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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을전하는남자 Jan 04. 2021

드라마 산업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를 접근하는 모습은 어떻게 변해갈까?

9년 전 뉴욕 지하철에서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아마존 킨들로 책을 보는 사람들이었다. 아마존 킨들을 몰랐던 건 아니다. 단지 한국에서 아마존 킨들로 책을 보는 이들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킨들을 사용해 자연스럽게 독서하는 이들을 계속 본건 뉴욕이 처음이었다. 

아마존 킨들은 책이다? 책이 아니다? 중요한 건 킨들로 읽는다는 게 더 중요하다. 출처: unsplash

2년 전 도쿄 JR유락 초역 근처로 기억한다. 내 앞에 있던 한 사람이 웹툰을 보고 있었다. 흥미로운 건 UI였다. 그는 사람이 스마트폰 화면을 왼쪽으로 넘기면 스크린 페이지가 부드럽게 넘어갔다. 마치 책이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책 페이지 구성이 반대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책을 넘기지만, 일본은 왼쪽으로 넘긴다. 물론 이게 새로운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본 웹툰 UI는 일본 도서문화를 반영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을 뿐이다.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책 기기에서부터 카카오페이지, 리디북스 같은 콘텐츠 및 전자책 앱은 이제 삶에 완전히 자리 잡았다.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킨들은 책일까? 카카오페이지는 책일까? 그냥 텍스트콘 텐츠 기계일까? 아마도 그 답은 개인마다 다를 거다. 하지만 정보기술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는 걸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 유통의 변화는 정보기술, 반도체를 비롯한 IT 인프라와 플랫폼 기업이 이끌고 있다. 이 말은 5년 전만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드라마와 영화를 방송 송출과 극장에만 의지하는 건 구시대 발상이다. 이제 드라마와 영화는 기존 방송채널과 극장과 더불어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와 로컬 OTT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시청률은 '국내'에서 유용한 수치다. 오히려 시청률은 방송사간 광고 매출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제 시청률만 가지고 드라마를 판단하는 일도 옳지 않다.

1억 95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가진 넷플릭스. 디즈니는 1억 3천500만 명이다. 이게 대략 감이 오지 않는다면? 브라질 사람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넷플릭스만 본다고 생각해보라. 참고로 브라질 인구는 2억 명이 살짝 넘는다. 디즈니는 현재 3개의 스트리밍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디즈니가 소유한 OTT(디즈니+, ESPN+, 훌루) 가입자는 1억 3700만 명으로 넷플릭스에 이어 2위다. 

디즈니가 보유한 OTT는 총 3개이고, 이걸 모두 합치면 1억 3천500만 명이다. 출처:unsplash

디즈니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디즈니 플러스[디즈니, 픽사, 마블]는 출시 1년 만에 8680만 명의 가입자를 기록했다. 이는 원래 2024년까지 목표한 수치였다. 하지만 디지는 5 동안의 목표를 불과 1년 만에 달성했다. 디즈니는 2024년도까지 전 세계적으로 3억~3억 5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구독자 증가와 스트리밍 가격 인상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대거 대규모 콘텐츠 지출로 사용할 계획이다. 중국 같은 경우 바이두그룹의 아이치이가 1억 300만 명의 구독자수를 가지고 있다.


반도체 기술을 비롯한 정보기술을 이해할수록 드라마 제작과 유통은 의외로 선명하게 보인다. 플랫폼이 드라마 유통이 되었기에, 플랫폼이 움직이는 기술식은 이제 드라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보기술이 배급을 이끌면서 이제 방송국 송출은 주류에서, 배급 판로중 일부로 변했다. 여전히 영화는 각 나라별 극장 개봉일이 다르고, 현지 배급사가 다르다. 하지만 넷플릭스 같은 OTT 같은 경우 대부분 같은 날 공개한다. 다만 종종 자막 문제로 몇몇 나라에서는 송출이 늦어지기도 한다.

넷플릭스에서 중요한 방송 송출망이 아니라, 아마존 데이터센터다.

드라마 유통 변화는 넷플릭스가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영상 송출을 오직 앱과 웹에서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는 현재 데이터센터도, 방송채널도 없다. 넷플릭스는 모든 송출을 AWS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며, 서비스를 위한 가상 서버를 수천 대 운용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이걸 통제하는 엔지니어는 인원은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라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트래픽이 급격하게 증가해 서버가 다운되는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그들 서버를 다운시키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카카오TV는 방송이 아닌, 카카오톱과 앱을 통해 송출한다. 출처:카카오tv

카카오tv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 엠이 만든 드라마를 방송국에 전혀 납품하지 않고 있다.(편성 매출) 오히려 카카오 ‘탭’의 좋은 결과를 반영해 카카오톡을 통해 드라마 송출을 하고 있다. 인기 웹툰인 '연애혁명'을 드라마화한 '연애혁명' 같은 경우 첫 송출 시에는 주 1회였다. '연애혁명'의 인기가 상승하자 주 2회로 늘렸다. 연애혁명이 주 2회로 송출을 늘리기로 발표한 날. 트위터에서는 ‘#연애혁명 주 2회 실화’가 실시간 단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출처:카카오tv, 넷플릭스

카카오는 12월 22일부터 시작하는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카카오 티브이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송출하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동명의 중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아름다운 우리에게’도 송출을 시작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는 넷플릭스에서 보면 된다. 카카오톡으로 시청할 사람들은 카카오 티브이로 드라마를 시청하면 된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을 기획한 카카오 엠(제작사인 글 앤 그림도 카카오 엠 자회사다.)은 넷플릭스에 맞게 오프닝 시퀀스를 수정하기도 했다.

원더우먼 1984는 극장과 HBO플러스에 동시 개봉했다. 일단 반응은 나쁘지 않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기지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출처:더버지.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드라마를 보는 행위 그 자체가 변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드라마는 송출시간에 맞추어 티브이에서 보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기가 보고 싶은 드라마는 책을 꺼내듯이 스마트폰에서 꺼내보면 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원더우먼 1984처럼 극장과 OTT에서 동시 개봉하는 경우, 극장에 가서 볼 사람은 극장으로, 집에서 편하게 볼 사람은 HBO플러스를 보면 된다.

OTT는 서서히 전봉 방송송출 방식을 추월하고 있다. 출처: PWC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이 같은 양상은 더 커지고 있다. SVOD(Subscription VOD)의 수요예측은 2024년까지 극장 수요와 비교해보면 2배 정도로 성장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도 고정 방송 소비(케이블, 방송국 송출)와 비교하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그 격차가 더 커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TV와 스마트폰이 천천히 양 분회 되고 있다는 걸 말한다. 

방송 매출도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OTT보다 매출총액은 크다. 하지만 2024년에 이르러서는 TV 매출을 OTT매출이 점차 방송 매출을 앞서리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가 봐야 할 점은 ‘어느 분야가 우월한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습관과 행동이 점차 이용자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걸 주시해야 한다.


앞서 말한 원더우먼 1984만 보아도 이는 명백해진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원더우먼은 극장에서 개봉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야 OTT 서비스를 시작했을 것이다. OTT의 성장은 오히려 극장 개봉에 의지하는 영화 배급 형태에 유연함과 대응책을 제시했다. 코로나 19가 지나면 극장 매출은 다시 회복될 테지만, OTT가 만든 유연한 체계는 오히려 새로운 배급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것이 분명하다.


OTT는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습관을 천천히 바꾸고 있다.
 

앱으로 생활방식을 구축하는 시대.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방식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매일 혹은 자주 사용해하면서 습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습관들. 가령 매일 사용하는 쇼핑, 채팅앱 등은 물건을 사고,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연락하는걸 습관 한다. 코로나 이전에는 ZOOM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해 회의를 하는 건 일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줌은 아예 동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활양식으로 변했다.


물건을 살 때 어떤 앱을 제일 첫 번째로 선택하는가?, 그 빈도가 얼마나 많은가? 심심할 때 넷플릭스를 제일 첫 번째로 선택하는가? 아니면 유튜브가 먼저인가? 당근 마켓이 먼저인가? 당근 마켓이 먼저인가? 이 같은 앱 사용 선택이 습관으로 점차 변할수록, 점점 더 깊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로 굳건히 자리 잡는다. 기업들은 자사 서비스가 사람들의 행동과 습관을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었나는 체크하기 위해 수시로 DAU, WAU, MAU지표들 확인한다. CTR과 CVR도 마찬가지다. 

당근 마켓 장바구니는 당근 마켓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더 끌고 온다. 출처: 당근마켓 인스타그램

정리하면 간단하다. 우리는 이제 앱 단위로 생활양식을 공간화한다. 당근 마켓이 최근 거래를 돕기 위한 장바구니를 출시한 이유도 앱 단위를 일상생활로 끌어내 문화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렇게 생겨난 행동들은 생활양식일 돈다. 이게 더욱 발전하면 취향이 된다.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알고리즘화해 데이터 집단을 만든다. 이걸 개인에게 적용하고 이를 반복해 추천 시스템을 만든다. 

안드로이드와 앱스토어의 일일 순위. 순위를 떠나서, 이러한 양태를 보면 사람들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치 유추할 수 있다. 출처: 모비인덱스.

이렇게 개인 습관과 취향에 대한 개인 접근과 기업들의 알고리즘 형태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개인 라이프스타 일과과 기업 추천 시스템은 동시에 플라이휠 형태를 가지게 된다. 브랜드를 중심으로 문화가 생기는 모습도 플라이휠이 더 빠르고 역동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말한다. 더불어 그 플라이휠의 가치가 소위 기업가치, 유니콘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구글처럼 동사가 변한 지 오래다.

넷플릭스에 익숙한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에 가장 먼저 접속한다. 이와 달리 어떤 이들은 유튜브에 들어가 자신이 구독하는 유투버가 새로운 영상을 올렸는지 확인한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 드라마와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보고, 드라마 편집본은 TVN 유튜브 채널에서 본다. 내 어머니같이 TV를 보는 이들은 TV를 먼저 본다. 하지만 요즘 넷플릭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어머니는 조금씩 넷플릭스 사용빈도를 높이고 있다.

나는 티빙,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고, 편집은 티비엔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본다. 출처: 유튜브, 티빙, 넷플릭스.

물건이나 아이쇼핑을 한다면 쿠팡에 먼저 들어간다. 누군가는 네이버일 수도 있다. 이 글에서 내가 언급한 앱이 넷플릭스와 쿠팡으로 나온 이유가 나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제 앱 사용의 반복은 라이프스타일로 이어진다. 앱을 반복 사용하는 일은 경험을 반복하게 만들고, 그 경험은 개개인이 앱에 가까워짐을 나타낸다. 기업을 그 가까워짐이 수치화 활수 있고 이를 통해 서비스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지정된 공간과 시간'에 보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야 한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 일속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제 영화와 드라마는 나누는 일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다. 이를 이해하는 일은 비단 시청자, 제작사, 배급사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배우에게도 해당된다. 드라마 역시 하나의 플랫폼 속 콘텐츠가 되었으며, 방송국에서 방영 기간 동안 상영하는 한정된 매체로 끝나지 않았다. 이제 드라마와 영화는 언제든지 주머니에서 꺼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드라마와 영화는 영상소설과 문학에 가깝다고 보아도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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