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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an 05. 2021

드라마 산업의 변곡점은 IT기업이 이끌고 있다.

드라마 산업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IT 플랫폼 기업이 있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2021년 라인업은 이전 분기 드라마 라인업과 약간 다르다. 지난 2020년 11월 30일부터 ‘낮과 밤’을 시작으로 개편된 tvN 드라마에서 기존 작가가 집필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낮과 밤’이 유일하다.‘철인왕후’는 중국 소설 ‘태자비승직기’의 리메이크이며, ‘여신강림’, ‘스위트홈’, ‘경이로운 소문’은 모두 웹툰 원작이다. [이번 글은 앞선 글과 이어지는 연작 글이다.]

https://brunch.co.kr/@freeoos/571

2020년 3분기 스튜디오 드래곤은 네이버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스튜디오 드래곤은 신주발행을 끝냈으며, 네이버가 이를 인수해 3대 주주가 된 상태다. 이번 협력으로 스튜디오 드래곤은 이미 확보한 위즈덤 하우스의 IP 외에도 네이버 웹소설과 웹툰 IP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네이버와 스튜디오 드래곤은 한배를 탔다.

[정확하게는 총 60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이었으며, 네이버-CJEnM, CJ대한통운, 스튜디오 드래곤 간 지분교환이다. ]

출처:스튜디오 드래곤, 스튜디오엔

CJENM와 네이버와 협력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이미 CJEnM은 네이버 계열사인 스튜디오 N과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여신강림’의 기획은 스튜디오 드래곤이 했으며, 제작은 스튜디오 N과 본팩토리가 하고 있다. 이미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파트너이고 넷플릭스는 스튜디오 드래곤 주식을 4.99% 가지고 있다.

(현재 스튜디오 드래곤의 1대 주주는 CJEnM,2대 주주는 6.27%를 가진 네이버, 3대 주주가 4.99%를 가진 넷플릭스다.) 네이버와제휴 외에도 이미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2019년에 제작한 '좋아하면 울리는'같은 경우 올해 시즌2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 엠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웹툰, 웹소설 IP를 확보한 상태다.


그렇다고 스튜디오 드래곤이 무조건 네이버와 협력하고, 네이버 웹툰만을 드라마화한다고 말하는 건 비약이다. 현재 OCN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하고 있는 ‘경이로운 소문’은 장이 작가님이 연재하고 있는 다음 웹툰이며, '경이로운 소문'의 드라마화는 네이버와 협력하기 전에 결정된 사항이다. 또한 카카오tv에서 제작한 ‘연예혁명’은 네이버 웹툰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최근 네이버 웹소설로 인기를 모은 '하렘의 남자들'이 정식으로 웹툰으로 연재되지 시작되었다. 향후 '하렘의 남자들'도 얼마든지 드라마 형식으로 변환해 드라마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출처:키이스트, 에이스토리 홈페이지.

국내 드라마 기획 및 제작은  [스튜디오 드래곤-CJ-네이버], [카카오-카카오페이지-카카오 엠], JTBC 드라마 스튜디오(제이콘텐트리 드라마 사업+JTBC 드라마 제작부서)가 3 등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중앙일보와 JTBC를 가진 중앙그룹의 자회사인 제이콘텐트리는 드라마를 제작부서인 제이콘텐트리 스튜디오를 물적분할 후 분사했다. 이후 제이콘텐트리 스튜디오는 JTBC 스튜디오(합병 후 제이콘텐트리가 68% 지분 보유)와 합병했으며, 올해 3월부터는 ‘제이콘텐트리 스튜디오’로 재출범한다.(IPO 예정.) 또한 현재 CJENM과 합작으로 만든 OTT인 티빙이 따로 있다. 물론 키이스트(보건교사 안은영, 하이에나)나 에이스토리(킹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같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및 드라마 제작만 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렇기에 앞서 말한 3등분은 편의를 위한 면이 적지 않다.

JTBC 스튜디오는 제이콘텐트리 드라마 부분을 인수했으며, 곧 IPO 할 예정이다. 출처:JTBC 스튜디오. 

현재 JTBC 스튜디오는 국내 사모펀드인 프렉시스캐피탈이 3000억, 텐센트가 1000억을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이 3 개회사 외에도 코스닥에 상장된 여럿 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이 세 회 사가 돋보이는 이유는 각각 플랫폼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자회사, 투자자, 파트너십)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유통’에 한정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1억 9천500만 명을 가진  넷플릭스의 글로벌 배급망은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올해 말 넷플릭스 콘텐츠 코리아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했는데, 넷플릭스 역시 이러한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기업은 '오리지널'이라는 표현을 달아 자사 콘텐츠에 힘을 넣는다. 출처: 카카오tv.

카카오는 며느라기부터 '카카오 오리지널스'라는 타이틀을 붙여 드라마를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 tv 같은 경우 한국에서는 카카오 tv를 통해 다른 방송국과 OTT와 경쟁한다. 또한 최근 종영한 연애혁명은 1회당 500원의 유료 콘텐츠로 전환했다. [참고로 아만자, 연애혁명, 며느라기는 웨이브에서도 볼 수 있다.]

이와 다르게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아름다운 우리에게'는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로 시장에 제공한다. 그렇다고 넷플릭스만이 만능 유통망이 아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중국 OTT인 아이치이에 2021년 상반기 ‘간 떨어지는 동거’를 독점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한 김은희 작가가 집필하는 '지리산'은 [제작: 에이스토리]로 이미 아이치이에 선판매되었다. 바이두 계열사인 아이치이가 보유한 1억 300만 명의 가입자를 고려한다면 이제 드라마 유통은 OTT와 정보기술기반이지, 방송 송출만이 전부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CJEnM은 2020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미 온라인 광고가 오프라인 광고를 넘었다. 방송 광고부분도 이러한 방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네이버웹툰의 간떨어지는 동거는 아이치이로 선판매되었다. 플랫폼 기업이 드라마배급의 중심이 되면서 드라마산업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출처:아이치이, 네이버웹툰.

'간 떨어지는 동거'는 JTBC와 스튜디오 드래곤의 첫 공동작품이다. 과거 CJENM에서 물적 분할한 스튜디오 드래곤의 행적을 중앙일보 자회사인 제이콘텐트리(메가박스 및 드라마 제작)를 통해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다. 제이콘텐트리의 드라마사업부를 JTBC 스튜디오 쪽과 합쳐서 물적 분할하기로 이미 주주총회로 확정이 되었으며, 투자 및 제반 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간 떨어지는 동거’가 넷플릭스 송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확정된 사랑은 아니지만, JTBC와 스튜디오 드래곤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었기 때문에, 넷플릭스에 지속적으로 드라마를 공급한다. 하지만 '간 떨어지는 동거'만 아이치이에서 단독 방영이다. 물론 아이치이 단독 방영이지만, 그 외 글로벌은 넷플릭스로 갈 수 있다. '간 떨어지는 동거'같은 경우 캐스팅만 완료된 상태이지만, 이미 어느 정도 유통문제는 해결된 상태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드라마 유통단계에서 방송국은 없고 바이두, 네이버 같은 정보기술을 기반을 성장란 플랫폼 기업이 있다는 점이다.


[콘텐츠 풀을 확보한 빠른 영상화]

ASML에서 만든 5&7 나노 EUV 노광장비. 출처: ASML.  

보통 반도체 생산주기는 보통 3개월이다. ASML 같은 장비업체들은 계속해서 전력수요를 줄이면서도 효율은 높이고, 수율을 높이려고 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회사 수익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카메라는 ARRI사와 레드사 제품으로 최대한 최적화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 근간인 '이야기'와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수율로 평가하는 대상이 아니다. 배우들 감정이 수돗물이나 전자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배우들을 관리하는 회사들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배우의  톤 앤 매너, 룩, 연기 성향을'정량’및 '정성'평가를 해야 한다. 이 평가를 토대로 최적화로 작품에 매칭해야 한다.

보통 요즘 드라마는 16부작, 주로 치면 8주다. 대략 1분기가 12주라는 걸 감안하면,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회사는 적어도 분기마다 최소 6개는 만들어야 한다. 보통 드라마가 [월, 화][수목][토일] 이런 형태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빠른 IP 확보와 이를 빠르게 대본으로 최적화하고 이를 촬영하는 게 정말 빨라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앞서 말한 '간 떨어지는 동거 라인업’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웹툰의 드라마화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최적화다. 얼마나 웹툰 원작이 가진 결을 가져오는 거다. 출처: 넷플릭스.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경우 원작가인 광진 작가님이 드라마화 직접 참여했다. 그렇지만 웹툰 드라마화에 원작가가 무조건 참여하는 건 아니다. 아마도 드라마 작가들은 웹툰 IP를 드라마 IP로 최적화 작업을 하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드라마화가 확정된 ‘유미의 세포들’도 원작은 이동건 작가이지만, 드라마화 극본은 '거침없이 하이킥'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작업한 송재정 작가가 참여한다. 반면에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도 원작자는 있지만 극본으로 바꾸는 작업은 다른 작가가 한다. 

이경이라는 인물은 스위트홈 드라마에서 새롭게 만든 인물이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같은 경우는 드라마화 과정에서 원작에 없던 이경이라는 캐릭터가 새로 생겼다. 경이로운 소문 같은 경우, 장이 작가의 원작에서는 카운터 B팀이 등장한다. 이런 면에서 기존 드라마 작가의 역할은 ‘웹툰 IP’를 ‘드라마 맥락’으로 바꾸는 프리 프로덕션 업무가 더 커질듯하다. 기본 콘티가 있는 웹툰을  드라마로 최적화하는 작업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미드나이트스카이는 알렉사64, 디즈니 만델로리언은 알렉사LFIMAX,LF,LF미니등. ARRI카메라중에서도 고가라인에 들어가는 카메라를 사용했다. 출처:넷플릭스, 디즈니 유투브.


영상미만으로 따져본다면 요즘 드라마는 획일화된 면이 적지 않다. 이건 ARRI사가 만든 알렉사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생긴 면도 적지 않다. 영상 콘텐츠는 산업은 영화와 영화와 드라마를 나누지만, 이제 이걸 꼭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 오히려 이야기의 길이와 결만으로 판단한다면? 영화와 드라마는 동일하다. 오히려 관객들이 더 편하게 본다면, 그에 맞게 배우도 변해야 한다. 아마도 이러한 흐름을 명확하게 짚어내는 배우들. 전략적인 배우들은 롱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배우들은 철저하게 도태될 거라고 생각한다. 

신인배우+중견배우조합으로 시너지를 올린 넷플릭스 인간 수업. 출처: 넷플릭스.

스위트홈만 해도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프리 단계에서부터 신인배우들을 많이 등용할 것을 주문한 걸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실제 공개된 스위트홈을 보면, 신인배우와 중견배우들이 주축이다.'인간 수업'을 통해 얻은 넷플릭스의 경험이 스위트홈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부산행,반도를 연춣한 연상호감독은 2020년 드라마 '방법'을 연출했다. 출처: 넷플릭스,티비엔 유투브.

유통과 배급이 변하자 감독이 그 변화에 따라오는 게 현실이다. 이는 이미 넷플릭스가 제작한 로마가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증명했다. 이미'반도' ‘돼지의 날’’부산행’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은 2020년 초에 티비엔의 ‘방법’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제 중요한 건 영화인가? 드라마인가?라는 형식이 아니다. 그보다

어떤 이야기방 식이 어떤 플랫폼에 더 잘 맞는가? 가 더 중요하다. 

 오랜 시간 영화에만 출연했던 최민식 배우는  ‘범죄도시’와 ‘롱 리브 더킹’으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강윤성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하는 ‘카지노’ 출연하기로 했다. 하정우 배우가 택한 ‘수리남’도 ‘범죄와의 전쟁’, ‘군도’, ‘비스티 보이즈’ 등을 통해 이미 수차례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던 윤종빈 감독의 차기작이다. 황정민 배우는 현재 방영 중인 ‘허쉬’에 출연 중이다. 영화에 주로 참여하던 배우들이 TV복귀는 믿을 만한 감독들. 그들의 연출력에 제한을 걸지 않는 OTT매체가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 이는 더욱 심화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영화처럼 한번에 모든 콘텐츠를 공개한다. 이와 다르게 방영중인 드라마는 일주일에 1번 혹은 2번 공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는 오히려 모든 콘텐츠의 제작을 마친 후 한꺼번에 공개한다. 긴 호흡의 시리즈물을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드라마에 가깝다. 하지만 공개 방식은 오히려 영화와 유사하다. 또한 넷플릭스는 제작 납기일을 준수하고 충분한 마진을 보장한다. 동시에 작품의 창의적인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결국 충분한 '제작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 출연하던 배우들이 촌각을 다투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 적응할 필요가 없다. 즉,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하던 대로’ 하며 연기와 작품의 퀄리티를 신경 쓸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제 드라마는 글로벌관점에서 정량평가가 가능하다.출처: 플릭스패트롤.


결국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이를 언제나 읽어내는 구조 이해력이 뛰어난 배우들만 더 살아남을 것이다. 구조 이해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기획, 표현, 편집력을 바탕으로 더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제작비다. 제작비 효율 차원에서 본다면, 배우들은 몸값을 낮추고 더 롱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 IR에서도 언제나 '제작비 효율'이. 또한 배우들의 높은 몸값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 스텝들에게 가야 한다. 그렇게 시장은 이미 정보기술이 흐름을 바꾼 지가 오래다. 그 변화에 맞추어 배우들도 따라갈 것이다. 이미 변곡점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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