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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an 11. 2021

철인왕후는 정중앙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한다

[심화학습] tvN '철인왕후'

드라마는 관객에게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것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이야기에 대한 욕구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물론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고 나서 잊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드라마에서 본 감정과 이야기가 삶의 태도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영상 샷, 구도, 가이드라인은 이야기와 이야기를 연결한다.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감성의 공간을 채우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드라마에 사용된 다양한 영상들은 스토리텔링 리듬을 만든다. 그 리듬에 따라 드라마 속 배우들의 감정 묘시 속도도 달라진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혹한의 추위는 청나라와 조선이 마주하는 상황을 대비시키는 데 사용된다.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어떤 구도를 가장 많이 사용할지 고민하는 일은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을 시청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인지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자신이 연기를 하면, 그 연기를 이야기 흐름에 맞도록 카메라가 담아낸다. 어쩌면 카메라로 찍으면서도, 배우와 감독을 포함한 연출팀은 ‘이렇게 담은 영상이 관련 시청자들을 만족시킬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이 같은 관점에서 드라마는 마을을 만드는 일과 유사하다. 내가 철인왕후의 촬영 방식을 보면서 느낀 건 바로 이 같은 부분이다.


이번 글에서는 tvN ‘철인왕후’가  ‘정중앙 구도’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철인왕후의 내용은 간단하다. 혈기가 넘치고 자신감에 충만해 오직 자기 길만 걷는 청와대 소속 셰프 장봉환. 어느 날 그는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한다. 물속에 빠진 그에게 한 여인이 다가와 입을 맞춘다. 꿈이라고 생각하고 눈을 떠보니, 그는 곧 중전이 될 조소용이라는 여인의 몸속에 들어가 있다. 그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다.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를 통해 이야기를 누적시키고 꾸준히 진행해나간다. ‘한 가지 구도’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자칫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샷을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면 오히려 ‘한 가지’ 촬영 방식이 그 드라마만의 고유한  리듬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를 통해 드라마만의 고유한 리듬을 만든다. 정중앙 구도가 과할 정도이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이 생각보다 덜 든다. 오히려 정중앙 수도는 작품이 요구하는 이야기 흐름을 만들고, 철인왕후 시나리오에 필요한 감정을 풍부하게 묘사하는데 기여한다.

철인왕후는 이 같은 정중앙 구도를 정말 많이 사용한다.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시나리오 흐름에 부합하기에 기교가 아니다. 그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말하는 듯한 몰입감을 만들고 이야기 집중도를 높인다. 철인왕후 속 크고 작은 이야기는‘김소용의 몸에 들어간 장봉환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명료하게 묘사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인물을 강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중앙 구도를 사용해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을 잘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김소용(신혜선)을 통해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향할지 선명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중앙 구도는 철인왕후라는 조각을 만드는 조각칼.


모든 드라마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다. 드라마는 종이에서 튀어나와 시청자들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종이에서 튀어나와 영상에 담기는 순간 종이와 다른 이야기 흐름이 생긴다. 그렇다면? 철인왕후에 담긴 이야기 특성은 무엇일까? 

철인왕후는 시나리오를 표현하기 가장 좋은 샷 디자인으로 정중앙 수도를 택한다. 즉, 정중앙 수도는 철인왕후 영상 UI의 핵심이다. 출처:티빙.

조각가들은 커다란 대리석 덩어리에서부터 조각을  만들기 시작한다. 철인왕후를 커다란 대리석이라고 본다면? 정중앙 구도는 드라마 전체를 이끄는 조각칼에 가깝다.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빈번하게 나오는데 이는 이야기 진행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화 '콜'처럼 심리와 긴장감을 위한 도구도 아니다. 게다가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같이 만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함도 아니다. 그보다 정중앙 구도는 철인왕후에서 이야기 흐름을 만드는 시작점이다. 영상 빌드업의 시작점인셈이다.

철인왕후에서 김소용은 이야기를 이끄는 주체다.

배우는 이야기 속 인물이 가진 인성에서 겉면까지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사람이다. 이야기 안에 둘러싸인 이야기와 인물 간 경계를 찾는 이들이다. 그들은 작품이라는 도시에서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짓는 건축가일 수도 있다. 작품 속 이야기를 관찰하는 이가 될 수도 있다. 

철인왕후는 배우에게 관찰자보다는 랜드마크가 되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철인왕후에서 배우와 영상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 한다. 특히 주인공인 김소용(신혜선)이라는 인물 속에서는 현대시대에 온 장봉환과 조선 후기 김소용의 영혼이 같이 존재한다. 김소용을 연기하는 신혜선 배우는 두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모두 표현해야 한다.

 '만일 정말로 당신이 조선시대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당신도 장봉환 같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정중앙 구도로 표현하고자 한다.

현대인인 장봉환이 조선시대에 마주했을 때를 상상해보자.‘만일 정말로 당신이 조선시대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면? 당신도 장봉환 같지 않을까?’라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무척 중요하다. 철인왕후는 이걸 최대한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정중앙 구도를 택한 것뿐이다.

 정중앙 구도는 피사체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샷 방법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정중앙 구도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영상이 다소 지루해질 수 있다. 정중앙 구도가 드라마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 시나리오가 정중앙 구도와 매우 잘 맞아야 한다. 

정중앙 구도를 사용해 미디엄숏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샷까지 확대될수록 배우의 딕션을 비롯한 감정표현까지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배우의 연기력이다. 정중앙 구도를 사용해 미디엄숏에서 익스트림 클로즈업샷까지 확대될수록 배우의 딕션을 비롯한 감정표현까지 모두 드러날 수밖에 없다. 만일 배우 연기력이 탄탄하다면? 정중앙 구도는 매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배우를 극한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기 때문에 배우에게는 매우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철인왕 후속 카메라는 신혜선 배우의 연기. 표정과 얼굴에서 나오는 세밀한 주름까지 카메라가 모두 다 담아낸다.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 익스트림 클로즈업 또는 클로즈업샷]으로 구성한 조합을 마스터 샷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김소용을 맡은 신혜선 배우의 연기. 표정과 얼굴에서 나오는 세밀한 주름까지 카메라가 모두 다 담아낸다. 이는 카메라가 의도하는 게 아니다. 오로지 카메라 워크가 철인왕후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한 움직임을 뿐이다. 매 장면마다 '김소용의 판단을 대신해야 하는 장봉환'을 묘사해야 하기 어쩔 수 없다. 그렇기에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기교가 아니다. '장봉환'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면은  같은 사극에서 감정표현을 끌어올린 여진구, 도경수 배우와도 조금은 다르다.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배우들은 순도 높은 집중력으로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배우들에게 매 장면마다 집중도가 높은 연기를 요구한다. 카메라 움직임에 대한 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카메라를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배우들은 매 순간 인물이 마주하는 상황, 감정을 묘사하는 크고 작은 세밀한 표정을 연기해야 한다. 

정중앙 구도는 핵심 비주얼로 정한덕에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카메라에 잡힌다. 출처: 티빙.

배우는 드라마에서 필요로 하는 감정을 완벽하게 설계하고 표현한다. 

그 무엇보다 배우는 작품 속과 이야기 속 인물이 가진 잠재력을 디자인하기에,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배우가 가진 모든 기획, 표현, 편집력을 모두 사용하도록 요구한다. 

특히 김소용, 홍연, 최상궁을 연기하는 신혜선, 차청화, 채서은 배우는 항상 비슷한 결을 유지해야 한다.

김소용, 홍연, 최상궁을 연기하는 신혜선, 차청화, 채서은 배우는 대부분 같이 연기하기 때문에 연기톤을 서로 비슷한 결을 유지해야 한다.

철인왕후에서 정중앙 구도는 배우 역량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돋보기다. 특히 정중앙 구도를 바탕으로 한 클로즈업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샷은 드라마가 지향하는 영상에 필요한 표정연기를 매우 극한으로 요구한다.

여기서 극한은  섬세한 감정처리보다는 과장된 표현 속에서 섬세함을 동시에 모두 잡아야 함을 말한다. 

그렇다고 시트콤 같은 과장된 표정연기가 아니다. 적절하게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고 선명한 표정연기를 요구한다. 특히 김소용이 나오는 대부분 장면에서 모든 배우들은 이 같은 연기를 해야 한다. 이는 철인왕후만의 독특함이다. 중앙 구도의 비중이 높은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조금 더 명료해진다. 

같은 정중앙 구도도 목적에 따라서  달라진다. 출처: 티빙, 넷플릭스

예를 들어, 경이로운 소문과 스위트홈에서 정중앙 구도는 웹툰이 가진 결과 심리를 묘사하는 선에 끝난다. 

반면에 철인왕후는 정중앙 구도에서도 배우에게 스토리텔링 전반에 대한 명료한 이해를 가진 채로 연기에 임하기를 요구한다.

김소용은 현대어와 조선시대단어를 모두 사용해도 큰무리가 없다. 하지만 철종은 김소용이 말하는 현대어를 사극톤으로 말해야한다.

철인왕후가 퓨전사극 코미디라고 하지만, 김소용을 연기하는 신혜선 배우는 현대어와 조선시대 단어를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차정화, 채서은 배우에게는 ‘사극’ 딕션을 요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철인왕후에서 현대어를 사용하는 게 허락된 건 김소용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종이 ‘노터치’를 이야기할 때 김소용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대어 발음으로 ‘노터치’라고 말한다. 반면에 철종이 말하는 ‘노터치’라는 단어를 어색하게 발음해야 한다. 이는 '노터치'라는 말 자체가 조선시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중전인 김소용이 대왕대비를 만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왕대비(배종옥)의 대사와 딕션은 사극과 같다. 하지만 김소용의 대사와 어조는 현대어톤이 섞여있어서 다소 어색함을 종종 느낄 수 있다. 이는 연기가 어색한 게 아니라,‘현대어에 익숙한 장봉환이 조선왕실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까?’라는 신혜선 배우의 해석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위는 원래 김소용의 표정, 아래는 징봉환의 모습이 들어간 김소용이다. 신혜선 배우는 1인 2역을 하는 셈. 
장봉환의 영혼이 들어가지 않은 김소용의 표정은 서정적이고 유려하다.


이 같은 부분은 장봉환의 영혼이 들어가기 전 김소용이 구사하는 딕션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영혼이 가출하기 전 김소용을 연기하는 신혜선 배우의 연기는 서정적인 김소용을 묘사한다. 눈빛과 어조에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담아낸다. 반면에 장봉환이 들어간 김소용을 연기하는 신혜선 배우의 눈빛, 딕션, 어조는 다소 허스키하고 거칠다. 

장봉환이 들어간 김소용은 거칠고 예측불허다. 출처: 티빙.

 배우는 조직을 갖춘 개인이다. 연기할 때의 배우는 개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시스템의 일부다. 그 시스템은 자신이 인물을 해석하고 이를 표현하는 자신만의 체계다. 반도체 기술로 이야기하면 배우는 에지 컴퓨팅이다. 

시나리오에서 자신이 맡은 인물을 자신만의 분석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배우와 작품은 상호의존적 관계다. 배우는 그 속성상 촬영에 필요한 시스템과 자원을 엄청나게 많이 쓴다. 궁극적으로 배우는 작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다음에 이어질 글에서는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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