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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21. 2020

'백일의낭군님'은 어떻게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하는가

[심화학습] tvN &넷플릭스 '백일의 낭군님'.

이번 심화학습에서는 2018년 TvN에서 방영한 ‘백일의 낭군님’을 다룬다.

[이번 글은 이미지가 많다. 또한 별도 표기하지 않은 모든 이미지는 전부 넷플릭스다.]

'백일의 낭군님'은 로맨틱 사극이다. 사극은 현대극과 다르게 서정적인 면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사극은 그 자체만으로 현대극과 다른 은은하고 부드러운 정서를 가지고 있다. 

특히 대사에 사용하는 단어가 많이 다르다. 또한 배우들에게는 매우 정확한 딕션을 요구한다. 

백일의 낭군님도 이러한 사극의 특징을 고스란히 따른다.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 중 한 명인 세자 이율(도경수)

모든 장르는 그 안에서 여러 장르가 섞여있다. 멜로물이라고 해도 그 안에 스릴러와 액션 장르가 섞여있다.

액션물이면서 그 안에 멜로와 스릴러가 섞여있기도 하다.‘백일의 낭군님’은 '로맨틱 사극'이면서도 추리와 액션이 섞여있다. 어떤 면에서 ‘백일의 낭군님’은 사극 치고는 장르 진폭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드라마의 영상 설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드라마 공간감을 구축하기 위해 사용한 검은색, 색채와 대비다.

‘백일의 낭군님’의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는 주인공인 이율&나원 득(도경수)과 연홍심&윤이서(남지현)이다.

그 가운데 있는 정제윤(김선호)은 ‘백일의 낭군님’이 ‘로맨틱’에서 ‘추리’로 넘어가는 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드라마 속에서 장르를 살짝 바꾸는 신호등 역할을 하다 보니, 정제윤(김선호)이 나오는 부분에서만 유독 이야기 진행이 빠르다. 시청자들이 백일의 낭군님을 보면서 이야기 완급이 적절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정제윤 때문이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주목할 샷들

현대극은 옷, 지형, 건물 등에서 사극보다 더 자유롭다. 출처: 스위트 홈 in 넷플릭스.

현대극은 사극과 다르게 자연에서부터 마천루까지 다양한 풍경을 찍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사극은 다르다. 자연과 고증에 맞는 건물을 사용해야 한다. 사극에서 ‘사’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을 의미하기에 역사고증은 영상 구축을 넘어 작품의 완성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방영 중인 철인왕후도 사극이 가진 장르적 연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은 고증 때문에 방영 직후 비판을 받았다. 출처: 티빙.

사극은 태생적인 연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보다는, 오히려 '기교'를 버리고 이야기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그렇기에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정석에 충실한 장면들은 찾기 쉽다. 또한 시나리오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범주에도 들어가기에, ‘역린’ 같은 보여주는 역동적인 칼싸움도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제작진은 액션신을 드라마 영상 구조에 맞추기 위해 그림자와 색감을 적극 활용한다.


따스한 정서와 분위기를 전하는데 초점을 두는 와이드&익스트림 와이드샷

와이드 샷과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대사'와 '내레이션' 없이 극 안의 분위기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때 사용한다.‘백일의 낭군님’에서 사용한 와이드와 익스트림 와이드샷도 이 역할에 충실하다. 촉촉한 노란색, 대비를 강조하는 붉은색, 따듯한 검은색이 주축이 된 와이드샷이 자주 나온다.

연홍심(남지현)이 오라비인 무연(김재영)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보름날에 가는 다리, 무연과 세자빈이 만나는 민들에 밭 장면에서 노란색 꽃과 민들레꽃을 담은 와이드 및 익스트림 와이드샷은 사극만이 가진 서정적인 미을 극대화 시킨다. 

또한 드론을 이용해 촬영한 익스트림 와이드샷으로 촬영한 말 타는 장면 등은 이야기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상황, 정보, 분위기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주 드물지만 실루엣을 강조한 와이드샷은 사극만이 가진 따스한 정서와 절제미를 전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1화에서부터 ‘꽃잎’을 이율(도경수)과 윤이서(남지현).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는 물체로 만들어 드라마에서 일관적으로 활용한다.


궁궐 및 실내 촬영의 한계의 대안: 풀샷.

백일의 낭군님에서 풀샷은 와이드샷의 대안책이기도 하다.

현대극에서는 쇼핑몰, 터미널, 공항, 카페, 저택 등 넓은 공간들이 많다. 하지만 사극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시대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현대인과 조선시대 사람이 사용한 집과 방 크기는 엄연히 다르다. 뿐만 아니라 길목 너비도 다르다. 또한 사극은 공간 하나하나도 고증에 입각해야 한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백일의 낭군님의 실내공간은 좁다. 공간이 좁기 때문에 그 자체를 와이드샷으로 담아내기 어렵다.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백일의 낭군님'은 풀샷을 기본 화면으로 정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실내공간과 그 안의 인물정보를 카메라에 효율적으로 담는다. 사극만이 가진 제약을 역으로 활용한 셈이다. 이러한 의도로 인해 백일의 낭군님에서 풀샷은 와이드 컷 같은 역할을 겸한다. 물론 백일의 낭군님 안에서도 실내 와이드 샷이 나오지만, 왕이 신하들과 함께 있는 몇 장면 정도다.

예를 들어 송주 현내 모든 집은 전부 풀샷으로 담아 공간을 표현한다. 송주현에서도 실외에서는 와이드샷이 가능하지만, 실내에서는 모두 풀샷을 통해 와이드샷과 동일한 정보를 전한다. 연홍심(남지현)의 집, 현감이 일하는 집무실, 송주현 시장과 서점, 물레 방앗간 등. 모든 실내장소를 가급적 풀샷으로 찍는다.

한양에서 일부 건물이 큰 곳은 와이드샷이 어느 정도 가능할 때는 풀샷과 와이드샷의 중간에서 촬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4화에서 연홍심(남지현)이 김차언(조성하)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에서 집 구조상 와이드샷으로 촬영이 가능하지만, 피사체 구성이 다소 애매하다. 풀샷으로 찍으면 피사체 일부가 잘리고, 와이드샷으로 찍으면 화면 구성이 애매하다.

화면을 유심히보면 오른쪽끝이 애매하다.
와이드샷과 풀샷이 모두 애매한상태. 적절하게 타협점을 찾았다.

이러한 경우에 풀샷에서 크기를 조금 더 키워  풀샷과 와이드샷의 중간에서 전경을 묘사한다. 물론 궁에서도 종종 와이드샷을 사용한다. 하지만 공간이 가진 한계 때문에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공간보다 피사체가 더 잡혀 공간정보가 산만하다. 이러한 부분은 촬영 문제라기보다는 ‘사극’이라는 제약. 장르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부분이다.


미디엄숏

3분 1법칙은 내일의 낭군님에서 상당히 자주 나오는 연출 방식이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미디엄숏은 풀샷과 함께 송주현과 한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사극 자체가 영상 표현을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 이런 방향 아래에서 '백일의 낭군님'은 미디엄숏에서부터 클로즈업까지 언제나 180도 법칙,  3분 1법칙, 중앙 소실 점등을 정석으로 이용한다. 그렇기에 미디엄숏은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목적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기교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다. 자연스럽게 미디엄, 마스터 샷 자체도 기본기에 충실하기에 콘텐츠 컷도 기본에 충실하다. 어떤 면에서는 절제된 면이 강하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샷

백일의 낭군님은 사람 간 관계가 이야기 중심이기에 클로즈업샷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

백일의 낭군님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이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가 중심이다. 클로즈업샷은 주로 인물들 간 감정표현을 전달하는 데 사용하고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촉감, 정서, 정취를 강조하는 데 사용한다. 클로즈업샷 기능 자체가 감정표현에 특화된 샷인 탓도 있다. 사물을 묘사하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사극에 필요한 ‘고증’도 더하고, 때때로 이야기 전달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에도 사용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은 '고증'을 비롯한 디테일 묘사에 자주 사용된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이야기를 전하는 연출.]

명료하고 단순한 컷 설계는 '백일의 낭군님'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백일의 낭군님은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영상 연출에 있어서 사극이 가진 깔끔하고 명료한 정서들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피사체를 사용한 라인 설계는 깔끔하다. 클로즈업샷에서 풀샷까지 정석을 지키며 단단한 화면을 만들기 위해 사람, 신체부위, 사물, 빛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이야기 진행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180도 법칙과 3분 1법칙.

모든 샷들은 항상 180도 법칙을 적용해 안정적이다.
기교보다는 정석을 택했기에, 백일의 낭군님의 이야기 전개는 안정적이다.

180도 법칙은 안정감 있는 화면을 위한 방법이다. 180도선을 유지하면 피사체를 담는걸 특별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180도 법칙은 안정적인 영상을 만들기 때문에 ‘백일의 낭군님’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트와이스의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 180도 법칙은 영상정보를 효율적으로 전하는 기법으로 끝난다. 하지만 백일의 낭군님’ 같은 드라마에서 180도 법칙은 장면을 안정감 있게 만드는 기본골격이다. 또한 드라마 안에서는 이야기 컷 골격을  이어가는 뼈대와 관절 역할까지 겸한다.

백일의 낭군님은 정적이면서도 절제한 영상을 통해 사극이 주는 한계를 극복한다.

사극은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제한이 많다. 실험적인 샷보다는 정적으로 혹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백일의 낭군님'도 사극이다 보니 안정적으로 컷을 만들기 위해 180도 법칙을 일괄적으로 적용한다. 당연히 드라마 속 대부분 영상들은 모두 안정적이다.

프레임인 프레임

화면 안에서 '구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화면 구조물을 향하게 된다.

‘프레임 인 프레임’은 구조물을 이용해 화면 안에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화면 안에서 '구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청자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화면 구조물을 향하게 된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서 사용된 ‘프레임 인 프레임’은 정보와 분위기를 확실하게 전한다.

‘프레임인 프레임’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프레임 인프레임'이 가진 역할, 그 자체에 충실하다.

프레임 안 프레임은 이율(도경수)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극 초반에 이율이 떠나는 장면에서 사용한 ‘프레임 인 프레임’은 그의 고뇌를 극대화하는 데 사용된다. 홍심이와 단둘이 있을 때 사용하는 프레임 프레인은 홍심이가 지게를 내리는 원득이를 보게 한다. 화면을 강조하는 동시에, 마치 엿보는 느낌. 둘 사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살수가 이율을 미행하는 장면,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장면에서 분위기, 화살을 쏘는 장면에서 화살을 맞는 사람 시점을 전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드라마에서 사용된 ‘프레임 인 프레임’은 정보와 분위기를 확실하게 전한다.  ‘프레임인 프레임’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기보다는 '프레임 인프레임'이 가진 역할, 그 자체에 충실하다.

[가이드라인을 활용한 충실한 이야기 정보전달.]

백일의 낭군님에서 가이드라인은 크게 세 가지다. 사물을 사용해 만드는 가이드라인은 상황에 필요한 정보.  극 안에서  필요한 정보는 강조하는데 주요 사용한다. 신체를 사용한 가이드라인은 주로 인물 간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그 외에 빛을 사용해 만든 가이드라인은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신체를 사용한 가이드라인부터 살펴보자. 

‘손’같이 신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경우 인물 간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눈 같은 경우 매치 컷 같은 느낌을 더해 시청자들에게 ‘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구나’라는 느낌도 추가적으로 전한다.

자료 사진을 보자. 남지현의 손과 도경수의 눈을 일자로 배치해 영상에서 집중도를 높인다. 손과 눈을 사용해 만든 가이드라인을 액션 컷으로 구성해 디테일한 감정선이 담긴 콘텐츠 컷이 된다. 또한 이율(도경수)이 중전(한소희)의 볼을 손으로 살포시 가져다 놓는 장면. 김차언(조성하)이 중전 얼굴을 손으로 집어 잡는 장면은 가이드라인 자체만으로 감정선을 전한다.


빛을 사용한 가이드라인은 '사극'이 가진 표현의 한계를 창의적으로 극복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사극 특성상 현대물과 다르게 공간은 좁다. 종은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 설정이 중요하다.'백일의 낭군님' 제작팀은 이 같은 공간 한계를 가이드라인 설정을 통해 극복한다. 풀샷으로 컷 구성 한계를 극복했다면? 가이드라인 설정으로 표현 한계를 극복한다.

좁은 공간을 최대란 넓게 보이게 연출하기 위해 직선 180도 라인과 수직, 사물, 각도 등을 사용한다. 물레방앗간으로 나원득(도경수)이 걸어가는 장면, 김차언이 창고에서 무연을 바라보는 장면 등. 빛을 사용해 가이드라인을 성 정라고 이것을 풀샷으로 잡아 극 안에 필요한 컷을 만든다.

사물을 사용해서 만든 가이드라인은 주로 정보전달에 초점을 둔다. 그렇다고 모든 물건을 쓰는 게 아니다.

현대극에서는 가이드라인을 위해 다양한 사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극은 사물이 제한적이다. 사극에서 적극적으로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맞는 물건들은  칼, 붓, 책, 촛불, 나무, 화살 등이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이를 활용해 화면 내 가로 혹은 세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사로선을 대칭으로 설계해 가이드라인은 잡았다.왼쪽은 백일의 낭군님, 오른쪽은 블레이드러너2049


13화에서 나오는 창고신 같은 경우 블레이드 러너에서 보여준 가이드라인과 유사하다. 창고 안에 나무벽을 서로 마주 보아 대칭구조를 만들고 초점을 가운데에 두어 공간정보를 시청자들에게 명료하게 전한다. 칼로 무연의 얼굴 옆에 놓는 장면은 칼을 통해 화면을 나눈다. 칼은 자연스럽게 3분 1법칙에 해당하는 구도를 만들고 영상 구조는 단단해진다. 또한 화살, 붓을 사용한 장면들은 화면정보는 분할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 정보를 전한다.


정중앙 구도

영상은 디자인, 카메라 구도, 조명조합이다. 빛은 실루엣을 확실히 살리는 도구다. 빛으로 실루엣을 살리거나, 

색감을 통해 실루엣을 샷에서 분리해 실루엣을 죽이기도 한다. 때때로 중앙에 위치한 실루엣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정중앙 구도는 가장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앙에 놓인 정보들은 사람들에게 매우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하고, 만약 피사체가 중앙에 있으면 완벽한 밸런스를 만들고 피사체의 존재를 강력하게 부각한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에 정중앙 구도를 적용해  인물 감정을 강력하게 표현한다. 이는 정중앙 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철인왕후라는 사뭇 다르다.


[색채 대조를 통한 이야기의 정서조절]

노란색톤이 만들어낸 서정적인 느낌은 백일의 낭군님 전체를 관통하는 공간감이다. 극 안에서 긴장감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대비를 심하게 주어 내용 전개를 선명하게 한다. 특히 송주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에는 노란색이 거의 빠지지 않는다. 송주현에서의 이야기는 조선시대 백성들을 다루기에 노란색은 톤 앤 매너 그 자체다.

이와 달리 한양에서 사용한 노란색은 검은색의 대비와 함께 한양이라는 세련미와 정치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다. 또한 노란색의 채도도 올렸다. 같은 노란색이라도 송주현은 잔잔하지만, 한양은 노란색이 찐하다. 이러한 느낌은 '또 오해영'에서 보여준 노란색 필터 적용과 동일하다.


녹색톤은 노란색과 달리 차가운 장면을 다소 감정적으로 유연하게 만드는 데 사용한다. 노란색이 주축이 된 송주현과 달리 한양에서 많이 사용한다. 물론 송주현에서도 녹색톤은 많다. 하지만  송주현에서 녹색은 송주현 자연환경을 돋보이기 위해서만 사용한다. 이와 달리 한양. 특히 궁안에서 녹색은 궁안에서 정치와 모략 때문에 생긴 지나친 대비를 줄이는 완충제로 작동한다. 또한 궁궐만이 가진 서정적인 느낌을 보존하는 데 사용한다대표적인 사례가 이율(도경수) 나인들과 다리를 걷는 장면이다하지만 대비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대비를 올려 긴장감 올린다이를 통해 후반 작업에서 컬러리스트가 드라마  정서와 이를 통해 드라마 전체 공간감을 구축하려는 의도로도 유추할  있다.

한양에서의 색채는 송주현 돠 다르게 조금 더 진하다.

[서사 완급을 진행하는 김선호


모든 이야기에는 서사를 진전시키는 인물과 사건들이 존재한다. 이 같은 인물과 사건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게 따라 이야기 완성도가 좋아진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2명 나온다. 아전인 박복은(이준혁)과 정제윤(김선호)다. 

박복은(이준혁) ‘백일의 낭군님’에서 극 안에서 사극만이 가진 특유의 웃음을 끌어낸다. 박복은(이준혁)은 그 존재만으로 극 안에서 긴장감을 줄이고, 극 안에서 유머를 넣는다. 드라마가 전개되는 도중 박복은(이준혁)이 나오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이 장면은 좀 웃기겠군’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백일의 낭군님’은 김차언이라는 악역을 중심으로 큰 음모가 진행된다. 김차언을 맡은 조성하 배우는 악역에만 충실하기에 서사를 진전시키는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서사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작품 골격을 탄탄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이와 다르게 김선호 배우가 맡은 정제윤은 ‘백일의 낭군님’에서 이야기 전개 완급을 조절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정제윤(김선호)이 나오는 수많은 장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야기가 크거나 작게 진행된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가장 큰 내력이자, 시나리오 골격을 다지는 역할은 단연코 정제윤(김선호)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세자인 이율(도경수)은 기억을 잃기 전까지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다. 하지만 기억을 잃고 난 뒤에 ‘백일의 낭군님’은 이야기를 이끌 주체가 사라진다. 그 사라지는 타이밍에 맞게 정제윤(김선호)이 나온다. 나원 득으로 살아가던 세자 이율이 기억을 찾는 드라마 후반이 되어서야이야기를 이끄는 주체가 다시 이율로 바뀌도, 정제 윤은 이율을 돕는 보조역할로 바뀐다.

이 같은 정제윤(김선호)의 역할 때문에 드라마는 정제윤에 대한 배경을 아주 빠르게 설명한다. 정제윤이 서자 출신이고, 서자이기에 겪었던 멸시. 정제윤에 대한 설명은 이복형과 대화, 송주현 현감 부임 후 백성들과 만남 장면, 술자리를 통해서 전한다. 게다가 그가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도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부각하지 않는다. 안면실인증은 오히려 정제윤의 날카로운 추리력과 감각의 원천으로만 작동한다. 또한 그가 나원 득과 연홍 심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드는 역할도 아니다.  오히려 연홍심을 챙겨주는 따뜻한 인물로 묘사한다.

김선호배누는 정제윤이 시나리오에 차지하는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이율(도경수)은 기억을 소실한 후  이야기를 이끄는 자리에서 잠시 내려온다. 그 이후부터 정제윤(김선호)이 백일의 낭군님에서 서사의 완급을 조절한다. 정제윤을 통해 드라마의 서사가 진전되는 과정 중 나오는 송주현 지역 이야기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소소한 진행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정제윤이 나오는 장면들. 한양 혹은 송주현에서 일어나는 각종 서사가 진전된다. 정제윤은 김차언(조성하)을 비롯한 인물들을 만나고, 나원 득을 보면서 그가 왜 세자인지를(시청자들은 알고 있지만) 추론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면에서 장제 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담은 면도 적지 않다. ‘백일의 낭군님’ 필요한 서사는 어떤 면에서든지 정제윤을 거친다. 이러한 정제윤의 역할은 '혁'이 ‘정제윤'에게  "송주현에서 자네가 보았다는  세자 저하를 닮은 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세자 저하를 닮은 그 이가 바로 세자 저하일세"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또한 정제윤이 극에서 맡는 이러한 역할은 영상 연출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정제윤은 이야기를 진행시켜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수수께끼의 답을 찾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영상 연출이 많다. 제작진은 이에 맞게 정제윤이 수수께끼를 생각하고 푸는 장면에서 교차편집과 매치 컷을 많이 사용했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이야기 전개를 탄탄하게 하는 컷 편집들


편집이란 묶고 엮는 일이다. 그렇다면 컷 편집도 ‘컷’들을 묶고 엮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컷 편집으로 나온 결과물은 드라마 시나리오는 이야기로 만드는 걸 말한다. 그렇기에 컷 편집은 시청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하는 걸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교가 들어가거나 기교를 덜어낼 수도 있다.'백일의 낭군님'에서 사용한 모든 컷 편집은 ’ 사극’이라는 장르 특징을 최대한 극대화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사극이 가진 서정적인 면을 로맨스가 결합시켜 산수화 같은 포근함을 드라마에 넣는다.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전하는 도구로서의 컷 편집: 콘텐츠 컷과 액션 컷.

백일의 낭군님의 정보설계는 송주현과 한양으로 나눌 수 있다. 송주현의 이야기 정보는 나원득(도경수)과 연홍심(남지현)의 결혼 이야기가 중심이다. 반면에 한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김차언(조성하)을 중심으로 한 정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이야기 흐름이 한양과 송주현으로 나누어졌기에, 이야기 정보도 당연히 성격이 다르다. 당연히 콘텐츠 컷 성격도 조금 다르다.

송주현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대체로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이기에 화려하기보다는 애틋하고 순박하다. 일상적이면서 맑고 서정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다.

송주현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대체로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이기에 화려하기보다는 애틋하고 순박하다. 일상적이면서 맑고 서정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다. 이 같은 송주현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한 콘텐츠 컷은 노란색을 중심으로 한 부드러운 색을 많이 사용했다. 각 화면들도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담아냈다. 한양과 다르게 색상대비는 낮고 채도가 조금 더 높다. 송주현에서 샷 전환 속도는 정적이면서도 부드럽다 이러한 측면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에 한양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는 경우 콘텐츠 컷 안의 샷들은 송주현과 달라진다. 빛 대비가 커지고 색감도 송주현보다 선명하다. 영상 속 색온도는 낮게 조절했으며, 녹색톤을 많이 집어넣었다. 대리를 올리기 위해 노란색과 붉은색 채도를 올렸다. 이는 1화부터 16화까지 시종일관 일관적이다. 다만 이율(도경수)이 중심이 되는 장면에서는 노란색톤을 올려 이율이 가진 아우라를 일관적으로 연결한다. 이는 이율(도경수)이 나원득(도경수)으로 송주현에서 생활할 때의 일관성과 윤이서에 대한 일편단심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색감과 송주현과 구분되는 이야기 정보는  시청자들에게 드라마가 지향하는 반향을 고스란히 전한다.

백일의 낭군님은 콘텐츠 샷 구성의 진폭이 매우 크다.

사극은 성격상 현대극 같은 역동적인 액션을 담지 않는다. 의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설령 액션씬이 많다고 해도 대체로 예측 가능하다. 자연스럽게 현대극과 다르게  액션 및 배우들 동작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현대극에서 액션은 차 추격신, 거친 몸싸움, 다양한 격투 장면이 가능하다. 반면에 사극에서 액션은 말 추격신, 검술과 활, 무술 외에 큰 액션이 없다. 백일의 낭군님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일의 낭군님의 액션은 정적인 액션이 강하다. 액션씬이 지나치게 화려할 경우 이야기 맥락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 같은 핸드 헬즈로 흔들면서 촬영하거나 익스트렉션같이 액션을 다소 롱테이크로 찍는 시도들은 전혀 없다. 오히려 백일의 낭군님에서 액션 컷은 콘텐츠 컷에 가까운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정보'를 지킨 액션 컷이 대부분이다. 물론 최근 방영 중인 ‘철인왕후’는 유려하고 화려한 액션신을 선보이지만, 이는 그 액션 컷이 철인왕후 맥락에 맞기 때문이다. 오히려 ‘백일의 낭군님’에서는 절제된 액션신이 이야기 맥락과 잘 맞는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송주현’이라는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교차편집을 통한 이야기 전개를 매끄럽게 전개하는 교차편집 컷]

부분적인 시간 교차편집은 정제윤이 이율이 남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많이 사용된다.

교차편집은 크게 두 가지로 사용된다. 서사를 진행시키는 정제윤(김선호)이 나올 때 교차편집은 시간, 수수께끼에 초점을 맞춘다. 이 때문에 정제 윤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시간’과 ‘시간’을 비교하는 장면이 많다. 예를 들어 정제윤(김선호)이 이율(도경수) 서체와 나원득(도경수)의 서체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이율이 사용하는 서체와 나원 득의 서체가 동시에 나온다. 이와 다르게 이율&나원 득(도경수)에게 적용된 교차편집 컷은 기억을 추리하는 장면이 많다. 이게 맞추어 교차편집은 시간을 역순으로 배치한다.

이율이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는 회상장면을 많이 사용했다.

[제로 컷, 매치 컷, POV컷: 감성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위한 장치]

pov컷은 보다 디테일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제로 컷, 매치 컷, POV컷의 사용은 많지 않다. 이 세 가지 컷은 드라마에서 필요한 감성을 디테일하게 표현할 때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연홍심(남지현)이 어린 시절 추억하는 장면에는 남지현 배우의 뒷모습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로 화면이 전환된다. 연홍심(남지현)이 우는 장면에서 감정을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나무를 사용해 장면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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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후 물이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물을 보여주면서 무엇인가 일어날듯한 감정적인 신호를 만들기도 한다. 벽을 기준으로 매치 컷을 하고 사운드를 같이 넣어 극에서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이율이 원홍심을 기억하는 장면에서는 매치 컷을 사용해 그녀를 잊지 못하고, 후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연모하던 윤이서라는 사실을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로 컷을 사용한다.

이율이 원홍심을 기억하는 장면에서는 매치 컷을 사용해 그녀를 잊지 못하고, 후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연모하던 윤이서라는 사실을 더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로 컷을 사용한다.



텍스트 중심 시대에서 이미지 중심사회로 변하면서  드라마와 영화는 점차 문학의 범주로 들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매체가 텍스트에서  영상, 이미지로 바뀌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 심화되고 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드라마와 영화는 예술장르에 속해 있었으나 상업성이 강하다는 면으로 평가받은 면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와 영화는 극장이나 TV가 아닌 사람들의 주머니 속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충분히 볼 수 있다. 이제 드라마와 영화는 소설 및 에세이와 경쟁한다.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유통이 넷플릭스, 디즈니를 필두로 한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과거와는 배급환경도 바뀌었다. 방송국이 주도하던 콘텐츠 제작은 이제 사용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다. 즉, 영상을 만드는 방식. 연출하는 방향도 철저히 사용자에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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