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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22. 2020

콜:빛과 색으로 조각한 날카로운 스릴러.

[심화학습] 넷플릭스 '콜'

지난 글에서는 '백일의 낭군님'의 샷과 영상 설계를 알아보았다. 오늘은 코로나로 극장 개봉이 연기된 후, 결국은 '사냥의 시간'처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콜'속의 샷과 영상 설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드라마와 영화는 영상 진폭이 다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영화는 만들어진 것. 드라마는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내가 ‘배우, 감정을 조각하는 사람들’에서 꾸준히 이야기한 부분이다. 영화는 영상미와 이야기를 항상 같은 결로 유지해야 한다. 이야기 진행은 강약이 분명해야 하고, 영상도 압축해야 한다. 2시간 정도의 짧은 상영시간 동안 이야기를 모두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드라마는 최소 '8주'라는 기간 동안 방영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주’ 단위로 나눈다.

콜의 오프닝 시퀀스. 고요하고 차분한 와이드샷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암시한다.

영화는 단거리 달리기, 드라마는 장거리 육상경기와 비슷하다. 100m 달리기 선수를 몸과 마라톤 선수들 근육이 다르듯이, 영화와 드라마를 구성하는 몸과 근육. 즉, 영상 설계와 이야기 진행속도도 다르다. 드라마와 영화는 이런 면에서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방영 중인 tvN의 ‘낮과 밤’의 초반 이야기가 굉장히 파편적이다.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매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초반에 뿌려놓은 파편들을 맞추며 커다란 이야기 덩어리를 만든다.

영화 ‘콜’ 은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다. 충무로의 떠오르는 블루칩 감독인 이충현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고, ‘기생충’을 통해 외국어 영화 최초로 미국 영화편집자협회 편집상을 수상한 양진모 편집감독이 편집했으며, '경주’, ‘꿈의 제인’등  여러 영화에서 감각적인 영상미를 담아냈던 조영직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았다. 편집을 맡았던 양진모 감독은 '콜'을 놓고 "서로를 속고 속이는 서연과 영숙 사이의 긴장감을 컷 길이의 세밀한 설정, 각종 인서트와 교차 편집으로 영화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조영직 촬영감독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감정을 켜켜이 쌓아나가 마지막에 폭발시키고, 이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했다”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무엇보다 영화 '콜'은 캐릭터의 감정을 한층 배가시키는 정중앙 구도와 POV컷. 섬세한 색감과 질감 표현으로 영화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글에서는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이야기 중반부까지의 사진만 사용했다(출처는 모두 넷플릭스다.)


어둠: ‘콜’을 관통하는 공간감.

'콜'에서 '어둠'은 영화 분위기. 차분함, 긴장감, 고요함을 만들며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표현한다. 

콜은 크게 푸른색, 노란색 그리고 검은색. 이를 연결하는 대비가 스릴러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세밀하다.  대비가 세밀하다는 말은 영화 안에서 빛 설계. 조명을 세밀하게 설계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콜'에서는 자연빛과 인공 빛. 조명을 써서 만든 빛이 단순히 빛이나 영상을 담아내는 걸 넘어 가이드라인을 형성하는 영상 골격을 만든다.

빛과 그림자에서 묘사되는 어둠이 배우들 얼굴 하나하나를 비춘다. 그 얼굴 속 그림자는 인물을 감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서연(박신혜)에게는 검은색과 푸른 톤 색상을 일관적으로 적용하고, 영숙(전종서)에게는 검음색과 오렌지 색을 적용해, 두 사람 간의 이야기를 색으로 양분해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긴다. 콜에 ‘검은색’은 서영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상세하게 묘사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여기서 멈춘다.)이는 같은 어둠을 바탕으로 묘사한 영숙과 대치를 이룬다. 영화 콜에서 '영상'은 그 자체가 강력하게 영화의 내력(골격)이 되어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연기를 폭발시킨다. 

'콜'에서 어둠은 캔버스같이 이야기를 흐르는 공간감을 물론이거니와 정서를 표현한다. 영화 초반에 사용된 어둠은 부드럽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그 농도는 더 진해지고 거칠어진다. 여기에 진한 녹색, 붉은색, 보라색, 오렌지색이 더해서 더 극한 상황. 공간감으로 변한다. 콜은 ‘어둠’을 영상으로 담는 일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둠과 빛 대비를 통해 표현하는 '차분함'과 '긴장감'은 영화를 팽팽하게 만든다. 이러한 면이 관객들에게 서연이 처한 상황을 더 참혹하게 전한다.‘어둠’ 속에 담긴 거친 질감과 긴장감은 영화 안으로 무사히 들어와 배우들의 연기를 시나리오에 스며들게 돕는다. 마치 접착제처럼.

콜의 영상 설계는 매우 단순하고 간결하다. 모든 감정연기의 시작이 어둠이다.

영화 안에서는 어두운 장면이 이 오랜 시간 동안 선보이다가 밝은 화면으로 바뀐다. 이는 마치 우리가 어두운 장소에 있다가 밝은 곳에 나오는 순간 느끼는 상쾌함과 비슷하다. 동시에 ‘전화소리’부터 시작하는 감정의 고조와 긴장은 어둠을 통해 영상 안에 세밀하게 스며든다. 더불어 배우들의 내밀한 연기도 ‘어둠’과 '색' 대비를 통해 극대화된다. 어둠이 그려내는 세밀한 긴장감과 농밀한 감촉을 영화는 반복적으로 담아내고 영화 속 정서를 형성한다. 만약 콜이 넷플릭스가 아닌 영화관에서 개봉했다면 이러한 경험은 더 배가 되었을 것이다.

어둠을 연출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배우들의 개개인의 표정과 딕션에서 세밀한 연기가 묻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역린과 아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면이다. 역린 같은 경우, 어둠을 통해 정조와 정순왕후 간의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아수라는 어둠과 그에 따른 색 대비를 이용해  아수라판인 영화 내용을 고스란히 묘사한다. 남한산성에서도 어두움은 '혹한'을 부각하는 요소다. 오히려 '콜'에서 어둠은 긴장의 축적과 해결. 동시에 인물 성격을 부각한다. 더불어 이를 정중앙 구도로 매우 압축적이면서도 선명하게 담아낸다.


정중앙 구도:이야기를 안정적으로 전하는 기둥.


정중앙 구도는 효과적인 정보와 안정적인 영상 감을 넘어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세밀하게 증폭시킨다. 콜은 이 같은 ‘정중앙 구도’가 가진 특징을 작품 정서로 연결시킨다. 화려한 연출 없이 전화기를 든 두 인물들 표정을 클로즈업샷으로 잡아 영화에 필요한 배우들의 세밀한 감정을 포착한다. 또한 '콜'에서는 정중앙 구도를 이야기를 전하는 수준에서 끝내지 않는다. 오히려 정중앙 구도에 POV샷을 넣어 관객들이 서영과 감정을 관찰하고 공유하도록 만든다.

콜은 많은 샷에서 정중앙 구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교보다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진부하지 않다.

전화통화에 따라서 바뀌는 미래. 집 풍경과 의상이 바뀌는 효과들도 영화 전개를 더욱 세밀하게 만든다. 영화 초반에는 전화통화를 하는 서연(박신혜)의 모습은 '클로즈업과 미디엄' 정도로 머물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전화기는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드라마틱한 사물로 변하는 걸 고려해, 컷 구성을 [클로즈업샷- 익스트림 샷]으로 보다 깊게 사용한다. 게다가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잠은 눈동자와 표정들은 감정표현을 을 더 배가시킨다. 이 같은 극 후반 서연이 전화기를 붙드는 장면에서 바로 알 수 있다.(스포일러 방지를 더는 이야기 하지 않겠다.) 동시에 이 모든 영상 묘사는 대부분 정중앙 구도로 촬영한다.


콜을 촬영한 조영직 촬영감독은 익스크림 클로즈업샷이 얼마나 감정표현에 능할 수 있는지와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이 ‘기교’가 아님을 증명한다.

콜에서는 '미디엄-클로즈업'에서 '클로즈업-익스트림 클로즈 입'으로 샷 구성이 바뀐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영화는 서연과 영숙 간의 싸움이 극단으로 다르고 있다는 걸 알려준다. 콜을 촬영한 조영직 촬영감독은 이러한 두 배우의 디테일한 감정연기를 익스크림 클로즈업샷으로 완벽하게 잡아낸다. 동시에 익스크림 클로즈업샷이 얼마나 감정표현에 능할 수 있는지와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이 ‘기교’가 아님을 증명한다.


컬러:이야기 흐름 전하는 디테일.


빛은 영화를 표현하는 겉면이다. 빛을 통해 구현한 영화 질감은 일차적으로 영화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의 비주얼을 지운다. 빛이 이 작업을 하고 나면 컬러는 그 안에 영화 이야기에 맞는 분위기. 디테일을 넣기 시작한다.

 이와 다르게 컬러는 영화 속 이야기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도로와 같다.

콜의 컬러는 영화 정서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콜은 세밀한 컬러다 돋보이는 영화다. 급박한 영화 분위기에 맞는 낮은 색온도와 색상과 컬러는 ‘위대한 개츠비’,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등에 참여한 영국의 바네사 테일러 컬러리스트가 만든 결과물이다. 그녀는 노랑, 파란색 등 대비되는 색감을 활용해 같은 공간을 20년 간극이 존재하는 다른 시대로 구현했다. 또한 캐릭터별로 조명 밝기와 컬러 텍스처를 다르게 표현하는 등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서영이 있는 시대는 언제나 푸른빛이다.

영상 전체에 선명도를 올렸기에 배경, 인물 표정, 표현, 피부톤이 선명하다. 특히 조명팀이 조명 방향을 적절하게 설정해 차가운 톤과 따뜻한 톤의 대비를 잘 이끌어냈다. 콜은 컬러 사용에 대한 거의 교과서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숙이 있는 시대는 언제나 노란색과 어둠, 서영이 있는 시대는 어둠과 푸른빛, 확실한 컬러대비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만든다.


콜에서 어둠은 캔버스다. '콜'에서 빛은 언제나 분위기를 먼저 만든다. 영화에서 푸른빛은 ‘서연’이 중심인 이야기를 만들고, 노란색과 붉은색 빛은 ‘영숙’이 이야기 중심으로 오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이자 가장 중요한 도구인 '전화기'는 이야기 흐름을 바꾸고 두 배우의 연기를 매끄럽게 만든다.

서영은 언제나 파란색, 영숙은 언제나 노란색.

어둠이 조성한 긴장감 속에서 푸른색과 붉은 오렌지색은 서연(박신혜)과 영숙(전종서)의 상황과 감정을 을 구분한다. 푸른색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서연의 심리를 묘사한다. 이에 반해 영숙이 나오는 장면들은 처음에는 노란색이 강하지만 노란색은 점차 오렌지색이 강해지고 여기에 붉은색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녀가 가진 광기가 표출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극 후반으로 가면 이 색은 또 다른 색으로 변한다.


콜에서 컬러는 두 여인이 있는 시대를 '구분'하는 장치다. 동시에 영상에 차가움을 넣기 위해 내린 고의적으로 내린 색온도는 언제 깨질지 모를 '긴장감'을 담아낸다. 각 장면과 정서를 구분하는 컬러. 그 속 속에 마주하는 두 사람 간 이야기는 각 인물의 상황을 더욱 날카롭게 묘사한다. 마치 날 선 칼날처럼 말이다.'어둠'은 단지 이 날카로움을 조금 완화시킬 뿐이다. 콜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면을 찾을 수 있다.



콜은 정중앙 구도 영상과 후보정으로 조절한 색온도와 컬러를 통해 영화의 질감을 넘어 영화를 지탱하는 언어이자 기둥이다. 이를 통해 '콜'이라는 영화가 추구하는 룩은 배우 명료하게 시청자들에게 전해진다.

지난 글에서 다룬 ‘백일의 낭군님’과 '콜'을 비교해본다면 ‘사극’이라는 큰 틀 안에서 폐쇄적인 개방성을 추구했다면,‘콜’은 기교보다는 '이야기'에 적합한 샷과 컷 편집으로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설계했다. 어떤 면에서 이야기에 맞는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위해 기교를 덜어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가 만일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에 집중한다면, 이야기가 더 눈에 보인다. 반면에 이야기보다는 그 안에 디자인에 초점을 두면 이야기보다는 디자인이 보인다. 우리가 무엇을, 시선을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은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아마도 우리가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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