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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공이 Feb 15. 2022

이제 되돌릴 수 없다. 공개예정 프로젝트가 되었으니까

말의 성찬으로 써 내려가는 <내일 독립합니다> 출판기 04

찐찐막, 최종최최종최최최종, 제발최종 마감 2일 전

   초콜릿 한 조각을 혓바닥 위에 올린 채 뜨끈하다고 표현해야 정확할, 따뜻한 보이차를 마시며 커서가 깜빡이는 화면을 계속 본다.

그냥 계속 본다. 깜빡-깜빡-깜-빡-.

마감이 코앞이지만 마감을 회피해보고자 차를 자주 우린다. 차는 원래도 좋아했지만 요새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은 마감 시즌의 마법인 걸까?

티포트 차망에 찻잎만 넣기 때문에 커피를 내려먹는 것보다 공정이 매우 간단하지만, 다우茶友를 데려와서 내가 좋아하는 티코스터에 올려두고, 굳이 다식茶食까지 챙겨 와서 여유 부리며 차를 마신다.

차가 뜨끈한 이유는 내 발등에서부터 열기가 올라오기 때문일 거다.


  뭐든 공정률이 80%가 넘어가면 하기 싫어진다. 매번 모든 종류의 마감마다 겪는 일이지만 도대체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초안을 다 쓰고 교정교열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초안을 거의 1교 수준으로 고쳐내면서 쓰기 때문일까? 나에 관해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다).

싫증을 빨리 내는 성격이지만 또 책임감은 강해서 80%까지는 온 힘을 다해 집중하고, 열렬히 좋아하다 고지가 보인다 싶은 8부 능선부터는 급속히 식어버린다. 책임감이 싫증을 견디지 못하는가 보다.


   아이고 안 써진다 하며 곡소리 내다 정신이 금세 딴 데 팔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곁가지 일들을 처리한다. 곁가지 일들은 공정률 99%가 되었을 때쯤 슬쩍해버리면 끝나는 간단한 일인데 참지 못하고 그 일들을 먼저 해버린다.

북토크 기획안을 보완하거나, 서지정보를 먼저 써둔다거나, 홍보용 인스타그램 계정에 로그인하여 나중에 납품하고 싶은 독립서점 계정을 미리 팔로우하고 납품 제안서에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 주로 이런 생각들을 한다. 당장 못하는 일들은 벽에 붙은 화이트보드에 적어두는데도 또 할거 없나… 마감은 안 지키고 그런 생각들을 한다.

펀딩 시작 전에는 1교 마감을 해야 하는데, 펀딩 시작일 북토크의 구성을 쓰고 있다. 실무자의 본능일까 아니면 마감 시즌의 마법일까? 뾰로롱.



<내일 독립합니다> 출판기는 22년 1월 22일(토), 4화부터 쓰기 시작하여…

   인쇄에 대한 부담감은 10년 넘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탈자야 인간미라고 둘러대면 되건만 비문이나 편협한 시각, 정확하지 않은 데이터들, 내 얼굴이 붉어지는 고유명사 실수, 거기다가 한참 뒤떨어지거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정책제언―익다 말아버린, 차라리 날것이면 이해라도 받을 수 있을 법한 어설픈 내용이 인쇄되어 오랜 시간 어딘가의 서고에 남아있을까 무섭다. 

한번 찍어내면 수정할 수 없다는 부담감, 그리고 물리적으로 만져지는 인쇄본에 대한 부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이런 압박을 심하게 받았던 때에는 꿈속에서 그 당시 쓰고 있던 보고서를 백스페이스 키를 주-욱 눌러 지우고 검은색 커서만 끔뻑거리는 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다.


  원래 한 가지 일만 하면 쉽게 늘어지고, 이것저것 동시에 일이 벌어졌을 때 즐겁게 하고 속도를 내기에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다. 사실 '출판기'라고 할만한 콘텐츠가 전---혀 아니지만 인쇄될 수 없는, 반찬마다 뿌려지는 참깨처럼 온갖 미사여구를 뿌려댄 말의 성찬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글쓰기를 눌렀다.

비문으로 읽힐 수도 있는 긴 문장과 이상한 형용사와 불필요한 중복 표현과 쓰잘데기 없는 2바이트들을 자가 검열과 자가수정 없이 토해내며 써내기 위한 불손한 이유로 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일 독립합니다> 펀딩이 목전이었기에 홍보도 할 겸. ㅇㅇ.

(오늘은 22년 1월 22일 토요일이고 아마 이 글은 2월이 되어야 발행될 것이다. 오늘 이 글을 다 썼고 교정교열은 가볍게 했다. 교정교열을 적게 해야 말의 성찬이 되니까↗)

(발행 직전 구차하게 덧붙이는 이스터에그(?): 브런치 주소창을 보면 1화 글 번호는 12인데, 4화 글번호가 11이다. 참고로 2화는 14, 3화는 15, 마지막화(8화)는 13이다.)


  신나게 오만떼만 단어와 음절들을 굴려가면서도 이 글이 펀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면 어쩌지

나의 게으름이 한참 묻어난, 애매하게 발행된 4개의 글을 보고 머리에 물음표를 뎅-하고 띄우면 어쩌지

이런 걱정을 했지만 나는 쉼표도 오만데 찍고 싶고, 지금은 쓰지 않는 말도 안 되는 말을 위트 있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쓰고 싶고, 나의 속마음을 괄호로 묶어 매 문장 중간과 끝마다 욱여넣고 싶고 수미상관, 비문 상관없이 아무거나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싶은 것이다. 참깨를 사방팔방 뿌리고 싶은 것이다.

(말의 성찬을 그득그득 내오는 와중에도 4화부터 글을 시작할 수는 없기에 전체 글 구조와 회당 제목과 내용을 함께 구성했다. J챠밍★)


   저녁 먹을 즈음 150여 명이었던 펀딩 시작 알림 신청자가 잠이 올 때 즈음되니까 160여 명으로 늘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대로 펀딩까지, 결제까지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마감을 코앞에 두고 사이드 프로젝트의 사이드 글을 쓰고 있지만 결코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니랍니다. 펀딩 시작 알림 신청한 161명의 예비 후원자님, 펀딩에도 꼭 참여해주세요.

8부 능선 넘을 때 즈음 항상 하는 짓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가 또 책임감 하나는 남다르거든요! 그리고 이 글이 공개될 때쯤엔 이미 견본 인쇄본이 나와서 2교를 보고있을거에용!

(2월 15일의 덧붙임: 중간에 원고 일부를 전면수정하여 다음주에 견본 인쇄가 진행됩니다. 견본 인쇄 중 예정된 2교가 진행됩니다:)...)


당신의 독립을 응원하는 <내일 독립합니다> 펀딩 참여하러 가기

☞☞ 13년 차 공인중개사 두소장과 월세가 아깝지 않은 독립생활자 이공이가 감히 독립과 부동산을 권합니다. 브런치에 업로드된 이 글은 문장 구성이 복작복작한데 <내일 독립합니다>는 정제된 글이니 부담 갖지 말고 오세요. 정제된 글 쓰다가 발산할 곳이 필요해서 이 글을 쓰고 있었답니다.



댄스곡으로 바꾸고 다시 글 쓰러 갑니다.

   '벼리다'라는 단어를 언젠가는 글에 담아보고 싶다. 최근에 읽은 《활활발발》(지은이 어딘)에서 '벼리다'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저 단어를 쓰다니, 저 단어로 표현되는 일을 겪거나, 관찰했다니 이렇게 부러울 데가!라는 생각을 했다.

벼리는 모습을 관찰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일단 내가 글을 벼리는 주체가 되어보고 싶다. '벼리다'가 언제 활성화되고 그 정의에 부합하는 때는 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관찰하기 전에 내가 관찰되고 싶다.


   제법 오래간만에 로그인한 브런치에는 2019년 4월 16일에 멈춰있는, 발행하지 못한 글이 서랍에 담겨 있다. 4월 16일을 극복하지 못한 채 리옹에서의 한 달을 담은 글들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밤이고 구주歐洲가 낮이 었을 때 햇볕을 받으며 누워서, 때로는 앉아서 쓰던 4월 16일의 글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발행을 눌러도 될 정도로 교정교열을 본 상태이지만, 아직도 머릿속에서, 입안에서 아득한 느낌으로 맴도는―그러니까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고 일본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도 아닌, 어느 인간동물의 언어도 아닌 전기가 파지직 오르는 이미지이면서 노드와 노드가 연결된 신경망 같이 생긴 나의 언어로만 표현되어 적확한 한국어로 번역이 불가능해 글이 애매하게 겉도는 바람에 아직도 발행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 '벼리다'라는 단어를 쓴다면, 아마도 4월 16일에 대한 글을 써냈을 때가 아닐까?

갑작스럽지만 지금은 벼려내지 못하니 댄스곡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마감을 지켜내러 가야겠다.



이 글을 실제 업로드하는 2월 15일 아침에 텀블벅 펀딩 444%를 달성했고, 후원자는 663명이다.

많은 관심과 펀딩 참여 고맙습니다:)





마감 직전에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목차 구성한 사람 누구지요...?  (202: ... 저요!) 실제 발행 제목이 이와 같을지는 미지수이지만 1월 22일(토) 버전 목차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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