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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2. 2024

PLAZA, 상품진열은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

1966년 도쿄 긴자의 소니 빌딩안에서 낯선 가게 한곳이 오픈했다. 이곳에는 미국약국을 모델로 삼아 수입 생활 잡화점으로서 해외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PLAZA라는 가게가 있었다. 설립된 지 약 60년이 지난 지금, 이 가게는 일본 전역에 130여 개의 점포를 가진 브랜드로 성장했으며, '물건'이 지닌 재미와 문화적 배경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이 PLAZA의 브랜드 지향점이었다. 1966년 설립 이후 PLAZA는 꾸준히 새로운 상품, 남들과 다른 독자적 시각과 스타일을 제시해왔다. 현재 직영점으로는 PLAZA, MINIPLA, PLAZA OUTLET, PLAZA ONLINESTORE 등이 있다.

PLAZA는 일본 전역에 1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잡화 브랜드다. 화장품 로드샵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마츠모코 키요시 같은 드러그스토어들과 달리 PLAZA는 메이크업, 건강뷰티, 홈, 간식, 캐릭터&장난감, 문구류 등으로 판매 제품군을 한정했다. 로프트나 도큐핸즈에 비하면 카테고리가 매우 적은 편이다.

매장 분위기도 뭔가 채워 넣다가 멈춘 느낌이 든다. 이는 플라자스타일이 PLAZA의 상품 기획 기준을 '감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획은 10대부터 20대 중반까지 사로잡을 만한 분위기가 농후하다. 실제로 PLAZA 매장을 찾는 이들 중에는 10대에서 20대가 많은 편이다. 한국으로 치면 올리브영을 좀 더 세분화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플라자스타일이 추구하는 제안이 '감성'이다 보니, 그들의 기획은 자연스레 귀여우면서도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표현하는 면도 강하다. 그렇다고 상품만으로는 '감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다.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해야만 비로소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 플라자 스타일에서 그 시작점은 바로 음악이다.


음악, 플라자스타일이 감성적인 공간을 만드는 출발점.

PLAZA가 공간안에서 경험을 만들기 시작하는 출발점은 음악이다. 그들은 매장 음악이 사람들의 브랜드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를 고려해 PLAZA는 자사 홈페이지에 기간별로 매장에서 사용하는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장에서 사용한 음악들의 스포티파이 혹은 음반사 링크와 연결시켜 놓았다. 만약 PLAZA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음악이 있다면, 고객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음악을 찾아볼 수 있다. 고객들의 숨은 감성을 놓치지 않는 시도다.


감성을 자극하는 상품진열

PLAZA가 추구하는 상품 진열 방식은 '감성 자극'이다. 이는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츠타야와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PLAZA의 화장품 코너의 상품 배치를 살펴보자. 상품 진열대 사이사이에 미피, 스펀지밥, 스누피 등의 캐릭터 상품을 배치해 포근하고 귀여운 감성을 더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바로 '과자' 코너다. PLAZA는 다른 가게들처럼 과자를 마구잡이로 진열하지 않는다. 초콜릿, 비스킷, 젤리 이렇게 세 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과자를 배치했다. 소위 '당 충전'에 필요한 과자들만 선별해 매장에 배치한 것이다. 과자 코너 사이사이에도 캐릭터 상품을 끼워넣어 진열대를 귀엽게 만들었다. PLAZA는 이렇듯 '감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캐릭터 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장품 코너는 조금 다르다. PLAZA의 화장품 코너는 핑크톤이 기본이다. 나스나 맥 같은 브랜드는 검은색 진열대를 사용해 세련된 느낌을 연출하지만, PLAZA는 흰색 바탕에 핑크톤을 입혀 화장품의 감성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특히 립제품의 경우, '입술'에 초점을 맞춘 사진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의 '입술' 사진을 진열해 립 제품의 감성을 최대한 살렸다. 이러한 상품 본연의 '감성'을 강조한 진열 방식 덕분에, 화장품 코너에서는 귀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PLAZA에서는 물건을 볼때 아주 짧은 시간동안 물건의 감성을 먼저 느길수 있는 이유도 진열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감성들은 매장마다 각기 다르기에, 도쿄에서 PLAZA 매장을 보면 일단 들어가 보게 된다.


지역색에 맞춘 공간감.

플라자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공간감으로 매장을 꾸몄다. 내가 방문했던 우에노, 이케부쿠로, 시부야점 등을 둘러보면, 취급하는 상품들은 대동소이했지만 상품 구성비와 인테리어는 달랐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대표 지역이자 교통요지인 우에노와 이케부쿠로 매장은 색상톤이 비슷했다. 그러나 조명과 상품 구성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파르코 이케부쿠로 매장이 우에노매장보다 캐릭터 상품이 조금 더 많이 비치되어 있었다. 여성 오타쿠가 많은 이케부쿠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였다.

시부야 109 매장은 기존 플라자 매장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매장은 감성에 초점을 맞춘 플라자의 브랜드 정체성을 엿볼 수 있으며, 공간 브랜딩도 가장 잘 구현되어 있는 곳이다. 이 매장은 다른 매장과 달리 전체 매장 색상이 핑크색으로 통일되어 있을뿐만이 아니라, 짙은 핑크에서 부드러운 파스텔 핑크까지 다양한 톤의 핑크를 활용해 '귀여움'을 강조했다. 10대와 20대 초반 젊은 고객층이 많은 시부야 지역 특성에 맞춘 전략인 셈이다. 매장 앞에 진열된 cipicipi와 에쓰쁘아 협업 제품만 보더라도 PLAZA가 겨냥하는 고객층을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매장 벽면만 핑크색으로 칠한 게 아니다. 상품 진열대 역시 핑크색을 활용해 통일감을 주었다.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시부야 109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상품 진열은 화장품과 과자였다. 시부야 109점의 화장품 코너는 우에노, 이케부쿠로 매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체 매장 상품의 절반 가까이가 화장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화장품 전문 매장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일단 플라자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 고객층이 주로 찾는 시부야 109의 특성에 맞춰, 그들의 관심사인 화장품과 과자에 중점을 뒀다. 특히 화장품은 입술과 눈매 등 여성들이 신경 쓰는 부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앞쪽에 배치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렬한 붉은색과 핑크색 계열의 화장품으로 강한 분위기를 조성했는데, 이는 전체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다른 화장품 매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과자코너도 핑크색 진열대에 패키지 단위로 진열해 여성 고객의 취향을 고려했다. 특히 가방 안에 넣기 좋은 사이즈의 제품을 선별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우에노, 이케부쿠로점에서 단품 위주로 과자를 진열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에 의류 코너는 우에노점에 비해 규모가 절반 이하로 작다. 패션브랜드가 많은 시부야에서 의류제품을 많이 진열할 필요가 없다. 이는 패션 브랜드가 많은 시부야 109와 시부야 지역의 특성에 맞춘 전략이다. 이처럼 시부야 109점은 다른 매장과 차별화된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10대와 20대를 의도적으로 타깃팅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많이 오가는 시부야 109 지역의 특성에 맞게 매장을 특화시켰을 뿐이다.


고객취향에 맞게 선별한 브랜드

플라자 스타일 매장이 다른 매장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큰 이유는 PLAZA가 지향하는 방향성 때문이다. PLAZA는 '상품 배경에 깃든 문화와 상품 자체가 지닌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문화와 즐거움을 표현하는 상품들이 대체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향이 있기에, 플라자 매장 역시 젊은 고객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순히 다량의 상품을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PLAZA 취향에 맞는 브랜드와 상품들만 카테고리별로 정갈하게 가려뽑았다. 선별된 브랜드 내에서도 젊은 층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 귀엽고 파스텔톤이 강하며 캐릭터가 들어간 상품들만 엄선했다. 이는 해당 브랜드가 타깃으로 삼은 고객층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도쿄 브랜드들은 고객 취향에 맞춰 브랜드와 상품을 세밀하게 가려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플라자 스타일이 선별한 패션 브랜드들 역시 PLAZA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노스페이스, 헌터, 파타고니아, 챔피언, 폴로 랄프로렌, 캔버스, baggu, Manhattan Portage, Flowering 등 브랜드 정체성이 확고하면서도 플라자 스타일과 궤적을 같이하는 브랜드들이다. 특히 여성 헤어액세서리 브랜드 Flowering은 플라자가 지향하는 바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과자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로투스 비스킷, 누텔라, 리터 초콜릿, 허니버터아몬드, 킷캣, 베이글칩, 하리보 젤리 등 젊은 세대의 기호에 맞춘 브랜드와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같은 경향은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매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의 접점을 개선하는 공간이다

플라자 스타일은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취급 브랜드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의 상세페이지를 만들어 브랜드의 분위기와 제품을 함께 보여준다. 밴데이비스 상품페이지는 그 브랜드가 PLAZA와 어떤 감도를 공유하는지 잘 드러낸다. 최근 론칭한 코스메틱 브랜드 '투게더스베어' 역시 브랜드 상세페이지를 별도로 마련해 소개하는 식이다. 이는 29CM가 브랜드 감도를 설명하는 PT(Presentation)와 유사한 방식이다. 반면에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 기획 상품들은 곧바로 판매 페이지로 연결된다. 이처럼 플라자 스타일은 브랜드의 모든 요소를 콘텐츠화한다. 이는 매장 안 음악 플레이리스트와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각 매장 소식도 전하며, PLAZA 앱에서는 정보, 할인, 멤버십 등 온·오프라인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험에 집중한 자체 브랜드상품과 브랜드 간 협업제품출시

PLAZA는 그림책 캐릭터나 입점 브랜드와 수시로 협업 제품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그림책 '바바 아빠'의 캐릭터를 활용해 캘리포니아 가방 브랜드 BAGGU와 에코백을 공동 제작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자체 제작한 굿즈도 판매하고 있다. 다리미 파우치, 미니 파우치, 여행가방, 신발케이스, ID케이스, 브러시 파우치, 지퍼백, 볼펜, 스틸물병, 티셔츠 등 일상에서 소소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굿즈를 통해 PLAZA 브랜드가 지향하는 감성을 구체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한다. 자체 제작 상품 역시 한정판으로 출시해 상품 자체를 하나의 미디어로 내세운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굿즈 판매가 아닌, 브랜드 감성을 굿즈에 담아낸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간 연결고리를 콘텐츠로 제공하는 셈이다.

플라자 스타일은 상품보다 감성 중심의 브랜드 큐레이팅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PLAZA만의 경험이 공간에 배어나오고, 차별화된 강점이 만들어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플라자 스타일은 '상품 배경에 깃든 문화와 상품 자체의 즐거움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고객층의 기호에 맞는 브랜드와 상품을 선별해 정갈하게 큐레이팅했다. 선별된 브랜드 내에서도 귀엽고 파스텔톤이 강한 디자인, 캐릭터 상품 등을 엄선해 차별화를 꾀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브랜드 스토리와 제품을 함께 소개하는 상세 페이지를 마련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플라자 스타일은 상품 그 자체보다 브랜드가 전하는 감성과 경험에 주력한다.

나아가 자체 굿즈 및 타 브랜드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PLAZA만의 정체성을 고객에게 각인시킨다. 굿즈 판매를 통해 브랜드 감성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온·오프라인 접점을 콘텐츠로 연결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PLAZA만의 차별화된 배치는 경험이 공간에 배어나오게 한다. 이를 통해 플라자는 고객 스스로가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길잡이로 만든다. 즉, 플라자 스타일은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감성'을 사람들에게 공간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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