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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Nov 03. 2020

컬러는 영상질감을 만든다.

영화와 드라마 톤의 질감은 컬러에서 시작한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이는 수많은 컬러톤과 세밀한 변화는 관람하는 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영상 촬영 후 후반 색보정은 드라마와 영화 전체 전체 흐름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기에 관객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럼에도 걸리는 면들은 촬영감독과 컬러리스트들과 논의하며 세밀하게 수정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배우들은 흰색, 노란색톤에 따라서 배우가 가진 ‘룩’이 더 살고, 이러한 면들이 영상이 요구하는 영상미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배우의 감정은 흘러나오다가도 갑자기 멈추기도 한다. 컬러를 포함한 모든 후반 작업은 이 '감정'들을 영상 안에 붙잡아놓기 위한 노력이다. 출처: 넷플릭스

감정은 콸콸콸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아니다. 어느 순간 흘러나오다가도 갑자기 멈추기도 한다. 배우들은 촬영씬마다 동일한 감정선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이 모든 걸 사전에 선명하게 잡고 연기에 임한다. 배우들이 겉모습과 다르게 불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에 영화와 드라마 속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편집력'이 배우에게 더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컬러는 아우라는 상쇄시키거나 혹은 극대화하는 데 사용된다]

배수지같이 아우라가 너무 ‘강한’ 배우는 드라마 안에서 스스로 자신의 아우라를 죽여야 하는 면이 적지 않다. 오히려 상대역인 남주혁 배우 같은 경우 모델 출신이라서 극에서 원하는 톤 앤 매너를 잘 맞춘다. 하지만 모델 출신인 남주혁 배우와 다르게 수지는 아우라를 만들어야 하는 아이돌 출신이다. 뿐만 아니라 본인 아우리가 나무 강했던 수지 배우는 남주혁 배우와 동일한 잣대로 접근할 수 없다.

스타트업은 아직 방영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영상 설계 및 컬러로 배수지는 죽이고 서달미는 잘 드러내고 있는 편이다.
극 전개를 위한 샷설계, 색상조절등은 아우라가 강한 배우를 최대한 죽이고, 이야기를 흘러가는 역할을 한다. 허나 이러한 세세함은 관객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더.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수지의 강한 아우라는 잘 드러난다. 하지만 연출, 촬영, 조명감독 및 미술팀이 영상 설계와 카메라 워크로 수지 배우 아우라를 충분히 제어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배수지라는 아우리는 적절히 조절되고, '서달미'라는 캐릭터를 죽지 않는다. 수지 팬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스타트업에서 배수지는 '잘' 나오면 안 된다. 그럴 경우 '서달미'라는 캐릭터는 정말 죽어버린다. 또한 배수지 배우도 이를 잘 아는 눈치다. 물론 딕션에서 다른 배우들과 차이가 분명한 건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연극배우 출신으로 기본기가 탄탄한 김선호 배우와 대화 장면에서는 이 같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연극무대에서부터 기본기를 쌓아온 김선호 배우는 한지평이라는 캐릭터를 적절하게 묘사한다. 모델 출신인 남주 혁역 시 김선호 배우와 호흡을 잘 맞추고 있다.

나는 배우와 배우 간 비교는 최대한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런 면에서 왜 많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인물 묘사를 위해 하이톤 목소리를 적시적소로 활용하는' 서현진 배우를 롤모델로 삼는지 납득이 간다. 하지만 때때로 배우가 가진 강력한 아우라. 그 자체가 드라마 시나리오 전개에 필요한 '정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배수지 배우가 가진 아우라는 너무 강하다. 그건 수지 배우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나 강한 아우라가 드라마 시나리오 맥락에 딱 맞는 순간, 그 아우라는 극 정서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3화에서 나온 이 장면은 드라마에서 필요한 ‘정서’을 배수지 본인이 가진 아우라로 채운다. 오히려 조명은 남주혁보다는 배수지를 향한다. 여기에 좀 더 더해진 흰색톤과 낮은 색온도가 만들어내는 컬러는 수지가 가진 ‘아우라’을 더 살릴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3화 중 이 장면이 지향하는 영상미를 더 끌어올린다. 여기에 1.85대 1 비율은 정말로 배수지라는 배우가 가진 본연의 아우라를 엄청 끌어올린다.

영화 남한산성의 차가운 컬러감은 영화 전체에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 드라마. 이미지 구축이 핵심인 이 분야에서 이미지와 색을 디테일하게 조정하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컬러 보정을 비롯한 후반 작업들은 작품이 지향하는 '기획의도'대로 나아가게 하는 세밀한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컬러는  영상이 추구하는 질감을 만드는 작업이자, 영화와 드라마 전체 룩을 통일성 있게 안착시키는 작업이다. 하지만 컬러를 손질해 작품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수많은 작업들은 생각보다 관객들 주목을 끌지 못한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먹는다.

남한산성은 '혹한'이라는 날씨를 차가운 색으로 바꾸어 영어 화질 감으로 바꾼다.
'혹한'을 영화 톤으로 삼았기에,영화 남한산성은 차갑고 무겁다. 이는 조선이 처한 상황을 매우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배우들 연기도 이같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변화는 그 산업에 처음에는 큰 변화를 만든다. 기존 인프라와 새로운 인프라가 만나 변화를 만들고, 변화가 익숙해지면 그 이후부터는 디테일을 추구하게 된다. 특히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하는 건 디지털 기술이 준 가장 큰 산물이다. 특히 엔비디아에서 만든 각종 기술과 영상기기, 인공지능을 결합한 FLUX시스템은 시간마저 초월하게 가능하게 해 준다. 이러한 후보정을 작업을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

언리얼 엔진으로 구축한 LED 패널 스튜디오. 스튜디오 내 빛을 아이패드도 조절한다.

해 질 녘 장면이라도 로케이션 상황상 그 시간대에 찍을 수가 없다. 이런 장면은 동이 트는 새벽시간대에 촬영을 하거나 최대한 비슷한 시간에 촬영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진 보정을 하면 보정을 통해 시간을 생각보다 쉽게 속일 수 있다. 디지털 후보정과 색보정은 천재지변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필름영화가 사라지고 모든 게 디지털화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작업이 예전보다 쉬워진 면도 있다. 동시에 이를 통해 새로운 작업이 더더욱 가능해진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실사 이미지를 아리 카메라 찍은 모습. 기술은 점차 공간을 초월하고 있다. 출처: 언리얼 엔진 유튜브.

블랙매직사가 만든 다빈치 리졸브 같은 프로그램. 이를 돕는 지포스 RTX 혹은 콰드로 시리즈는 디지털 색보정과 무한한 색 보정 가능성과 작업 효율성을 가속화시켰다. 대체로 키 라이트 방향만 빼고는 화면 속 거의 모든 요소를 후반에 바꿀 수 있다. 요즘은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키 라이트까지 수정할 수 있을 정도로 디지털 기술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발전 덕에 '대충 찍고 색 보정하면 다된다'는 말이 농담으로 나올 정도다. 어떤 이들은 룩업테이블(LUT)을 미리 만든 후에 현장 모니터로 LUT가 적용된 화면을 보기도 한다. 색보정 전에 원하는 방향으로 변환시킨 이미지를 얻기 위함이다.

덱스터 디아이의 박진영 컬러리스트는 오랜 시간 영상 콘텐츠에서 컬러 작업을 했던 배테랑 컬러리스트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컬러리스트에는 관심 없지만, 컬러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디지털 보정은 관련 업무만 하는 이들 몫이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일은 상당히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실제로 관객들은 누가 보정했는지 모른다. 관객들은 오로지 배우만 보고 판단한다.(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박진영 컬러리스트의 이름이 나오는데 이건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아챌 뿐이다.)

'눈이 부시에'에서 할머니 죽음을 보는 연기를 하는 남주혁배우. 영상컬러를 어떻게 다듬는 일에 따라 영상톤은 무수히 달라진다.'
남주혁 배우는 드라마내에서 본인의 아우라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는 그가  본인보다 상품을 돋보이게해야하는 모델출신이라서점도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배우는 이러한 기술적인 이해를 토대로 자신의 연기가 후보정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이해해야 한다. 만일 밤에 필요한 영상을 새벽에 찍는다면? 후보정팀은 새벽을 밤으로 조절할 거다. 그렇다면 ‘뒤는 후보정팀이 알아서 하겠지’가 아닌 ‘뒤는 후보정팀에 맡긴다. 난 대신 연기에 집중한다’하는 건설적인 방향을 가야 한다.

모든 콘텐츠는 항상 팀 플레이다.

이는 축구에서 탄탄한 수비진과 공수전환 시 상대팀에 강한 압박으로 공격진의 부담을 덜어주는 미드필더가 있을 때와 마찬가지다. 컬러 보정 같은 후반 작업도 축구경기 내 빌드업과 다를 게 없다. 배우는 최전방 공격수. 촬영감독은 중원을 조절하는 미드필더다. 하지만 미술, 조명, 그립팀이 수비와 중원 조절을 한다. 이러한 밑바탕 아래 배우가 온전히 공격을 할 수 있게 빌드업을 해준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 배우는 상황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물론 이는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리버풀이 메시를 마크하는 장면. 핵심 수비수 3명과 2명의 미드필더. 총 5명이 협공으로 그들 막이려고 한다. 이 상황에서 메시의 최선은 무엇일까?

아무리 손흥민이 잘한다고 해도, 토트넘 핫스퍼 중원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손흥민의 노력과 상관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손흥민을 막으려는 수비수들이 많을수록 해리 케인 같은 공격수들에게 공간이 더 생긴다. 훌륭한 축구선수라면 자신에게 수비수가 몰리는 그 상황을 이용해야 한다. 실제로 손흥민 선수는 그렇게 행동한다.

[인공지능기술은 컬러를 비롯한 영상 질감에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디즈니 만달로리안은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영상을 제작했다. 출처: ILM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그래픽 기술은 그린 스크린 아닌 가상스튜디오를 만드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출처: 언리얼 엔진 유튜브(에픽게임즈(

인공지능기술은 컬러 보정에서도 충분히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ILM과 디지털 도메인은 아이리쉬 맨, 어벤저스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CG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영상 리마스터링 과정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이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은 아직 사람과 같은 인격보다는 가장 최적화 지점을 찾는 자동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무리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해도 대체 가능한 분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분야가 있다. 컬러리스트들이 일일이 하나씩 컬러를 고르던 방식들은 인공지능기술들이 최대한 찾아서 컬러리스트에게 제안할 것이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영상 촬영. 이역시도 메타버스다. 출처:ILM

예를 들어 디즈니에서 제작한 만달로리안 같은 경우 LED 패널과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촬영했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가상스튜디오와 실내 스튜디오 간 협업은 만달로리안을 만드는 속도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ILM이 개발한 FLUX시스템 내 인공지능인 페이스 파인더는 배우의 과거 시점 시간대를 맞춘다. 인공지능이 찾아낸 결과물을 통해 ILM팀은 아이리시맨에 사용할 배우 얼굴들을 만들었다. 그 안에는 컬러를 비롯한 모든 요소가 담겨있다. ILM팀은 페이스 파인더를 사용해 이를 ‘적용’했을 뿐이다.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만든 가상스튜디오를 활용해 드라마를 만든 디즈니의 만달로리안.(좌) 오른쪽은 촬영결과물이다.
디즈니와 ILM은 현지촬영이나, 특수효과에 전적으로 의지하던 작업을 언리얼엔진으로 해결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건 구조를 이해하는 사고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를 빠르게 작업에 적용하며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생각들 말이다. 실제로 구글은 자신들이 만든 딥러닝 도구인 텐서 플로우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 엔지니어들을 재교육시키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엔지니어들이 프로그래밍 언어들을 다루면서 익힌 구조 이해력이 있기 때문이다.

. 드론을 통한 영상 촬영은 이제 너무나 당연해졌다. 이는 드론은 정보기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이를 통한 영상 촬영은 기존 영상 촬영과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구조 이해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걸러낸 자동화 결과물을 선택하며 적용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설령 촬영감독이 하던 촬영도 나중에는 로봇이 대체할지 모른다. 만약 촬영 로봇이 나온다면? 그 로봇은 어떻게 움직일까? 아마도 로봇이 촬영감독을 한다면 그 학습모델은 로저 디킨스 혹은 임마누엘 루베즈키 감독 스타일로 학습시켜 적용할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달리, 스테디캠으로도 촬영이 힘든  다양한 영상 시도가 이루어질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드론을 통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불과 몇 년 전에 해도 돈이 많이 들던 공중촬영은 이제 드론으로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기술과 창의성이 만나 한판의 멋진 드라마를 만든다. 우리가 보는 드라마 속 모든 컬러는 우리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컬러는 자존감이면서도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자신의 질감을 표현하는 도구다. 우리는 ‘컬러’를 선택하며 매일매일 스타일을 만들며 자신을 표현한다. 이러한 컬러의 속성은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에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컬러가 개인의 스타일을 표현하듯, 컬러는 영상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만든다. 또한 컬러는 영상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무의식적으로 전한다. 기술은 점차 각 분야 간 벽을 허물고 있다. 특히 광학기술과 정보기술이 만나면서 인간이 구현하지 못한  상상력은 영상을 통해 더욱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예전에는 하지 못한 더욱 디테일한 색 표현을 가능케 하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으나, 컬러가 영상에 미치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를 기억하자.


**이미지 출처: 넷플릭스, 유로스포츠, ILM, 에픽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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