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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11. 2020

남한산성을 통해 알아보는 영상 질감과 컬러.

[심화학습]빛은 어떻게 영화 '남한산성'의 질감에 영향을 주는가?

지금까지 포스팅한 영상에 대한 글은 추상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사례연구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는 영화 남한산성을 토대로 영상 질감과 컬러가 영화와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시작한다.

“그 해 겨울은 추웠고, 눈이 많이 내렸다”

이야기가 겨울에서 시작임을 알리는 영화 오프닝 시퀀스. 출처: 넷플릭스

이 문구를 보며, 우리는 이 영화가 겨울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후 영화는 매우 거칠고 무미건조하고 무거운 질감으로 시작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영화 남한산성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후 청나라 황제에게 '삼궤구고두례'를 한 병자호란을 다룬다. 우리는 결론을 이미 알고 있으며 조선은 청나라에게 패했다. 인조를 머리를 바위에 조아리며 청에게 예를 다하기로 맹세한 것을 안다. 이는 인조실록에도 적혀있는 사실이다. 관객들의 기대는 '소설 남한산성을 어떻게 영상으로 옮겼을까?'와 실제로 눈으로 보지 못한 역사재현이다.


빛은 어떻게 영화 '남한산성'의 질감에 영향을 주는가?

혹한과 그에 따른 건조함을 남한산성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영상 질감이다. 출처: 넷플릭스.

혹한은 남한산성을 관통하는 영상 질감이다. ‘혹한’을 단순한 ‘추위'가 아닌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무겁고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다. 또한  '혹한'으로부터 시작하는 겨울철의 살아있는 공기를 영상 안에 담으려고 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극대화시킨다. 남한산성은 영상 그 자체가 강력하게 영상의 내력(골격)이 되어 배우들 연기를 폭발시키는 매우 좋은 사례 중 하나다.

혹한을 조선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더 세밀하게 연출한다. 출처: 넷플릭스

남한산성에 '혹한'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조선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이는 같은 혹한을 겪지만 풍요롭고 여유로운 청나라 진영과 대치를 이룬다. 특히 인조(박해일)가 먹는 음식과 음식 위로 올라오는 김은 누추함을 더더욱 극대화한다. 남한산성은 ‘혹한’을 영상으로 담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뒤에 다오는 청나라와 전투 장면은 차갑고 건조한 영상이 도드라지는데, 이러한 면이 관객들에게 조선이 처한 상황을 더 참혹하게 전한다.

차가운 영상 질감, 겨울, 음식의 김은 조선이 처한 상황을 참혹함을 더 부각한다. 출처: 넷플릭스


'혹한'의 거친 질감과 차가운 정서는 영화 안으로 무사히 들어와 배우들 연기가 시나리오에 잘 스며들게 돕는다. 영화 초반 최명길(이병헌 분)이 혹한 속에서 청나라에 외치는 모습이 압도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혹한'이 돋보이는 장면은 처음부터 나온다. 김상현이 늙은 사공을 베는 장면이다. 

김상현이 사공을 베는 장면. 피는 나오지만, 멀리서 찍어 어떠한 잔인함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장면에서 김상현(김윤석)은 칼을 휘두르며 늙은 사공을 칼로 베지만, 피 튀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이 장면은 아주 멀리서 찍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김상현이 어떤 인물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보통 인물 묘사는 배우 연기를 통해  가늠할 수 있으나, 관객들은 늙은 사공을 죽이는 김상현을 보고, 그가 앞서 나온 최명길(이병헌)과 분명하게 무엇인가 다를 거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겨울의 계절감은 영화에서 끊임없이 발견할 수 있다.

남한산성은 실제 한겨울에 추운 장소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입김을 통해 '겨울'의 계절감이 드러난다. 여기에 일관적인 푸르스름한 영상톤은 그 자체로 추위와 겨울을 묘사한다. 한낮에도 느껴지는 금속성의 차가운 톤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차분함과 긴장감을 유지하며 관격들이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차가우면서 푸르스름한 톤과 붉은 불빛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표정에 세밀함을 더한다.

남한산성은 크게 두 톤의 색감과 빛. 이를 연결하는 대비가 무척이나 돋보인다. 남한산성은 '혹한'이 만든 계절감. 추위와 대비되는 불빛을 사용해 영화 속에서 배우들 얼굴에 어두움을 더한다.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얼굴 굴곡은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세밀하게 증폭시킨다. 여기에 의상이 가진 질감들도 주위를 더 자세히 표현한다. 

빛과 어둠을 활용한 인물묘사는 김지용 촬영감독의 전작인 밀정과 화이에서도 보았던 부분이다.
화이와 밀정에서 보여준 빛과 어두움을 사용한 인물묘사는 남한산성에서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남한산성의 컬러는 암부 사이에서 미세한 컬러톤만 꼼꼼하게 만들어냈다. 여기에 미세한 노이즈를 더해 질감을 더욱 살렸다. 이는 남한산성을 촬영한 김지용 촬영감독의 전작인 밀정과 화이에서도 볼 수 있던 부분이다. 밤에는 어둠과 불을 대조시켜 혹한을 더 배가시킨다. 횃불, 전등같이 과거와 현재에 사용했던 혹은 사용할 법한 빛들을 오렌지, 노란색의 따뜻한 톤을 만들어 분위기를 대비시킨다. 이 같은 장면은 초반 대장간에서 일하는 날쇠(고수)와 칠복(이다윗)이 나오는 장면에서부터 바로 알 수 있다.

혹한의 건조한 추위 속에서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불과 붉은색은 극명하게 구분되며 영상 질감을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혹한의 건조한 추위 속에서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불과 붉은색은 극명하게 구분되며 영상 질감을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영화 자체가 혹한과 산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영화는 알렉사로 촬영했음에도 매우 거칠다. 전투 장면뿐만 아니라, 저녁 장면에서도 혹한에 따른 건조함이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오히려 어두움 속에 마주하는 추위는 조선의 상황을 더욱 비참하게 묘사한다. 또한 영상 전체에 선명도를 올렸기에 배경, 인물 표정, 표현, 피부톤이 선명하게 나온다. 촬영팀. 특히 조명팀이 조명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해 차가운 톤과 따뜻한 톤의 대비를 잘 이끌어냈다. 여기에 레드가 아닌 알렉사로 촬영한 영상은 부드러운 잔상을 기록해 영화가 지나치게 메마른 걸 막는다. 반면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나온 겨울 영상을 보자. 남한산성과 그 차이를 분명하게 확실할 수 있다.

싸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겨울 영상. 남한산성과 그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빛: 영상 질감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같은 혹한이지만 여유가 넘치는 청나라 군대에서는 참혹함보 다는 여유를 볼 수 있다.

빛은 부드러울 수도 거칠 수도 하다. 영화 구조설계 시에는 이 같은 빛 속성은 항상 염두해야 한다. 영화가 부드럽다면 부드러운 빛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영화 톤과 다르게 빛이 거칠다면? 그 빛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들에서 거칠고 타이트한 샷들은 조명을 보조해 빛을 순화시킨다. 조명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후반 DI와 컬러 작업으로 해결한다.

렘브란트가 그린 '야간순찰대'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을 활용해 그림에 생동감을 넣었다. 출처: 위키디피아.

빛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에서 어두움이 있다. 그 어두움과 빛을 얼마큼 잘 잡아내는가에 따라서 질감이 달라진다. 영상 질감을 논함에 있어서 빛은 결코 뺄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렘브란트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도 빛을 다루는 능력 때문이다. 그는 빛을 통해 그림 자체가 얼마나 부드러워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빛과 어둠을 넘어 이 두 가지를 정서로 끌어내 그림 속에 담아낸다. 렘브란트 그림이 항상 사람들의 마음에 촉촉이 스며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연광은 여유로운 청나라 군대를 더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느긋함과 승자의 여유는 자연광을 통해 더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영상 질감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연광이 먼저다. 그다음은 조명이다. 우리가 영상으로 보는 영상은 실제 모습과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남한산성은 키 라이트가 들어오는 북쪽엔 창호지보다는 얇은 칭찬을 설치하고 필요에 따라 조명기와 실크 천 사이에 추가로 디퓨젼을 더하고 빼는 작업을 반복해 ‘퀭하며 변하는 질감의 빛’을 만들었다고 한다.

빛으로 조성한 분위기는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현(김윤석)의 연기를 더 강력하게 만든다.

순광 혹은 역광에 따라 인물들이 나오는 얼굴들도 다르다. 이럴 때는 대비를 조절하거나 화소를 올리기도 한다. 남한산성에서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현(김윤석)이 나오는 장면을 보자. 톤은 일관적이다. 하지만 두 인물이 서로 마주 보게 촬영해 두 인물 간 대립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빛으로 조성한 분위기는 두 사람의 대립을 매우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남한산성을 관통하는 질감인 ‘혹한’은 두 사람 간 대립을 더 고조시킨다. 그 가운데 있는 인조(박해일)는 매우 연약해 보인다.


질감은 영화를 읽어내는 요소다.


빛을 설계하는 일은 촬영에서 제일 중요하다. 카메라 구조 자체가 빛을 걸러내어 만들기 때문에 조명과 카메라 앵글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조명도 중요하다. 조명은 의외로 관객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조명은 빛을 다루며, 시나리오에 담긴 서사와 감정, 인상,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 기틀이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에서 영상을 만들기 위한 조명과 앵글은 시간과 싸움이다. 설령 두 인물이 대화하는 신이라도 그 신을 찍을 경우 동시에 찍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같은 질감을 담아 찍어야 하는데 질감이 동시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B 카메라를 사용하면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예산과 배우들 감정조절도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균질한 영상질감은 배우들의 비주얼을 눌러버린다.

빛은 영화를 표현하는 겉면이기에 무척이나 중요하다. 빛을 통해 구현한 영화 질감은 일차적으로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비주얼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 남한산성에서도 이 같은 면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병헌과 고수 같은 경우 혹한과 차가운 빛이 두 배우의 강한 비주얼을 일차적으로 지운다. 여기에 앞서 한번 언급한 입김은 혹한과 겨울이라는 질감을 더욱 사실적으로 부각해, 오로지 영화 안에서 두 배우의 연기만 나오도록 돕는다.

영화 후반부 최명길의 모습. 혹한이 거의 끝나자 최명길만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진다. 출처: 넷플릭스. 

그렇기에 영상 촬영과 후보정으로 만든 영화 내 색온도와 그로 시작하는 질감은 매우 중요하다. 빛은 그 자체로 영화에 질감을 만들어내는 디테일 요소이자, 영상 구조를 만든다. 이를 통해 시나리오가 추구하는 톤 앤 매너가 만들어내는 건 당연하다. 스테이크로 치면 겉을 바싹하게 알지 아닐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장면에 필요한 톤 앤 매너를 위해 필터를 사용하고 베이스 색과 주광이 되는 조명과 대비를 만들기도 한다.


빛을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서 시나리오가 추구하는 이야기, 주제, 감정 설계, 배우 연기, 묘사는 달라지기에, 촬영 및 조명팀은 매 촬영 때마다 영상 신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우리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배우에 집중하지만 사실은 그보다는 그걸 가능하게 하는 스텝들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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