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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20. 2020

빛과 어두움이 조각하는 배우의 아우라.

빛과 어둠은 배우의 기획력과 표현력을 극대화시킨다.

드라마를 이끄는 스토리. 이를 연기하는 배우에게 중요한 건 표정이다. 때로는 대사보다 '표정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표정을 아주 드라마틱하도록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도록 조명(빛)을 설계하면 영화 혹은 드라마 디테일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드라마 속 영상에서 중요한 건 '빛과 어둠'을 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할 것인가다. 보통 '어둠'이라고 하면 화면이 '그저 어둡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드라마(영화)가 지향하는 방향, 혹은 감독이 추구하는 영상미에 따라 어둠과 질감은 매우 다르다. 아수라 같은 경우는 그림자를 각 인물들 성격과 상황에 맞게 바꾸어 누아르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와 달리 '더 킹'에서는 어둠의 '강약'을 더해 각 인물들을 강조한다.'더 킹'과'아수라' 모두 정우성 배우가 출연하는데, 두 영화에서 정우성 배우에게서 풍기는 질감은 전혀 다르다. 또한 '역린'은 어두움, 질감, 속도를 통해 이야기를 단순화해 정조와 노론 간의 적대적 관계를 부각한다.

'역린'은 어두움, 질감, 속도를 통해 이야기를 단순화해 정조와 노론 간의 적대적 관계를 부각한다.
같은 정우성배우라도, 영화에서 지향하는 빛,어두움에 따라 연기결이 전혀 다르다. 출처: 넷플릭스


영상은 언제가 영화만의 독특한 질감과 흐름을 추구한다. 이는 고스란히 배우 연기 로이어 진다. 드라마 '비밀의 숲'같은 추리서스펜스물은 시종일관 차분한 톤을 유지한다. 그 안에서 어두움이 밑바탕이 된 노란색, 녹색 등의 톤을 영상에 적용한다. 특히 1화에서 보여주는 안개와 어우러진 어둠, 특히 그 안에 담긴 녹색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드라마가 시즌1과 다르게 전개할걸 암시하기도 한다.

조승우 배우 연기에  차분함과 안개의 어둠이 미묘하게 섞인다. 이를 통해 시즌2가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시청자들에게 은유적으로 전한다.


[드라마 시나리오 방향에 따라

빛의 질감이 다르고, 이에 따라 배우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비밀의 숲의 건조하고 높은 대비는 조승우배우연기의 밀도를 더욱 새밀하게 만든다. 출처: 넷플릭스.

같은 빛이라도 시나리오에 따라서 배우가 풍기는 분위기는 때때로 변한다. 이 같은 면은 '비밀의 숲'과 '라이프'를 비교해보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비밀의 숲'을 먼저 보자. 대검찰청에서 일하는 황시목은 수사에 전념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무실 빛. 그 빛은 무척이나 건조하며 사무실을 무감각하게 비춘다. 이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황시목을 대변하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게 조성한 공간은 황시목에게 어떠한 일이 발생하는 순간 조승우 배우의 연기를 더욱 역동적으로 묘사하고, 시청자들이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라이프에서 조명과 그림자는 차가운 구승효 이미지를 더욱 살린다. 당연히 이를 연기하는 조승우 배우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빨아드린다. 출처: 넷플릭스.

반면에 '라이프'에서 구승효(조승우)를 보자. 그는 큰 사무실에서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다. 차분한 조명이 비추는 구승효. 전구 색조명과 그림자는 구승효의 얼굴선을 건조하고 차갑게 담아낸다. 이러한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구승효는 어떻게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처할까?''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나의아저씨'에서 이지안은 빛,어둠,색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당연히 이를 연기한 이지은배우(아이유)가 풍기는 진폭도 매우크다.

드라마와 영상 시나리오가 지향한 '어두움'과 그에 따른 색보정작업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해서든지 '단단'하게 만든다. 그 이유는 빛, 어두움, 컬러 같은 요소들이 드라마를 지탱하는 강한 골격. 내력이기 때문이다. 화면에서 대비, 색감, 밝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며 영상 질감, 빛, 어두움은 드라마(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대비, 색감, 밝기에 따라서 배우의 연기 진폭과 감성도 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의학드라마다.

컬러는 빛에 따라 매 순간 변한다. 때때로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장면 그 자체에 치우치다 보면 빛이 들어오는 걸 놓치는 경우도 발생한다. 빛은 드라마를 표현하는 기준이 될 수 될 수 있으며, 전체 색감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같은 경우도 빛과 어둠을 강하게 대조시키고, 그 안에서 어둠을 통해 고문영, 문강태, 문상태 캐릭터를 묘사한다.

'하백의 신부'에서 하백을 맡은 남주혁 배우의 분위기는 빛과 어두움과 만나 매우 섬세하고 유려하게 변한다.

배우는 빛과 색깔이 주는 변화를 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빛과 색이 배우가 맡은 인물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가 연기하는 순간에도 빛은 변한다. 물론 빛이 변한다고 해도, 그 빛이 만든 변화는 후반작업팀이 보완한다. 만일 배우가 빛과 어두움을 잘 이해한다면, 표정 깊이, 섬세한의 정도를 스스로 설계하고 이를 캐릭터 분석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수라의 주지훈과 신과함께의 주지훈. 아수라는 실내촬영에 조명과 어둠을 더했다. 반면에 신과함께의 이장면은 그린스크린에서 만든 조명에서 촬영했다. 같은배우이지만 연기결이 전혀다르다

배우의 편집력. 캐릭터를 작품 맥락에 잘 맞도록 묶고 엮어 배치하는 ‘편집력’은 이럴 때 비로소 빛난다. 그렇기에 이러한 빛, 색을 파악하는 일을 단순히 후보정팀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배우는 빛을 넘어 ‘배우 스스로가 표현하는 인물’이 빛을 통해 어떤 '룩'(분위기)를 만들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수라'속 주지훈 배우와 '신과 함께'의 주지훈 배우을 비교 해보자. 아수라는 실내 촬영에 조명과 어둠을 더했다. 그 덕에 주지훈 배우의 표정연기. 특히 표정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반면에 위의 사진 속 '신과 함께'속 장면은 그린 스크린에서 만든 조명에서 촬영했다. 아수라와 다르게 빛이 만들어낸 얼굴 속 그림자는 전혀 없다. 같은 주지훈 배우이지만 연기 결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비밀의 숲 시즌1의 이연재와 시즌2 속 이연재는 전혀 다르다. 출처: 넷플릭스.

배우는 캐릭터에 대한 판단이 내려졌다면 거기에 완전히 매달린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자신이 구현해야 한다. 구현은 캐릭터의 겉과 속 모든 걸 다룬다. 목소리를 연습하고 연습하면서 다듬고, 그에 맞는 옷, 헤어, 수염, 색깔 등 모든 요소를 찾는다. 또한 얼굴이 빛과 마주할 때 인물 성격이 어떻게 드러날지도 고려한다.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사실적'인 인물로 살아나게 위해 롤모델을 설정하고 차용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성격을 빌려오기도 한다. 우리 인생은 코미디, 비극, 드라마도 아니다. 인생은 이 세 가지를 모두 합쳐진 현실이다. 만약 시나리오를 한 가지 카테고리로 고정하고 이에 맡은 인물을 한쪽으로 제한시킨다면? 그 인물은 전혀 살아나지 않는다.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은 지나치게 냉철하고 차갑다. 하지만 백승수는 자신만의 아픔과 그에 따른 책임감 때문에 냉철하고 차갑다. 자책감 때문에 동생에게도 차갑게 대한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를 집필한 이신화 작가님은 극이 진행될수록 백승수라는 사람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백승수 캐릭터를 '공감할 수 있는'인물로 만든다. 이를 연기하는 남궁민 배우도 백승수라는 사람을 단순히 냉철하고 차갑게 연기하지 않는다. 백승수라는 사람이 가진 면은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해 표정, 말투, 말속도, 옷, 눈빛 등 모든 걸 조절한다.

노란색조명,빛 그리고 어두움은 백승수단장이 슬픔을 더욱 배가시킨다. 당연히 이를 표현하는 남궁민배우의 연기도 밀도가 높다.

우리 삶이 언제나 매 순간 살아있듯이, 배우가 인물을 만드는 일은 살아있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다. 배우의 편집력을 이럴 때 가장 필요하다. 시나리오를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들, 목소리, 성격, 외모, 옷,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합쳐 캐릭터를 단단하게 만든 후, 앞서 말한 각 요소들을 표현력으로 세밀하게 다듬는다.

하백의 신부에서 남주혁 배우의 연기는 비주얼과 연기가 분리된 느낌이 강하다 반면에 스타트업속 남주혁의 연기는 '하백의 신부'와는 전혀 다르다. 이는 남주혁 배우의 기획력이 성장했기

하나 혹자는 인물을 만드는 과정을 표현력으로만 충분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표현력에만 의지하는 경우 인물은 정형적인 인물로만 그려질 뿐이다. 편집력은 정형화될 순간에 개입해 이를 시나리오에 맞게 변형하게끔 돕는다. 편집력이 표현력을 이끈다는 말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종종 특정 배우가 다른 배우들의 대사와 다소 따로 놀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작품 안에서 배우들이 자신들 나름대로 유지해온 분위기가 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위해 인물을 작품 안에서 살아있는 존재로 구축하는 ‘기획력’이 필요하다. 기획력은 주로 표현력을 더 세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하백의 신부'에서 남주혁 배우의 연기는 비주얼과 연기가 다소 분리된 느낌이 강하다. 반면에 '스타트업'속 남주혁 배우가 선보이는 연기는 '하백의 신부'와는 전혀 다르다. 이는 남주혁 배우의 표현력과 기획력이 모두 성장했기 때문이다.

배우가 빛을 이해하는 일은 '연기'라는 해왔던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안 했던 것들을 하는 일이다.

빛과 색을 이해하는 일은 배우의 캐릭터 분석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배우가 빛을 이해하는 일은 자신의 편집력을 높이는 일이다. 동시에 드라마 전체에서 자신만의 표현력을 최대치로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배우가 빛을 이해하는 일은 '연기'라는 해왔던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안 했던 것들을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빛에 대한 이해와 여기서 이어지는 색감과 광질에 대한 이해는 배우에게 힘을 넣는다. 이것이 연기의 열쇠다. 하지만 연기하는 배우가 빛을 조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조명팀이 존재한다. 배우가 해석한 캐릭터와 작품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마음을 집중시키고 움직이면 나머지는 스텝들이 알아서 한다. 시청자들은 이를 매우 기민하게 알아낸다

사이코는 괜찮아에서 ‘그립다’는 단어와 함께 나오는 이 장면을 보자. 자신도 온기가 있음을 점차 일이기는 고문영(서예 지분)을 묘사하는 빛을 보자. 영상 안에서 빛은 영상 안에 대비와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이곳에서 빛은 그 자체로 장면에 스토리텔링이 되며 배우가 연기하는 감정을 더욱 끌어내는데 기여한다.


연기는 경쟁 대상이 아니다. 현장 속 모든 부분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렇지 하지 않는다면 다 함께 공멸한다. 언제나 작품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력이 단단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른 배우보다 더 돋보여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배우는 언제나 동일한 연기력으로 작품이 돋보이는 방향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배우 본인이 연기하지만 카메라는 주변에서부터 배우 입술까지 모든 걸 영상으로 담는다. 영화 속 작은 표현 하나하나가 목적에 따라 수없이 증폭될 수 있다. 연기는 언제나 자연 스러 원 야한다. 배우가 자연스러울수록 위해서 조명, 미술, 촬영팀이 이를 샷 목적에 맞게 담아낸다. 배우는 언제나 이 모든 걸 이해해야 한다.


이전 07화 배우의 표현력은 목소리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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