는 콜드브루, 카카오열매를 활용한 칵테일, 봉봉초콜릿이 나왔다. 카게루의 직원은 원두를 설명한 뒤 ‘조금씩 맛을 음미하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두 번째 코스에서는 원두를 활용한 베리에이션음료가 나온다. 나 같은 경우, 라뗴와 라테를 응용한 칵테일이 나왔다. 과자로는 라즈베리와 말차로 만든 슈톨렌이 나왔다. 마지막에는 직원이 롤리팝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내려준다. 같이 나온 과자를 바닐라 빈을 곁들인 버터 사블레였다. 첫 번째와 세 번째 코스는 비슷해 보이지만 달랐다. 첫 번째는 원두 그 자체를 느끼는데 집중했다. 세 번째 코스에서는 원두풍미와 바디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같은 원두이지만, 추출방식에 따라 원두를 느끼는 ‘경험’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카게루의 스탠더드 코스에서는 ‘원두’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경험할 수 있었다. 동시에 원두를 활용한 음료들과 어떤 음식이 더 어울릴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마메야에서 아쉬웠던 부분들. 모든 것들이 전부 카게루에 있었다. 마치 카페 마메야는 카게루를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게다가 모던하면서도 차분한 공간디자인. 카페마에야와 동일한 공간감. 편안한 소파와 몽환적인 음악까지 모두 ‘커피를 즐기는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 방식은 일본 다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가타 신이치로의 히가시야와 비슷하다. 심지어 의자도 비슷하다. 그러나 카페 마메야 카게루는 히가시야와는 다르다. 히가시야는 현대적인 ‘해석’과 그 해석을 ‘분위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반면에 카페 마메야 카게루는 ‘취향’에서 시작한다. 그렇기에 카페 마메야 카게루는 커피 취향과 연결된 문화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카페 마메야 카게루에서 직원과 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히려 이곳에서 직원과 산토리위스키인 야먀자키와 하큐슈를 이야기하면서 양조장물과 커피에 사용하는 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측면은 철저히 개인의 경험과 취향에서 나온다. 카페 마메야 카게루가 의도한 것은 이러한 부분이다. 그들은 원두와 관련된 모든 측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직원과 다양한 대화가 가능하다.
카페 마메야는 카페를 세 단계로 정의한다. 각 단계에서는 각기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그들의 시작인 오모테산도 커피에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관점을 ‘제시’하는 선에서 끝났다. 사람들은 그들이 만든 커피. 그들의 시각을 고스란히 소비만 하는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들은 언제나 오모테산도를 비롯한 일본 카페들과 경쟁해야 했다. 동시에 항상 비교 대상이 되어야 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이 단계에서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를 포함한 카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개인역량을 총동원하여 끊임없이 소진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카페 마메야에서는 자신이 소진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모테산도커피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원두를 추천한다. 이 단계에서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소진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관점을 갈고닦아 사람들과 소통한다.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 자신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변한 단계다. 이 같은 카페 마메야의 접근은 단순히 커피 소비자에게 맛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선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한다. 이는 단순히 커피 맛에만 집중하는 기존단계 커피 경험을 넘어서서 바리스타와 로스터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식 공유를 통해 더 깊은 커피 체험을 만든다.
내 경우, 2018년에 처음으로 카페 마메야를 방문했을 때 강배전의 원두를 선호했다. 그러나 2023년에 다시 찾은 카페 마메야와 카게루에서는 산미가 풍부한 약배전 로스팅 원두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내 취향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 방문한 마메루에서는 처음부터 약배전 원두가 현재 매우 좋다고 말했다. 내 말을 들은 마메야의 직원은 나에게 약배전 원두만을 골라 세세하게 설명하며 원두를 추천했다. 마메야는 내가 고른 원두를 콜드 브루 방식으로 제공했고, 이 방식이 원두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는 바리스타는 더 이상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원두를 카운슬러로 바뀐다. 다시 말해, 소통에 중점을 두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로써 카페는 더 이상 '소비'의 공간이 아닌, 고객과의 '경험'과 '응대'가 중요한 단계로 나아간다.
카페는 세 단계로 이뤄진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훌륭한 원두와 음료를 철저히 소비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취향을 찾는 여정을 경험한다. 두 번째 단계는 원두를 더 깊이 알아가는 단계이다. 고객들은 1단계에서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선호하는 특정한 요소를 발견한다. 카페라테, 카푸치노, 롱블랙, 드립, 콜드브루, 아메리카노 등 취향의 우선순위를 정립한다. 이 단계에서는 고객은 매우 까다로워 보일 수 있지만, 취향을 알고자 하는 단계이기에 자연스럽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원두를 찾아내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음료를 만든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원두와 자신만의 식문화를 연결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원두 추천이 무의미하다. 고객은 이미 취향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원두를 맛보는 일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취향이 변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 원두의 맛을 스스로 응용할 줄 안다. 이 단계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료를 찾거나, 새로운 취향을 오히려 발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시점부터는 원두와 결합된 다양한 음식을 탐험하는 단계다. 카페마메야는 이 세 단계에 맞추어 자체적인 아이덴티티를 형성했다. 1단계는 오모테산도커피였다. 이때 경험을 쌓은 경험 덕분에, 그들은 1단계를 넘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이미 1단계의 카페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카메 마메야는 더 이상 1단계의 카페를 만들 이유가 없다. 이로써 그들은 2단계에서 자체적인 아이덴티티를 형성한 후, 일본카페문화중 하나인 킷샤텐을 3단계인 접목 해 카페 마메야 카게루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취향'이 중심이 된 시대, 모든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업을 취향으로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개인적인 선호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쿄브랜드들은 이러한 접근에 특히 능하다. 무인양품(MUJI)은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해 심플하고 기능적인 제품을 제공하먀,츠타야 서점은 책을 단순히 팔지 않고 카페와 기획을 결합하여 독서 경험 자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었다. 이를 셰어라운지를 형태로 조금 더 발전시켜 카페와 책의 공통점인 ‘시간’을 자신들의 업으로 재정의 했다.
카페 마메야와 카페 마메야 카게루는 이러한 접근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단순한 커피 제공을 넘어 고객의 취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카페 마메야에서는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개인의 커피 취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원두를 추천한다. 더 나아가 카페 마메야 카게루에서는 원두와 연계된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자신의 커피 취향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위해 이들은 일본의 전통적 미학과 현대적 서비스 철학을 결합하여, 각 고객에게 맞춤화된 깊이 있는 커피 경험을 제공한다. 카페의 인테리어에 일본 정원의 '노지' 양식을 도입하고, 직원들의 유니폼에 전통적인 '한텐'의 개념을 적용하는 등, 시각적으로도 일본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융합했다.
"카페 마메야는 현대 소비 문화에서 '경험'과 '개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들은 커피안에 있는 시간. 그 시간의 ‘디테일’. 그 디테일을 업의 재정의로 잡았다."
이는 단순히 카페 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전한다. 마메야의 접근은 고객취향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카페 문화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동시에 현대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브랜드와의 깊은 연결을 원한다. 카페 마메야와 같은 브랜드들은 이러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객과의 깊은 소통을 통해 단순한 상업적 관계를 넘어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