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2. 2024

카야노야,간장양조장은 어떻게 식문화를 전하게 되었을까?

도쿄의 화려함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은 단연코 롯폰기다. 롯폰기힐스와 함께 이곳을 대표하는 명소인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 특히 도쿄 미드타운 롯폰기의 쇼핑몰인 갤러리아의 테라스 너머의 거대한 유리창으로 펼쳐지는 잔디밭과 도시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쿄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커다란 유리창안으로 흘러들어오는 햇빛은 눈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 순간 어디선가 "오이시!(맛있어!)"라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호기심에 눈을 돌려 그 소리의 근원을 찾아봤다. 어느 순간부터 따뜻한 국물의 향이 코를 찌르며 나를 맞이한다. 그렇게 한 매장 앞에 도착했다. 여기는 국물에 전념하는 브랜드, 바로 카야노야다.

카야노야는 도쿄미드타운 내의 다른 식료품 매장과 비교할 때 유독 시선을 끌어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시식코너다. 시식코너에는 다시 국물과 주먹밥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품 시식 코너에서는 한 가지 음식만을 제공한다. 그러나 카야노야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국물을 먹은 후에 밥도 함께 즐겨보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카츠오부시로 만든 다시를 먼저 맛보게 한 후, 그 국물에 어울리는 주먹밥을 제공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방문객들은 자연스럽게 카야노야의 다시와 주먹밥의 조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시식 방식은 카야노야가 만든 국물이 어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이 국물이 식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가다랑어 다시의 깊은 맛이 어떻게 밥과 어우러져 풍미를 더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카야노야는 국물과 밥이라는 두 가지를 강조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일본 식문화의 핵심인 '이치쥬이사이'(一汁一菜, 국 하나에 반찬 하나)의 개념을 더 깊이 경험시키는 셈이다.


외관만 보면 카야노야는 다시 국물을 주력으로 하는 브랜드로 보일 수 있지만 카야노야에게 시식코너는 제품을 소개하는 공간 이상으로 의미를 갖고 있다. 카야노야는 시식에 식탁의 맥락을 담아 경험으로 전함으로써 손님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식 공간은 마치 작은 식당처럼 꾸며져 있어, 손님들이 실제로 집에서 카야노야 제품을 사용할 때의 경험을 미리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이 시식코너가 큰 이유 중 하나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카야노야 제품 옆에 카야노야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카야노야 브랜드 자체가 카야노야를 만든 모회사의 쿠바라그룹이 만든 동명의 레스토랑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야노야는 시식코너에만 신경 쓴 게 아니다. 국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주방 기구와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들도 함께 판매한다. 예를 들어, 다시를 우릴 때 사용하는 전통적인 가츠오부시 깎기와 일본식 수프 그릇인 오완을 함께 진열해 놓는다. 그러나 많은 그릇과 주방 기구를 다양하게 판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시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음식과 그러한 음식을 만들기 위한 필수 도구,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식기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것을 위해 카야노야는 다시로 만든 제품에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아늑한 조명과 흙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곳곳에 사용하여 편안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매장 내부에 사용된 목재는 일본 전통 가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히노키 나무를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매장 동선은 단순하게 만들어 손님들이 편안하게 제품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과 동시에, 카야노야가 추구하는 일본 전통 식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간장에서부터 다시 국물까지, 일본 식생활에 집중하는 카야노야

카야노야는 1854년 후쿠오카현 쿠바라 마을의 작은 간장양조장인 쿠바라 양조장으로 시작해 현재 1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시 국물 브랜드인 카야노야는 쿠라바그룹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다시 국물을 만드는 카야노야는 화학조미료, 보존료무첨가, 천연조미료로 뛰어난 감칠맛을 내는 다시 전문점으로 유명할 뿐만이 아니라, 집안에서 요리에 간단히 첨가하기만 하면 집에서도 수준급의 일본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카야노야의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아고다시, 다시마, 가쓰오부시, 드레싱, 소스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메뉴인 아고 다시는 다시마, 가다랭이포, 청어,  구운 날치만이 들어간다. 최소한의 가공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 따라 한정제품을 발매한다. 도쿄매장 같은 경우, 도쿄한정 가쓰오부시 다시를 한정판매한다. 아고다시에서 아고가 ‘날치’다. 드레싱제품은 일반인들이 프로  요리사의 레시피를 따라 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파악해 태어났다. 예를 들어, 고소한 참깨와 후쿠오카산 간장과자사의 양조식초로 깊은 맛을 끌어낸 흰깨 드레싱. 샐러드와 파스타 소스로도 잘 어울린다. 또한 튀김을 찍어 먹거나 두부에 뿌려 먹어도 고소하고 담백하다. 무엇보다 카야노야 제품은 화학조미료, 보존료가 전혀 들어있지 않아 순수한 자연의 맛을 자랑한다.

현재 카야노야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홍콩, 싱가로프등글로벌 양념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야노야는 일본의 전통적인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전 세계인들이 손쉽게 일본의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40분 동안 차를 타고 산속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레스토랑 ‘카야노야’에서는 그들이 직접 기른 채소와 현지의 신선한 식 재료만을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미래세대에게 계속해서일본식 문화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이프스타일변화와 위기에서 발견한 간장사업의 재발견, 

랜드를 키우는 밑바탕이 되다.


카야노야를 만든 쿠바라 식품그룹은 120년 전에 작은 양조장으로 시작해 드레싱부터 '카야노야'라는 다시 브랜드까지 만드는 회사로 성장했다. 아지노모토, 기꼬망, 닛신처럼 한국에 널리 알려진 회사는 아니지만, 이 과정을 이끈 건 4대 사장 카와베 테츠지 사장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카와베 사장의 혁신적인 사고와 과감한 결단력이 쿠바라를 변화시킨 핵심이었다.

카와베 테츠지 사장이 회사에 입사한 1978년. 간장은 사양사업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쿠바라는 간장을 병입해 집집마다 배달하는 간장회사였다. 물론 그 당시 쿠바라는 후쿠오카에서 60%라는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간장의 매출이 대부분 가정에 나온다는 점, 대량의 판매처가 없다는 점은 쿠바라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1년에 소비하는 간장의 양은 한정적이었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특히, 많은 가정집들은 이미 사용하던 간장을 쉽게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은 눈에 보였다. 게다가 쿠바라간장은 타업체보다 가격도 비쌌다. 이는 고품질을 추구했기 때문이지만, 가격 경쟁력에서는 불리했다.


그는 쿠바라가 가진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정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교외에 있는 레스토랑, 우동, 라멘집들이 주요 대상이었다. 이들 업소는 대량으로 간장을 소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판매처가 될 수 있었다. 가정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영업을 하면서, 그는 만두와 낫또에 들어가는 소스를 만드는 일이 쿠바라의 돌파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일본은 고도성장기였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변하고 있었다. 그 당시는 반조리식품의 성장 및 슈퍼마켓 반찬코너가 커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의 증가로 인해 편의점 도시락이나 즉석 식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간장회사들은 소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카와베 사장에게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함에 따라, 작은 사이즈의 소스수요는 점점 늘어났다. 카와베사장은 교자만두소스 OEM으로 회사매출을 성장시켰다. 예를 들어, 유명 냉동만두 브랜드와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연히 회사규모도 커졌다. 직원 수가 두 배로 늘어나고, 생산설비도 확장되었다. 카와베사장의 생각이 옳았다.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던 어느 날 그는 한 직원의 말을 들었다. "소스를 만드는 건 하청이에요. 지금은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으로 보일지 몰라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거잖아요?". 이 말은 OEM 생산의 불안정성을 지적한 것이었다. 카와베 사장은 머리에 뭔가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그 역시도 생각했던 부분이자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이었다. 예를 들어, 주요 거래처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면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결심했다.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자.' 이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쿠바라만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카야노야의 시작이었다. 이를 통해 쿠바라는 OEM 생산의 한계를 넘어, 자체 브랜드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브랜드’를 만들다.‘

카야노냐의 시작은 후쿠오카의 문화. 그 자체에서 시작했다.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 곰곰이 고민하고 있던 카와베 사장은 '후쿠오카'를 생각했다. 그는 쿠라라만의 브랜드를 생각하는 와중에도 드레싱 등에 도전했지만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았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그중에서 명란이 떠올랐다. 후쿠오카는 명란으로 유명했다. 백화점이나 기념품 코너에 가면 많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지만,'브랜드' 힘이 있는 명란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홋카이도산 명태가 급감했고, 이로 인해 일본산 명란의 원가가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와베 사장은 품질을 타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카와베 사장은 일본산 명란에 쿠바라의 간장을 베이스로 엄선한 다시마, 고춧가루로 만든 특제 양념에 명란을 절여 '쇼보 안'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고품질의 재료와 정성 들인 제조 과정으로 상품성이 뛰어났고,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높은 원가로 인해 9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의 판매로는 이익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해결방안은 '본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쿠바라는 '쇼보안'을 후쿠오카시의 이와타야 백화점과 후쿠오카 공항에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곳들의 높은 임대료가 문제였다. 카와베 사장은 본점을 만들어 임대료를 절감하고, 동시에 인터넷 판매를 시작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은 성공을 거두어 '쇼보안'은 1994년 론칭 후 10년 만인 2004년에 흑자 브랜드가 되었다.


성공에 고무된 카와베 사장은 다음 아이디어를 위해 다시 후쿠오카의 식문화를 돌아보았다. 후쿠오카의 야키토리 포장마차 문화, 특히 맥주를 마시며 양배추를 소스에 찍어 먹는 습관에서 영감을 얻어 양배추소스를 개발했다. 이 제품 역시 지역 문화를 정확히 포착한 결과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성공들을 바탕으로 카와베 사장은 더 큰 도전을 결심했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무첨가 소스'라는 콘셉트로 카야노야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소스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다시 국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

캬야노야의 시작은 쿠라바그룹이 만든 동명의 레스토랑에서였다.

카야노야의 진정한 시작은 레스토랑이었다. 2005년 후쿠오카 시내에서 한참을 들어간 시골의 산속에 짚을 사용한 옛 방식으로 만든 레스토랑 '카야노야'를 열었다. 이 레스토랑은 오이타현의 인기 온천지 유후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유후인의 옛 가옥을 리모델링한 여관들처럼, 카야노야도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예상치 못하게 카야노야 레스토랑의 다시(국물) 맛이 큰 인기를 얻었다. 손님들은 국물 맛에 반해 어떻게 만드는지 자주 물어보았고, 이것이 '카야노야 다시' 브랜드의 탄생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레스토랑에서만 판매하다가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고, 이후 홍콩, 싱가포르, 대만, 미국 등 해외로까지 판매망을 넓혔다.


카야노야는 처음부터 오프라인 매장 확장보다는 레스토랑과 인터넷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2005년 인터넷 판매로 시작해 천천히 매장을 늘려갔고, 2017년에 이르러서야 오프라인 판매 60%, 온라인 판매 40%의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쿠라바그룹은 이 과정에서 '고객경험'에 주목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연결하는 균형감과 각 채널에서의 고객 경험을 중요시했다. '카야노야' 브랜드 자체에 집중하며, 고객과의 관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유통 과정에서의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러한 전략의 결과로, 카야노야는 매장에서 접객과 상품에 특별히 집중하게 되었다. 단순히 유통에만 집중하면 유통기한에만 신경 쓰게 되지만, 직접 매장에서 판매함으로써 유통기한이 짧아도 신선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카야노야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되어,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브랜드공간의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한다.


[카야노야는 고객과 잘라도 끊을 수 없는 관계는 '자기 다운 접객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카야노야를 만드는 쿠바라그룹은 간장과 양념장을 만드는 일이 본업이라고 생각한다. 1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이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이 그들의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것과 음식제조에는 경험이 얕다는 점도 정직하게 인정한다. 이러한 자기인식이 카야노야 매장의 독특한 구성으로 나타난다. 카야노야 매장에서 고품질의 식재료, 정교한 주방기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완성된 음식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본업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그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경험'을 전하려고 더더욱 집중한다. 예를 들어, 카야노야 매장에서 국물과 주먹밥을 시식메뉴로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시식이 아니라, 카야노야의 핵심 제품인 다시의 맛과 품질을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이다.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해야 자신감이 나오고, 그것이 고객과의 진정한 경험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은 카야노야의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뚜렷이 찾을 수 있다. 카야노야는 디자인을 단순한 포장이 아닌, 브랜드를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쿠바라그룹은 회사 안에 전임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두고 있다. 이는 흔치 않은 결정인데,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디자인을 외주로 맡기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디자이너와 카피라이터를 두어 크리에이티브 팀을 만든 건 명란 브랜드인 '쇼보 안' 때부터였다. 디자인을 외주로 맡기면 얼마든지 손쉽게 할 수 있지만, 상품을 개발할 때의 노력과 직원이 함께 고생하면서 만든 노력들을 디자인으로 묶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철학을 디자인에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실제로 이러한 접근 방식의 성공 사례가 '쇼보안' 브랜드다. '쇼보 안'의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 브랜드의 스토리와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그 결과, 쇼보 안의 성공으로 비슷한 상품패키지와 광고물을 만들려는 회사도 생길 정도였다. 이는 카야노야의 디자인 철학이 단순한 미적 가치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경험을 전하는 공간은 언제나 ’ 믹스’가 있다.


카야노야는 도쿄미드타운 롯폰기의 한 코너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카야노야가 은은하게 빛나는 이유는 카야노야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식당과 다시 제품 간 결합 때문이다. 이 결합은 단순한 식당과 제품의 결합이 아니다. 카야노야 자체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시작. '맛있는 국물을 또 먹고 싶다'라는 경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카야노야 식당에서 만든 다시 국물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카야노야의 국물을 집에서도 경험하고 싶다!"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쇄도했다. 이러한 고객들의 경험과 요구가 곧 브랜드의 출발점이 되었다. 카야노야는 이러한 경험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카야노야는 맛과 향의 예리함을 담은 다시 국물로 많은 이들의 입맛을 지속적으로 사로잡고 있다. 카야노야의 대표 제품인 '아고 다시'만 해도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카야노야는 다시 국물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매장에서의 경험과 접객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 결과, 그들은 시식코너와 레스토랑 카야노야, 그리고 다시 브랜드 카야노야의 경험과 제품이 서로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도쿄미드타운 매장에서는 고객이 직접 다시를 시음해보고, 그 자리에서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원스톱 경험을 제공한다.


동시에 그 공간을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장소가 아닌 고객들에게 맛과 향을 통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매장 내 인테리어는 일본 전통 가옥의 분위기를 연출하여, 고객들이 다시의 맛뿐만 아니라 일본의 식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브랜드가 갖는 특유의 미덕과 가치를 고스란히 전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이다.

카야노야는 브랜드 자체가 가진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카야노야뿐만 아니라, '경험'을 디자인할 줄 아는 도쿄브랜드들은 늘 이렇다. 예무인양품(MUJI)만 해도 매장에서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하며 고객 경험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도쿄의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만들게 된 경험과 제품을 어떻게 조합할지를 고민한다. 그 조합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감각과 만족감을 선사한다.


브랜드가 제품을 넘어 경험을 전하려면? 브랜드를 만들게 된 이유. 그 경험을 응집시켜 현재의 제품과 합쳐야 하지 않을까? 카야노야는 이러한 결합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야노야의 패키지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를 만드는 과정과 카야노야의 철학까지 담아내고 있다. 이처럼 카야노야는 제품, 매장, 브랜드 스토리 등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이전 18화 PLAZA, 상품진열은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