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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Dec 29. 2020

스위트홈은 어떻게 영상 속에 강렬함을 넣었을까?

[심화학습] 넷플릭스 '스위트 홈'

드라마 속 이야기는 풍요롭고 다양하다. 드라마 안에서 이야기 흐름은 시청자가 경험하는 영역이기에, 드라마 제작진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샷과 컷을 조립했다가 수정하고 다시 끼워 맞추며 이야기 흐름을 만든다. 시청자가 보는 결과물은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드라마 안에서는 각각의 작은 이야기도 같이 있다.

드라마는 샷과 컷 편집으로 만든 구조와 리듬으로 이루어진 생태계다. 이 생태계 아래에서 각각 다른 작은 이야기들이 전체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드라마의 요소중 무엇이 가장 큰 즐거움을 선사할까? 누군가에게는 이야기 그 자체다. 누군가에게는 드라마를 풀어가는 영상미 자체다. 누군가에게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 그 자체일 수도 있다.


1. 스위트 홈도 원작 웹툰의 결을 드라마로 충실히 옮기는 걸 지향한다.

스위트홈은 스위트홈만의 리듬을 끌고 가기 위해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샷을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컬러 대비와 정중앙 구조를 통해 스위트홈 원작이 가진 느낌을 드라마로 옮기려고 한다. 이 같은 방식은 경이로운 소문이 택한 방식과 유사하다. 스위트홈 역시 웹툰을 드라마 했기에, 웹툰에 유용한 정중앙 구도를 많이 사용한다. 이를 비교하기 위해 같은 기간 방영 중인 '경이로운 소문'과 '철인왕후'를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지나친 스포일러를 방지를 위해 스크린숏 사용은 3화까지 한정했다.


2. 컬러로 묘사하는 강렬함.

스위트홈의 진폭이 큰 컬러는 스위트 홈의 강력함을 무의식적으로 전한다.

스위트홈은 극단적이면서도 강렬한 영상미를 선보인다. 중간이 없다. 원작 작품도 ‘극단’이 강하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 ‘극단’을 드라마로 옮기려면 어떤 면을 강조해야 할까? 컬러다. 스위트홈 내에서 컬러 대비는 크다. 채도는 높다. 명암도 또렷하다. 그린홈 아파트 내 무거운 질감과 빛을 강조해 물성을 강조한다. 명암 표현이 구체적이다. 영상에 사용한 빛도 강렬하다. 이 같은 느낌을 화면에 명료하게 담아하기 위해 보색 대비와 톤 변화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푸른색-주황색][녹색-붉은색], [녹색-붉은색], [보라색-주황색]의 보색 대비를 사용하고, 주황색, 붉은색, 푸른색톤에서 점차 어두워지는 색상을 사용했다. 아래 내 기준에서 고른 컬러 카드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스위트홈은 보색대비를 사용해 영상속에 색깔을 강하게 표현했다.
스위트홈이 강렬한 영상 컬러를 만들기 위해  '한 가지 색깔톤'에서 밝은 색과 짙은색'을 모두 사용하기도 했다.

괴물들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이 마주할 때는 영상의 컬러가 진해진다. 진한 검은색 바탕에 축축한 녹색이 불안과 공포를 묘사한다. 괴물과 싸움이 지나가고 나면 어느 순간 밝아진다. 이 패턴이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마치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는듯한 느낌. 선명한 대비, 시원한 색상. 부드러운 검은색이 드라마 전체를 이끈다. 스위트홈에서는 사용된 컬러만 보는 일만으로도 '스위트홈' 제작진이 원작이 가진 결을 영상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3. 스위트홈의 개괄적 영상 흐름.

스위트홈의 많은 장면은 미디엄-클로즈업-익스트림 클로즈업]이다. 하지만 이 구성이 너무 많다.

시청자들에게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시작점은 훌륭한 구도다. 이것을 위해 제작진은 캐릭터 포즈, 카메라 전경에 어떤 걸 배치할지 생각하고 고민한다. '스위트홈'은 각 샷을 1,2단계씩 줄어가며 컷을 조합하기보다는 [미디엄-풀], [클로즈업- 미디엄]같이 2,3단계씩 줄어가는 조합을 많이 사용했다. 특히 익스트림 클로즈업- 클로즈업- 미디엄샷등 2,3단계가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이 많다. 이러한 구조를 쌓아놓은 탓에 시청자들은 스위트홈 영상에 매우 빠르게 빨려 들어간다. 하지만 빠른 전환은 종종 이야기를 비약해서 전하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영상에 안정감을 구축하기 위해 180법칙보다는 인물들을 세로축으로 세워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이 덕분에 영상 중심축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다. 하지만 종종 영상 축이 뭉개지기도 한다.

배우들을 세로축으로 놓아 샷 안에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었다


4. 웹툰 느낌을 드라마로 구현하기 위한 기본 골격: 정중앙 구도+3분의 1법칙.


만화는 감정표현이 풍부하다. 원근 표현에도 과장과 비약이 심하다. 드라마에 만화 속 '과장'과 '비약'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물론 로맨스 장르 만화는 드라마로 구현하기 어렵지 않다. '김비서는 왜 그럴까?, '연애혁명', '여신강림'같은 경우는 만화를 드라마로 잘 옮겼다고 호평받고 있다. 하지만 '스위트홈'같이 강렬하고 괴물이 나오는 드라마는 드라마로 만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존재감'이 강한 샷과 구도를 사용해 원작이 가진 맥락을 최대한 살릴 수는 있다.

'스위트홈'은 '경이로운 소문'처럼  원작의 좋은 결을 최대한 가져오고자 한다.

'인간 욕망으로 인해서 괴물이 된다'는 설정.

'사람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극단적으로 뽑아내 묘사한다.'  

이 두 가지를 위한 기본 베이스로 3분 1법칙과 정중앙 구도를 사용한다. 

기에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을 더해 극도의 긴장감과 심리를 표현한다. 

종종 매치 컷을 더해 웹툰 감성을 최대한 드라마에 맞추고자 한다.

[정중앙구도+3분1법칙]은 스위트홈에서 매우 빈번하게 사용하는 샷이다.

'스위트홈'에서 3분 1법칙이 유용한 이유는 효율적인 이야기 전달 때문이다.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를 사람들을 묘사하기에는 '황금률'이라고 불리는 3분 1법칙만 큰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웹툰이 원작인 ‘경이로운 소문’ 같은 경우 카운터스 멤버 4명 중 3명은 코마 상태다. 주요 등장인물 중 4명 중 3명은 ‘코마 상태’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인물 설명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카운터스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도 상당히 간략하다. 일단 스위트홈이 ‘경이로운 소문’보다 등장인물이 많고, 등장인물들의 배경이 다양하다.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두 작품 모두 정중앙 구도를 통해 웹툰의 감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스위트홈에서 '정중앙 구도'가 하는 역할을 보다 더 선명하게 알고자 한다면 같은 웹툰.‘경이로운’과 비교하면 좋다. 경이로운 소문과 확실히 정중앙 구도 사용은 비슷하면서도 확연하게 다르다.‘스위트홈’도 ‘경이로운 소문’처럼 [정중앙 구도+클로즈업샷] 조합을 통해 원작에서 표현한 순간적인 감정과 장면을 묘사하는 데 사용한다. 



5. 강렬함을 묘사하는 클로즈업+익스트림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빠른 컷 전환은 컬러와 더불어 스위트홈의 호흡을 만든다.

두 작품 모두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순간적인 상황 묘사, 인물 감정표현을 위해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을 이용한다.  하지만 스위트홈은 ’ 경이로운 소문’과는 조금 다르게 '익스트림 클로즈업' 샷 자체를 많이 사용해  '긴장감', ' 감정', '기묘함'’을 강조한다.

스위트홈에서 클로즈업,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공포’,’ 불안감’,’ 초조함’ ‘기괴함’을 대하는 섬세한 묘사를 잡아내기 위해 사용한다. 이 두 가지 샷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영상에 상당히 극단적인 성격이 강하다. 마치 반 고흐의 그림 속에 발견할     수 있는 거친 질감과 유사하다.

익스트림 클로즈업+매치 컷+보색 대비는 스위트홈의 룩을 완성한다.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를 불안감, 생사를 가르는 순간적인 상황 묘사, 인물 감정표현은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을 이용한다. 괴물화의 첫 단계인 코피를 흘리는 장면, 인물들의 눈빛 장면, 시크한 분위기 등 드라마에 안에서 익스크림 클로즈업샷을 이용한 묘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시에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이 중심이 된 매치 컷 사용으로 드라마를 역동적으로 강렬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사실 스위트홈의 키 비주얼은 단연코 이 장면.

이러한 느낌이 잘 표현된 장면을 찾아보자. 예를 들어 현수가 처음으로 식탐 괴물을 만나는 장면을 보자. 타인을 유독 경계하는 현수(송강)의 심리와 두려움을 오로지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크로즈 업샷으로만 묘사한다.

하지만 신선하지만 그만큼 구현하기 어려웠기에 단점도 존재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클로즈업+매치 컷] 구성이 과도하다 보니 흐름이 자주 끊긴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정중앙 구도+익스트림 와이드샷은 스위트홈 연출에 매우 유용한 조합이다. 다만 이게 너무 많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6. [정중앙 구도:몰입을 방해하는 단점들]

사진 같은 정중앙 구도는 1화에서 10화까지 계속 이어진다.

스위트홈은 정중앙 구도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 영상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정중앙 구도를 과하게 사용한 탓에 이야기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존재감'을 강하게 묘사하는 정중앙 구도가 많이 사용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정중앙 구도를 남발해버려서 이야기 흐름이 종종 잘 이어지지 않는다. 파편처럼 튄다고 해야 할까?  이런 면에서 스위트홈은 정중앙 구도는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

같은 정중앙 구도라고 해도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그 성격은 전혀 달라진다. 출처: 티빙, 넷플릭스.

이러한 점은 비교를 해보는 게 좋다. 현재 방영 중인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스위트홈처럼 이야기의 비약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철인왕후'에서 사용한 정중앙 구도는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가장 좋은 구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철인왕후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가 김소용(신혜선)이기 때문이다.

철인왕후에서는 김소용(신혜선)이 이야기중심이다.반면에 스위트홈에서 현수는 주인이 맞으나, 이야기를 주도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 차이가 정중앙구도의 결을 갈라놓는다. 출처: 티빙

스위트홈은 원작 만화의 결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정중앙 구도를 사용했다. 스위트홈 원작 웹툰 느낌을 살리려는 시도가 지나치다 보니 만화가 가진 비약마저 고스란히 가져온다. 게다가 정중앙 구도를 컷 단위로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 탓에 정작 묘사가 필요한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 

편승 욱이 식탐 괴물을 패는 장면. 정중앙 구도와 과격하고 괴기스러운 소리가 스위트홈과 잘 맞는다. 하지만 '꼭 이렇게 컷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도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편상욱(이진욱)이 이은유(고민 시) 앞에서 괴물을 거차 없이 패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정중앙 구도를 기반으로 한 클로즈업샷과 익스크림 클로즈업샷만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장면에서 식 탈괴물에게 물린 편상욱은 가차 없이 괴물을 사정없이 마구 때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은유(고민 시) 얼굴에 튀는 피와 살 터지는 소리로만 알 수 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장면 묘사는 좋다. 하지만 이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다소 애매하다. ‘편상욱의 잔인함?을 묘사하는 건가? 이은유의 공포인가? 식탐 괴물인가?”또한 이 장면에서 지나치게 살과 피가 터지는 소리는 스위트홈 몰입을 방해하는 소음에 더 가깝다.

웹툰은 비약이 있어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비약을 하면 이야기 진행이 되지 않는다. 매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화책과 웹툰은 비약이 있어도 그걸 그림 단위로 연결한다. 독자는 그림과 대사와 설명을 통해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독자들이 만화책을 보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민 드라마는 다르다. 앞과 뒤가 분명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에서 비약이 강하면 시청자들을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스위틀 홈에서는 액션 컷에서도 이런 점이 종종 등장한다.

스위트홈은 괴물로 변한 사람들의 욕망, 살아남은 사람의 공포와 긴장, 괴물과 사투에서 나오는 다양한 장면이 공존한다.

스위트홈은 액션 컷을 구성시 '액션을 강조할 것인가? 불안한 심리와 긴장감을 우선시할 건가?'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고민한다. 이런 면은 웹툰 기반인 ‘경이로운 소문’과 비교하면 뚜렷하다. 경이로운 소문은 ’ 정중앙 구도’를 웹툰 느낌을 강조하는 장면에서만 사용했다. 액션씬은 전후 장면이 연결되도록 액션 컷 편집의 정석을 지켰다.


정중앙 구도는 단순한 인물 구도와 복잡한 배경을 대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하지만 정중앙 구도 사용의 남발은 액션 시퀀스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액션 시퀀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샷'과'샷'동작 전후가 이어지지 않아 액션의 연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같은 장르라고 할 수 없지만 킹덤과는 상당히 대조되는 면이 강하다. 킹덤 같은 경우 액션씬에서도 좀비들과 등장인물들 간 액션씬이 항상 전후 모션이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스위트홈'은 액션신을 과도하게 사운드로 액션을 커버한다. 지나치게 반복되는 이매진 드래곤즈의 ‘워리어’ 이야기 흐름을 막는다. 무엇보다도 스위트홈에서 액션 시퀀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액션 상황과 감정 시퀀스 둘 중 하나를 명료하게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혁이 괴물에게 소화기를 뿌리는 액션 컷에서 제작진은 액션이 아닌, 윤혁의 공포와 다급함, 극도의 공포로 정신이 나간 성현을 묘사하기로 결정한다.

이 같은 문제는 1화 첫 액션씬에서 곧장 알 수 있다. 1화에서 처음으로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 그린홈으로 들어오려는 괴물을 막기 위해 윤혁(이도현)은 소화기를 뿌린다. 소화기를 뿌리면서 괴물은 막는 윤혁(이도현)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괴물에게 윤혁이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보다는 괴물을 보고 정신줄을 놓은 성혁(우현)의 심리에 더 중심을 둔다. 카메라도 성혁의 심리를 더 강조한다. 성혁이 셔터를 내리고 한 후에 액션 컷은 미디엄숏으로 전환되지만, 그 이전 윤혁의 이전 동작들은 다른 각도에서 연결하지 않는다. 

심리와 감정을 전하려다 보니 액션 컷임에도 익스트림 와이드 컷으로만 컷 편집이 되어있다.
소화기의 내용물이 다 떨어진 이후부터는 '감정'보다 액션에 초점을 둔다. 이에 맞게 컷 편집도 바뀐다. 

오히려 카메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으로 윤혁의 공포와 초조감이 가득한 표정에 집중하기에 이 장면의 액션은 매우 산발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으로 인해 윤혁의 다급함과 공포는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반면에 소화기 액션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전달된다. 

카메라 방향을 보면 미디엄 풀샷까지는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포스팅한 메이킹영상을 보면 카메라는 상혁을 만든 이도현 배우가 소화기를 뿌리는 장면을 미디엄숏으로까지 찍을 수 있음을 카메라 위치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사용한 이유는 콘티 단계에서 ‘이 장면에서는 액션보다는 다급한 심리와 감정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가자’라는 결정했음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경이 괴물을 밀치고 다시 그린홈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전형적인 액션 컷을 보여준다.

이와 다르게 소화기가 떨어지고 난 뒤 이경(이시영)의 액션은 오히려 액션 컷을 잘 지킨다. 이경이 괴물을 밀쳐내고 다시 그린홈으로 입구까지 돌아오기까지 카메라는 [익스트림 클로즈업-클로즈업- 미디엄]을 단계적으로 사용한다. 컷이 바뀌는 순간에도 전후 장면을 샷 시작에 넣어 시청자들이 충분히 전후 맥락을 알 수 있도록 영상을 배치했다. 컷 길이도 윤혁(이도현)이 소화기를 사용하던 시간보다 조금 더 길다. 메이킹영상을 보면 괴물을 밀치는 이경(이시영) 배우의 모습을 카메라는 와이드와 미디엄(혹은 클로즈업) 샷으로 촬영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위의 사진들은 이렇게 촬영되었다. 출처: 넷플릭스 유튜브.

은혁이 소화기로 괴물을 입구까지 몰아세우기까지 과정은 비약이 심하다. 이는 영상이 액션보다는 ‘감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경이 괴물을 밀치고 돌아오는 신이 앞선 장면보다 더 매끄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액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즉, 한 가지 컷에서 중요시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아이들을 구하러 가는 현수의 액션 컷. 컷이 지향하는 방향에 따라서 컷은 언제나 바뀐다.

우선순위가 명료한 장면은 액션씬도 깔끔하다. 현수가 아이들을 구하기로 결심한 후, 아이들에게 가는 장면에서의 액션씬은 현수의 움직임을 전후 맥락을 연결시켜 잘 표현한다. 이 같은 컷 구성은 스위트홈에서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 이로 인해 내용의 비약은 더 강해진다. 아무리 존재감이 강한 정중앙 구도라고 해도 이야기 흐름과 우선순위에 따라 그 성격이 호에서 불호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스위트홈은 이걸 매우 잘 보여준다.


스위트홈을 이미 본 이들도 있을 거다. 혹은 이제 막 스위트홈을 보기 시작한 이들도 있을 거다.

아마도 스위트홈을 보며 느끼는 재미는 모두 다를 거다. 누군가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괜찮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영상미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스위트홈을 보면서 이이기를 즐기며 영상과 영상 구조를 생각 보는 일은 우리 개개인의 취향을 좀 더 세밀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영상을 보는 뼈와 근육이 연결되는 방법과 그 움직임의 원리를 보게 되는 건 덤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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