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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Oct 13. 2019

블루보틀 교토만의 미감.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는 언제나 미감이 있다.

교토 히가시야마에 위치한 남선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블루보틀 교토점은 파란 병 로고를 보지 못하면 쉽게 지나치기 쉽다. 얼핏 봐서는 결코 카페라고 할 수 없는 겉모습 때문이다. 도대체 겉모습이 어떻길래 그러는 걸까?


https://youtu.be/mPPaVgvqRII

간판이 없다면 블루보틀임을 알 수 없다.

1. 마치야 형태 그대로의 공간.


공간을 대하는 블루보틀의 자세는 언제나 신중하다**.** 커피맛을 떠나 블루보틀은 자신들의 공간 디자인에도 항상 정성을 쏟는다. 그 정성은 매장이 위치할 지역의 미감을 최대한 공간에 넣으려는 시도에서 나온다. '정서'가 강하기로 자자한 교토. 블루보틀은 교토의 정서에 스며들기위해 '마치야'라는 일본 전통양식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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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야(町屋)란 도시 상점가에서 가게와 주택이 일체화된 일본 건물양식이다. 주택과 가게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마치야는 현관을 크게 열어놓는다.  사람들이 가게에 편하게 오고 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마치야 구조 때문에 블루보틀 매장을 지나치기 쉽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주택으로 착각하고 지나가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특히 블루보틀 교토점 은 남선사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블루보틀 오리지널 상품판매가 중심인  MD동

블루보틀 일본 매장을 전담하고 있는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상점과 주택이 같이 있는 마치야의 독특한 구조를 반영해 교토점 두 건물을 각각 카페 건물과 MD 건물로 개조했다. MD건물에서는 블루보틀 원두, 오리지널 상품, 콜드 브루만 판매한다. 카페 건물에서는 음료만 판매한다. 블루보틀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마치야에 맞게 나눈 덕에 블루보틀 교토점의 두 공간은  '평등'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블루보틀 완제품을 파는 MD동 뒤에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실수 있는 카페건물이 있다.

일본 전통 건물 형태를 최소한으로 남긴 디자인.

교토는 도쿄와 다르게 거리에서 느낀 정서가 공간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어느 곳을 가도 교토만의 특이한 정서를 계속 느낄 수 있다. 도쿄가 트렌디하다면? 교토는 정서가 깨지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교토는 도쿄와 다르게 일본 미감을 적극 활용한다. 내가 경험한 교토 공간과 건물들은 항상 일본 미감에 맞추어서 공간을 설계했다.

기존 나무도 모두 살려놓았다.
거레산스이 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야외좌석, 아이들이 이곳에서 노는걸 좋아한다.

일본 내 블루보틀 매장을 전담하고 있는 스키마 사무소는 이러한 교토 공간들의 특징을 거스르지 않는다. 일단 블루보틀 교토점 이전 마치야 건물을 거의 건들지 않았다. 새로운 층을 만들기 위해 50cm 높이에 있는 기존층을 철거한 게 거의 전부다. 블루보틀 매장으로 개조하기 전부터 존재하던 조약돌도 그대로 두었다. 오히려 시각적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유형의 조약돌을 추가했다.  또한 리모델링 전하기 전  지붕 구조와 점토 벽이 노출되게 해서 공간 질감을 느끼도록 했다. 이 덕분에 블루보틀 교토점속 크고 작은 공간에서는 100년 전의 역사를 볼 수 있다.

100년이상 된 건물벽은 그대로 살려놓았다.

3. 매장 지역과의 조화를 중시.

블루보틀 교토점은 마치야를 활용해 자신들이 가진 브랜드 철학을 구현했다. 그렇지만 고베를 제외한 일본 블루보틀 모든 매장은 언제나 주변 상권과  사람들의 행동을 고려한다.(참고로 블루보틀 교토점 근방은 히에이산과 남선사가 있기에 정말 조용하다. ) 특히 시나가와점 같은 경우는 다른 가게와 붙어있고, 이세탄백화점 시나가와 점에 입주한 상태임에도 지역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카페동으로 가려면 건물을 통과하거나 옆으로 가면 된다.

일본 블루보틀 매장 중에서 기요스미 시라카와, 산겐자야, 나카메구로점은 각기 공장, 진료소, 전기공장으로 사용했던 곳을 리노베이션 했다. (기요스미 시라카와점은 최근 다시 한번 리모델링을 했다.) 교토 점도 리노베이션에 해당하는데 4곳 모두 지역 안의 역사과 특성을 존중하기 위해서 건물 형태를 최대한 살렸다.

상당히 흥미롭게 만들어놓은 화장실 세면대.

교토점은 건물용도에 필요한 일부만 개조했다. 그 덕에 우리는 옛 마치야 형태 그대로를 볼 수 있다. 건물을 둘러보면 화장실에서부터 시작해 벽면 모두 옛 흔적 그대로다. 상점 건물 동도 마찬가지다. 일본 전통가옥에서 볼 수 있는 환기창도 그대로 남겼다. 목조건물 형태를 그대로 두었기에 교토점에서는 교토가 추구하는 '옛 가치', 그에 기반한 현대적인 해석을 잘 볼 수 있다.

천장과 벽고 그대로 천장도 옛 건물 그대로 살려놓았다.

일본 내 모든 블루보틀 매장은 지역과의 조화를 중시한다. 단순하게 카페만 만드는 게 아니다. 언제나 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고 어떤 분위기를 경험할지를 고려한다. "이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매장을 만든다고 해야 할까?

스키마 사무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한 공간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스키마 건축사무소.


4. 쓰보니 아를 활용해 미감을 돋보이게 한 공간.


쓰보니아는 일본 전통 주택 안에 있는 작은 정원이다도쿄에서는 분재나 꽃꽂이를 활용해 공간에 활력을 넣는다.이와 다르게 교토는 쓰보니아를 활용하는걸 많이 보았다.내가 방문했던 교토의 공간들은 대부분 쓰보니아를 활용해 건물질감과 공간감을 살렸다. 또한 쓰보니아덕분에 건물안에서 계절감이 사라지는 일도 없었다.

호텔 안테룸 교토의 정원. 이 정원이 1층 호텔방 주변을 둘러싼다.
교토점은 쓰보니와 꽃꽂이를 사용해 일본미감을 더 살렸다.
교토점에서 도보로 5분이면 남선사 천수암이 나온다. 이곳과 교토점에서 사용한 자갈돌 느낌은 비슷하다.

카페 천장틀을 통해 내려오는 햇빛과 쓰보니 아는 교토점이 가진 일본 미감을 더욱 강조한다. 그렇다고 블루보틀이 꽃을 활용하는 방법이 돋보이지 않는 지점도 있다 'wrk-shp' 건축사무소가 작업한 서울 역삼점 같은 경우는 공간 자체에 꽃이 들어간 공간이 없다.  원두 판매코너 옆에 꽃이 있지만 그 꽃이 공간에 주는 영향력은 미미하다.(적어도 내가 본 경우는 그렇다. 또한 교토점에 사용한 자갈은 일본 정원 양식 중 하나인 석정. 즉 가레산스이 쓰이는 돌과 재질이 같다. 

카페 안에서 또 따른 공간감을 만드는 쓰보니아.

도면을 보면 쓰보니아를 통해 공간이 나눠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쓰보니아는 카페동에서 공간이 나뉘는 지점에 있다. 사진을 보면 쓰보니아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과 옆 길은 블루보틀 교토점 카페동을 두 곳으로 나누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좁은 통로와 쓰보니아로 나눠진 다른 자리들은 부분적으로 일본 다실 느낌을 만든다. 이는 블루보틀 자체가 교토가 가진 일본 미의식을 그대로 살렸기에 가능하다.


리모델링한 블루보틀 도쿄 매장들 [나카메구로, 산젠자야, 간다]은 과거 건물이 지니고 있던 기능을 바꾼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교토점은 개조하기 전 가지고 있던 옛 건물의 미감을 고스란히 유지한다는 면에서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블루보틀만이 쓰보니아를 응용한 건  아니다. 스타벅스도 니겐자카점을 만들 때 쓰보니아와 건물 구조를 살렸다. 안테룸 같은 경우는 분재, 쓰보니아, 가레산스이를 혼합해서 정원을 만들었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경험.

블루보틀은 매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로컬 정서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든다. 이는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만든다. 교토점은 카페를 찾는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일본의 전통 미감'을 느끼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도쿄 이케부쿠로 지점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미나미 이케부쿠로 공원을 즐기며 쉴 수 있다. 시나가와점에서는 수 없이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긴자 식스점에서는 쇼핑에 지친 휴식처가 되며, 다이마루 커피 스탠드에서는 '선물'로서의 블루보틀을 경험할 수 있다.

성수점이 오픈 후에 수많은 비난을 받은 이유도 사람들이 원한 '서울 미감'이 아닌 '도쿄점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이다. 블루보틀 성수점에서만은 성수동만의 정서를 느끼기 어렵다. 채광이 강한 인더스트리얼 디자인만 느낄 수 있다.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를 통해서 카페 기능을 통합한 경험을 제시한다면, 블루보틀은 교토를 포함한 일본 전 지역에서 '커피와 공간의 일체감'을 전한다.


만약 우리가 교토 정서를 더 의식하려고 노력하면 교토점에서의 경험은 더 풍성해진다. 사실 일본 미감과 교통 정서를 몰라도 블루보틀 교토점을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 글에서 마치야, 쓰보니아같은 일본 미감을 강조한 이유는 미감을 알수록 공간 및 기획(구현)에 대한 세밀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기획자가 가진 미감과 구현자가 선호하는 미감이 다를 수도 있다. 가령 기획자는 스큐어모피즘을 좋아하는데 구현자는 플랫디자인을 선호할 수 도 있다.  조 나카사카가 이끄는 스키마 건축사무소는 일본 미감과 주변이 가진 성격, 역사에 대한 이해도는 풍부하다. 이는 일본 내 블루보틀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점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미감에 대한 이해에서 상당히 벅참을 블루보틀 성수점에서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기획자들은 구현하는 사람들과 항상 공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기획자도 구현에 대한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구현하는 이들도 기획에 대한 지식이 충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쇄물 같은 경우 디자인이 끝난 후에 인쇄소에 맡기기 전 마무리 작업이 매우 중요함에도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CMYK와 RGB의 색상 차이, 종이 재질 체크, 베 다선 점검, 사진 DPI 체크. 아우트라인. 레이어병햡 등등) 반면에 이 같은 후 작업을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획자와 구현자 간의 이야기는 언제나 중요하다. 그래야 추후에 결과물에 대한 수정 및 가설 설정 시에도 서로 빠르게 대처해 나갈 수 있다.


블루보틀은 커피와 오리지널 상품을 스타벅스처럼 인기가 많다. 블루보틀은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 교토점에서 MD동과 카페동을 나누어 마치야라는 과거와 현재의 공간 맥락을 살렸다. 뿐만 아니라, 공간분할덕에 블루보틀 내 고객 서비스도 명료하게 나눌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블루보틀과 스키마 사무소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잘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감에 미감을 넣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주변이 가진 성격과 역사를 고려하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구현을 하는 이들은 공간을 만들 장소가 속한 국가 미감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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