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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21. 2019

이솝이 교토를 공간으로 표현하는 방법.

브랜드 미감은 공간과 함께 간다.

이솝은 간결하고 솔직한 브랜드다. 그들은 자신들의 제품 사용하는 이들의 일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솝은 광고를 잘하지 않는다. 화려한 캠페인 광고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도시미학을 담은 개성 있는 직영매장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전한다. 소비자들은 전 세계마다 각기 다른 이솝 매장에서 이솝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전 세계에 있는 소비자의 생활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이솝은 매장에서 사용하는 인테리어 소재와 디자인도 철저히 지역 분위기를 고려한다. 이 말은 이솝 스스로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도시미학에 스며든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운즈 한남의 공간과 잘 맞아 들어가는 이솝 사운즈 한남점. 출처: 이솝 홈페이지.

이솝이 매장에서 선보이는 온도, 불빛, 냄새, 촉감, 소재는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로 '이솝'을 전한다. 이러한 디테일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매장과 제품 패키지가 합을 이룬 강력한 이솝의 미학은 사람들에게 이솝을 각인시킨다. 그렇기에 이솝 매장에서 제품은 이솝을 표현하는 오브제다. 진열대에 놓인 상품이 아니다. 비록 이솝 매장에서  제품을 사지 않는다고 해도, 이솝 매장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전 이솝 매장은  '이솝'을 라이프스타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자극한다. 제품과 공간의 결이 같은 보기 드문 브랜드다.  그만큼 기획과 구현을 담당하는 부서 간 호흡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솝을 써본 사람들은 한 번씩은 묵직한 갈색병에서 차분함을  경험해보았으라 생각한다. 쓰다듬으면 그냥 기분이 좋은 짙은 갈색 공병. 때때로 그 공병만으로도 분위기를 연출하는 소품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이솝 제품을 다 쓰고 나서 오랜 시간 동안 방 창가에 소품으로 놓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햇빛이 비치는 갈색병을 보면 기분이 마냥 좋았다. 실용적인 디자인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이솝 제품은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이솝 교토점의 매장 디자인은 오가타 신이치로가 이끄는 심플리시티에서 맡았다. 오가타 신이치로의 디자인 철학은 '형태'보다는 '분위기'다. 이솝은 특별한 '경험'보다는 일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전하는 브랜드다.'분위기'에 초점을 둔다는 면에서 오가타 신이치로와 이솝은 많은 공통점이 많다.

심플리시티를 운영하는 오가타 신이치로. 출처:paulbarbera.com

이솝 교토 매장을 만든 오가타 신이치로의 말을 들어보자.

"옛 일본의 아름다움을 현시대에 표현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일본 전통미는 과거로부터 구축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저의 디자인 철학은 형태 구축이 아닙니다. 어떠한 형태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입니다. 분위기를 구성하고 배치하는 일이죠. 이것이 제가 만드는 공간 철학입니다."

4곳으로 나눈 공간은 '정결함', '빛' , '쉼' , 간결함' 등  교토 미감을 표현한다. 출처: 이솝 홈페이지.

입구에서부터 시작하는 일본 미감

일반적으로 매장 문을 열면 곧장 매장이 나온다. 그러나 이솝 교토점은  문을 열고 회랑을 지나 매장으로 걸어가야 한다. 회랑과 매장을 구분하기 위한 갈색 시멘트도 눈에 보인다. 매장으로 들어가기 전 사람들은 물을 상징하는  구리 오브제를 볼 수 있다. 이는 '정결함'을 상징한다. 이 오브제에서 떨어지는 물과 흔들림 없는 파동은  교토의 숨결을 의미한다.

오브제에 떨어지는 물을 정결을 상징한다.(츠크바이)
여타 다른 이솝매장에도 세면대는 있다. 하지만 교토점에서는 입구 앞 오브제로 정결이라는 의미가 추가된다.

일본 다도에서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물이 담긴 나무통으로 씻는다. 다실에 들어가기 전 마음을 정돈하는 의식이자 일본 문화중 하나다. 이걸 츠크바이 [혹은 츠쿠바이]라고 한다.'츠크바이 [츠쿠바이]'라는 교토 역사와 문화를 표현한 구리 오브제는 이솝의 브랜드 철학인 '지속성 '과 '정결'을 전한다. 일본 전통미로 이솝의 브랜드 철학을 표현한 셈이다. 또한 일부 호텔에서는 체크인 시에 따뜻한 물수건을 주며 손을 씻기를 권하는데, '츠크바이'를 접객 서비스로 재해석한 것이다.


일본 직선을 강조한 디스플레이.

이솝 교토점만의 특징은 이솝 제품 병으로 형상화한 직선이다.  이솝 로고가 적힌 갈색병의 아름다움은 차분하면서  정갈한 분위기에 스며든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회랑 옆으로 검은 망사 직물로 만든 얇은 스크린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매장과 회랑을 분리하는 역할도 겸하지만 예로부터 밖과 안의 구분을 하지 않았던 일본인의 공간감도 나타낸다. 또한 매장 안에서 일종의 벽 역할을 하며 주변을 나누고 왜곡시킨다.

빛은 다양하게 들어온다.

망사직물로 짠 스크린 뒤에는 일렬로 매달은 이솝병이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일본 붓글씨를 상징한다. 이를 통해 '이솝 매장은 다른 어떤 장식품도 필요 없다. 오로지 이솝 제품이면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뿐만 아니라, 흰 벽 구조에는 일본 다다미 5조의 형식을 차용한 네모와 격자무늬 서랍장을 만들어 사각형이 지배하는 매장을 디자인했다. 무인양품이 은각사(긴카쿠지)의 도진 사이를 통해 '충분함'을 이미지로 표현했다면, 이솝은 오로지 자신들 제품으로만 '충분함'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교토와 이솝까지도 모두 표현한다.

다다미 구획을 연상시키는 제품 디스플레이.

빛을 활용해 만든 공간감.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매장에서 다양한 느낌을 만든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서 교토 매장 내  빛 대비를 만들었다. 빛은 매장으로 들어오면서 그림자와 함께 만들어내는 매장 안에서 균형을 만든다. 빛 대비를 강조하기 위해 매장은 단조로운 색으로 디자인했으며, 빛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에서 나온 소재만 사용했다. 

밖에서 흘러들어온 빛은 창가를 지난다. 창가를 지나 검은 천 스크린을 다시 지나며 빛은 처음보다 흐릿해진다. 흐릿해진 빛은 매달린 이솝 용기, 매장 일부와 매장에 놓인 제품을 모두 희미하게 비친다. 그 빛 속에서 이솝 용기는 갈색,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의도된 대비는 이솝 제품이 가진 물성을 강조한다. 희미한 빛과 어둠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일본 칠기를 이솝 용기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솝 교토점 내 빛이 덜 들어오는 곳은 구리 램프를 통해 빛을 보충한다. 장식장 앞의 북을 닮은 램프도 구석에서 우아한 시선을 만든다. 이 빛은 그 앞의 이솝 제품을 은은하게 비춘다. 이 역시도 희미한 빛과 어둠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일본 칠기를 이솝 용기로 표현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로 잔잔하게 만드는 제품들. 일본 칠기 느낌을 간접적으로 묘사한다.

밖에서 흘러들어온 빛은 창가를 지난다. 창가를 지나 검은 천 스크린을 다시 지나며 빛은 처음보다 흐릿해진다. 흐릿해진 빛은 매달린 이솝 용기, 매장 일부와 매장에 놓인 제품을 모두 희미하게 비친다. 그 빛 속에서 이솝 용기는 갈색, 검은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의도된 대비는 이솝 제품이 가진 물성을 강조한다. 희미한 빛과 어둠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일본 칠기를 이솝 용기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솝 교토점 내 빛이 덜 들어오는 곳은 구리 램프를 통해 빛을 보충한다. 장식장 앞의 북을 닮은 램프도 구석에서 우아한 시선을 만든다. 이 빛은 그 앞의 이솝 제품을 은은하게 비춘다. 이 역시도 희미한 빛과 어둠이 있어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일본 칠기를 이솝 용기로 표현한 것이다.

료안지의 가레산스이 정원. 빛에 따라서 돌, 이끼 색깔도 다르게 보인다.

이 같은 매장 내 빛 설계는 료안지 내 가레산스이[석정 정원]를 떠올리게 한다. 흰 자갈돌과 돌들은 빛에 따라서 수많은 그림자와 여러 색을 만든다. 강렬한 빛을 받은 검은색 돌은 종종 갈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빛은 녹색 이끼 안의 갈색 이끼를 돋보이기게 하기도 한다. 교토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 교토 느낌을 살린 블루보틀과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이솝 교토 매장은 은 교토 감성과 분위기만 이솝 매장으로 가져왔다.


교토 미감을 표현한 이솝 교토점.

교토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차분함'이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오는 좁은 도시. 그 안에서도 교토 사람들은 유독 차분하다. 오가타 신이치로는 이 같은 차분함을 이솝 브랜드와 잘 엮어냈다.


모든 이솝 매장에서는 갈색병 진열은 언제나 일렬이다. 정갈하게 일렬로 서있는 갈색병은 보는 이들에게 차분한 인상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 세안을 하고 하루를 준비할 때 우리는 제일 차분하지 않은가? 우리가 피부에 그리 신경을 쓰는 이유도 단순히 매끈함을 떠나서 맑은 피부일수록 빛의 대비에 따라 다양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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