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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15. 2020

드라마 컷 편집은 왜 중요한가?

컷 편집은 스토리텔링의 결을 높인다.

영상은 수많은 단일 이미지의 '움직임’이다. 영상 속에 나열된 수많은 이미지들은 서로 움직이며 정보를 전달한다. 하지만 수많은 이미지들을 나열한다고 이야기가 될까? 어떤 드라마(영화)는 시청자를 빨아드리는 반면에 어떤 드라마(영화)는 지루하다. 이는 이야기와 컷 편집 차이 때문이다. 만일 샷과 컷 편집을 통한 이야기 설계가 좋다면 이야기는 몰입감이 강하다. 몰입감이 강하다는 말은 스토리텔링이 좋다는 말이다. 

배우의 표정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이야기에 빨려드러간다. 출처:티빙.

오늘도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스탭은 시나리오의 명료한 스토리텔링을 위해 샷과 컷 편집을 고민한다이번 글에서 알아보는 영상편집 요소들은 모두가 미디어이자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시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지 모른다.



콘텐츠 컷: '이야기 정보를 전하는 컷.

콘텐츠 컷의 대표적인 예는 대화 장면. 출처:'경이로운 소문' in 넷플릭스

콘텐츠 컷은 이야기를 전하는 ’ 내용’ 단위로 컷을 담아내는 걸 말한다. 우리가 드라마(영화)에서 가장 많이 보는 샷이다. 누군가의 대화에 따라서 장면이 바뀌는 컷. 우리가 흔히 보는 이 장면이 콘텐츠 컷이다. 콘텐츠 컷은 이야기를 나아가게 하는 도구로서 중요하다.  단지 콘텐츠 샷에는 이야기 진행을 돕는 정보만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전체 상황을 보여주는 마스터 샷, 오버 더 숄더 샷, 싱글샷등이 있다. 

이야기 진행에 도움되는 정보는 전하는 모든 샷을 콘텐츠 컷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티빙

콘텐츠 샷은 대화 장면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렇다고 모든 '대화 장면'이 콘텐츠 샷이 아니다.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대화 장면이 콘텐츠 샷이다. 또한 콘텐츠 샷이 진행될수록 이야기는 진전되어야 한다. 특히 관객들이 이미 알고 있지 않는 새로운 정보가 나오는 경우, 콘텐츠 샷은 관객들이 알아야 한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어야 한다. 특히 그 안에서 정보는 명확하고 낭비가 없어야 한다.

카운터가 되고 난 뒤 다리가 회복된 소문의 상태를 고스란히 전하는 콘텐츠 컷.

우리가 종종 ‘디테일이 뛰어나다’라고 감탄하는 작품들은 시청자들에게 전할 '이야기 정보'를 콘텐츠 샷 안에 효과적으로 배치한다. 이야기 추론을 위한 정보를 서서히 배치해 놓았기에, 샷들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이 흩어진 정보들을 찾고 추론하게 만든다. 이걸 전문용어로 '떡밥'이라고 한다. 콘텐츠 컷은 시청자가 이야기 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일 경우, 곧바로 중요한 정보는 알려준다. 이 같은 경우 카메라는 보다 극적으로 샷을 연출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사운드 및 클로즈업샷들이 동원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경이로운 소문'에서 다리 장애가 있던 소문(조병규)이 카운터가 된 후 다리가 회복된다. 드라마에는 다리가 회복된 소문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 위해 '파쿠르'에 가깝게 움직이는 소문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승효(조승우)와 예진우(이동욱)의 대립을 줌인을 통해 표현한 콘텐츠 컷. 출처:라이프 in 넷플릭스.

우리는 영상을 보면서 ‘이것은 콘텐츠 샷이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상영을 위한 '편집본'을 만들면서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콘텐츠 샷을 선별 후, 이를 수차례에 걸친 수정했기 때문이다.


액션 컷: 동작의 연결성을 위주로 담아낸다.

영화에서 총을 쏘거나, 화살 시위를 당기는 장면, 싸우는 장면. 자동차 추격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인 액션 컷이다. 출처: 익스트렉션 in 넷플릭스.

액션 컷은 ‘내용’보다는 ‘움직임’ 그 자체가 중심인 컷이다. 영화에서 총을 쏘거나, 화살 시위를 당기는 장면, 싸우는 장면. 자동차 추격하는 장면들이 대표적인 액션 컷이다. 액션 컷은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각 컷마다 앞 컷 일부를 다시 보여주면서 컷을 이어간다. 또한 앞 컷에서 보여주는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지 않는 경우 시청자들은 장면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으며,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에서 기본 샷은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샷이면서도 동시에 액션 컷이다. 출처:JYP 유튜브.

이외에도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 액션 컷으로만 구성된 영상 콘텐츠라고 보아도 무관하다.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정중앙 샷을 최대한 유지하고 색상에 대비를 준다. 하지만 기본적인 샷은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샷이면서도 동시에 안무에 맞춘 컷들이 계속 반복된다. 뮤직비디오 안에서도 트와이스 멤버들은 음악이 끝날 때까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고 각 샷들은 멤버 한 명 한 명 전 안무를 사전에 미리 보여주어 시청자들이 '안무가 계속 이어지 있다'를 인지 시킨 상태에서 계속 다른 샷으로 전환한다.


POV컷:인물의 시선을 담아내는 컷.

pov샷을 이용해 나원득(도경수)이 어떤 상황에 쳐했는지 전한다.

‘Point of view’를 라고 불리는 ‘시점 샷’ 혹은 POV컷은 화면에서 인물 시점을 따라가는 샷을 말한다. Pov는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시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마치 주인공처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POV컷은 캐릭터가 바라보고 있는 정보를 관객에게 전하는 역할과 더불어 연출자가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다. 

콘텐츠 컷에서 pov컷으로 바뀌는 순간, 시청자들이 보던 정보는 이야기 속 인물 관점으로 잠시나마 바뀐다. 출처: 넷플릭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총을 들고 가는 장면을 뒤에서 보면, 관객들은 그다음 장면만을 기대한다. 하지만 주인공이 총을 들고 가다가, 주인공의 총구가 나오는 pov샷으로 바뀌는 경우 시청자들 시점은 순식간에 주인공 입장으로 바뀐다.

POV컷에서만은 인물과 관객들이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기에 POV샷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시청자들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일반적인 와이드샷 혹은 풀샷에서 시청자들은 주인공보다 더 많은 이야기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POV삿을 보는 순간 영상 속 인물과 동일해진다. 즉, 시청자와 인물. 둘 다 같은 정보만 받아들이게 된다. POV컷에서만은 인물과 관객들이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기에 POV샷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시청자들이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점프컷:툭툭 튀는 컷 편집

넷플릭스&티비엔 '스타트업'은 해커톤이라는 점프컷을 활용해 긴 시간 동안 발생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낸다. 주로 시간이 흘러가는 장면들에서 많이 사용한다. 출처: 넷플릭스 

점프컷은 영상 안에서 높은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사용한다. 전부가 아닌 동작들 중간중간을 잘라내는 식으로 장면들을 나열해 극 안에서 필요한 템포를 조절한다. 이야기 내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할 때도 사용한다. 또한 시간을 압축하는 역할도 한다. 주로 시간이 흘러가는 장면들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점프컷 중에서 공간과 사람이 모두 바뀌면 시청자들이 매우 피로감을 느낀다. 이 같은 면들을 줄이기 위해 배경은 그대로 두면서 사람만 움직이게 하는 게 좋다.


매치 컷: '예술로서의 편집', '스토리텔링'효율성을 높이는 컷

블레이드 러너 2049의 오프닝 시퀀스. 매치 컷으로 시작한다.

매치 컷은 존재감이 강하다. 매치 컷은 그 존재감을 가장 돋보이기 때문에 이야기나 상황에 몰입한 관객들도 매치 컷을 보면 자신이 몰입한 게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성질 탓에 매치 컷은 ‘내용’보다 ‘편집기술’이 더 돋보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철인왕후가 코미디를 표방한다는 걸 명확하게 알려주는 매치 컷. 출처: 티빙.

매치 컷은 '예술로서의 편집', '스토리텔링'효율성을 높인다. 그렇기에 과감하거나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하면 작품이 지향하는 방향을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수 있다. 매치 컷은 화면 안의 피사체 위치와 모양을 일치시키거나, 피사체 움직임을 매치시키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다. 대화 장면에서도 앵글에 의한 매치 컷이 있다. 잘 쓰면 영화의 내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창의적인 도구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다. 이 같은 샷들이 과도하면 집중도를 방해한다.


교차편집

교차편집은 서로 다른 사건이 동시간에 일어나고 있는 다른 사건을 동시에 보여주는 편집 기법이다. 

교차편집은 단순히 다른 사건을 병렬식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메시지'와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예시로 알아보자. 

교차편집은 서사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게 많이 사용한다. 출처: 넷플릭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이율(도경수)의 필체를 분석하는 장제윤(김선호)의 추리를 묘사하기 위해 교차편집을 사용한다. 또 다른 장면도 살펴보자. 연홍심(남지현)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연홍심(남지현)의 뒷모습을 중심으로 시간이 바뀐다. 제로 컷을 통한 교차편집은 시청자들을 순식간에 연홍심(남지현)의 과거로 이끈다.

교차편집과 축축한 녹색톤 영상은 비밀의 숲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출처: 넷플릭스.

'비밀의 숲 시즌2'에서 황시목(조승우)이 경찰 내부 구타 자살사건 현장을 추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황시목(조승우)은 피해자처럼 샤워 구에 목을 맨다. 이 순간 영상톤은 축축한 녹색으로 변하고 조서에 기록된 과거가 영상으로 표현된다. 이를 바라보는 황시목(조승우). 이 장면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어 있다.

'낮과 밤'에서 사용된 교차편집 컷.(스포이기에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출처: 티빙. 

교차편집은 종종 관객들을 에게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속이기 위한 방법으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셉션같이 아예 다른 몇 가지 세계를 보여줘야 하는 경우, 교차편집으로 이뤄진 영화라고 할 만큼 많이 사용한다. 중요 한컷 '교차편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야기 진행에 '교차편집'이 이유. '왜?'가 더 중요하다.


사운드 컷


사운드 컷은 화면 구도, 연결 삿의 조합, 배 우연 기외에 사운드도 관객의 몰입을 돕는 매우 좋은 도구다.‘J컷’, ‘L컷’ 같은 사운드 컷은 영상과 사운드 클립 배치에 따른 명칭이다. 다른 영상의 사운드가 먼저 나오기 시작하면 J컷이다. 현재 클립의 사운드가 다음 클립까지 이어지면 L컷이다. 사운드 컷은  화면과 사운드가 너무 맞지 않고 살짝 섞이게 만들면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편 집이 가능해진다. 만약 음악 그 자체가 상황을 강조하는 경우 그 자체를 사운드 컷이라고 한다.


제로 컷

1917은 '손'같은 소재를 사용해 아주 세밀하고 견고하게 제로 컷을 사용한다.

제로 컷은 전경에 있는 물건 등을 이용해 다른 장소의 샷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샷이다. 제로 컷을 사용하면 컷 포인트를 숨길수 있다. 동시에 갑자기 샷이 튀어나와 상황을 반감시키는 면도 해소할 수 있다. 제로 컷 같은 경우’ 롱테이크 샷을 연결시킬 때도 사용한다. 롱테이크 신과 롱테이크 신을 연결할 때 '사물'을 배치해 컷 전환을 숨긴다. 무엇보다 제로 컷은 감독과 촬영감독이 전하고자 한 효과를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로저 디킨스 감독이 촬영한 1917은 영화가 한, 두 컷으로 촬영했다고 느낄 정도로 제로 컷의 정수를 보여준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나무벽을 통해 장소와 장소 간 컷 변화를 준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샷에서  중요한 점은 ‘이 상황에서는 이 컷을 사용해야 한다’라는 절대원칙은 없다는 점이다. 컷’이 가진 특정만 파악해야 할게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서 '컷' 어떻게 기여할지를 생각해야 한다.'컷'은 시나리오 내력을 탄탄히 구축해 관객과 '영상'으로 호흡하고, 이를 통해 경험을 전하는 측면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시대는 끝났다. 영화와 드라마는 시청자 관점과 수준을 만족시키는 시청자 중심으로 변했다. 사용자가 기간에 따라 구독하는 시대로 변했고, 사용자는 철저히 자신만의 관점으로 방송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작품이 인기를 얻고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받는 좋은 작품들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좋은 이야기가 가진 성질과 핵심을 파악하고, 습득하면서도 더 좋은 배우와 시청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와 이야기는 더 많아졌다. 이에 반해 양질의 이야기와 정보는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배우, 영화, 드라마는 연기보다는 휘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우리가 호락호락하지 않게 소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를 봐야 한다. 휘발적으로 변할수록 우리는 이야기를 구축하는 영상 샷과 샷 디자인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태도를 지킬수록, 시청자 개개인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쌓으며 나아가 자신만의 기준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멋과 기준을 정의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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