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성찬으로 써 내려가는 <내일 독립합니다> 출판기 06
독립하기 참 좋지 않은 시절이다.
세계가 연결되어있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 코로나19가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고, 여성을 향한 혐오와 범죄는 더욱 만연해지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가 여전한 사회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쟁 종전선언이 있은지 불과 5개월도 채 되지 않았고 동계올림픽이 끝나지도 않은 지금,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된 세계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립을, 하고 싶은 무언가를 또 미룰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많은 것들이 제약되면서 '그때는 가능했던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했던 소소한 것들, 아니면 큰 마음먹고 했던 것들, 또는 누군가는 조금만 더 하며 버티다 내일로 미뤄왔던 것들. 그런 것들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되었다. 언젠가 다시 할 수 있게 되겠지만, 이렇게만 생각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대를 지나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2019년도 그렇다. 장기 휴가를 받고 1달 동안 리옹에서 살아보기로 한 건 당시 나에게 정말 큰 결심이었다. 그때 지게 된 빚을 1년 넘게 갚았고, 여전히 빚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은 그때 하지 않았으면 외려 지금 후회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리옹에 가기로 결정하고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 <내일 독립합니다>의 주춧돌이 되었다. 이사할까 말까 고민하다 이사하기로 한 결정이 <내일 독립합니다>의 시작이 되었다. 딱히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과거의 내가 쌓아두었던 것들이 지금의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 보니 찬란했던 과거와, 답답한 현재와 보이지 않는 미래. 한 해 한 해 보낼수록 더 많이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부고 소식. 이런 것들이 코로나19와 겹쳐 나에게 '지금'이라는 단어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독립하는데 호시절이 있기는 했을까.
특정하지 않은 다음으로 미루기에는 우리 앞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대를 지나고 있다. 그래서 꼭 오늘 준비해서 내일 독립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일단 독립하고 차차 채워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러기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환경들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꼭 오늘 준비해서 독립했으면 좋겠다.
독립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독립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고, 독립 생각이 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지금 독립해보았으면 좋겠다.
독립하기 썩 좋은 시대는 아니고, 지출과 안전에 대한 부담은 부정할 수 없다. 나 또한 그 부담을 안고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 말고 다음이라고해서 지출과 안전에 대한 부담이 적을까?
독립을 단순히 혈연가족과 물리적 분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공간(자기만의 방)'을 갖고, 가꾼다는데 강점을 찍고 싶다. 그리고 자신만의 공간에서는 당신이 무엇을 하든지 모든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단순히 밤에 늦게 들어오고 게으른 생활을 하는 것 말고도, 슬프고 화나고 짜증 나고 울분을 토하고 실패하는 모든 것들을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꼭 한 번쯤 당신이 독립했으면 좋겠다.
<내일 독립합니다>를 처음 기획할 때 나의 이사 이야기에 더해 '독립'에 대한 서로의 사유를 많이 나눴다. 자취가 아닌 독립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소장님과 나의 언제나의 화두였다.
하지만 독립에 대한 사유를 책에 담기에는 독립에 대해 연구를 하는 당사자들도 아니었고, 인문서적보다는 실용서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이사 경험을, 두소장님은 집 구하기 전 과정에 포커스를 맞춰 독립을 고민하는 분들께 독립과 부동산을 쉽게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글을 <내일 독립합니다>에 담기로 했다.
하지만, 당신이 독립을 마음먹는 그 순간. 그 부분만큼은 <내일 독립합니다>에 담을 수 없었다.
<내일 독립합니다>는 기본적으로 독립을 고민하고 있거나/ 독립을 결정했거나/ 다시 독립하려고 하는 분들을 위해 작성했다. 독립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분들까지 독자로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아야 했기에 명확한 독자를 설정했고, 독립을 생각한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담았다.
누군가의 독립 욕구, 부동산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나의 필력으로는 구현해낼 수 없는 주제였기에 당신의 독립 결정의 순간까지는 책에 담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담고 싶었지만 실제 담지 못한 '독립'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과 고민들은 책을 읽으시는 분들 각자의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 좀 더 나은 지금과, 지금보다는 확실한 미래의 단단한 기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내일 독립합니다>에 빠진 부분은 각자가, 때로는 서로가 메꿔줄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쓴 파트에서 계속 강조하지만 독립했다고해서 혼자 세상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일 독립합니다>를 위해 처음 셋이 모인 건 가을이었다. <내일 독립합니다>의 큰 줄기가 된 나의 이삿날 2일 전이었다. 가을에는 이사를 했고, 겨우내 원고를 썼다. 사실 썼다 지웠다 갈아엎었다 외면했다 고쳤다 썼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했고, <내일 독립합니다> 펀딩을 시작했고 오늘부터는 봄이다.
그 사이 기획, 디자인, 인쇄 사양 정하기, 지류 탐방, 텀블벅 업로드, 펀딩 홍보 등을 전부 진행했다. 봄이 오는 지금은 원고 2교를 보고 있고, 샘플 인쇄를 의뢰하고 있다.
펀딩 참여자 400명을 넘기며 위탁 발송을 해야겠다 생각했고 어제 위탁 발송 업체도 섭외했다. 2교를 전부 마치면 보라가 내지에 반영하고, 마지막 탈고를 한 후 본 인쇄를 하면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은 끝난다.
처음 100세트 인쇄 견적을 받았는데, 최종 인쇄 견적은 900세트를 기준으로 받았다. 오늘은 여기에 또 100세트를 더하게 되었다.
독립서점/공간의 입고 신청 문의가 왔고 벌써 납품계약을 완료했다. 봄에는 독립서점 입고와 온라인 판매를 위한 일들을 새로 시작한다.
이렇게 내일독립합니다 팀의 <내일 독립합니다>가 마무리된다. 남은 건 독자들의 독립과 부동산 이야기이다.
한국인의 새해는 1월 1일, 설날(음력 1월 1일), 그리고 3월 2일(입학)이라고 한다.
그렇게 피 땀 눈물을 쏟으며 3명이 함께 3계절과 3번의 새해를 보냈다.
3번의 새해를 걸쳐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여전히 '독립'이다. 오늘 준비해서 내일 하는 화려한 독립.
오늘 준비하고, 내일 독립하세요. 저도 응원할게요. <내일 독립합니다>가 당신의 독립과 부동산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독립과 독립 공간이 안전한 실패를 위한 장소가 되길 바란다.
<내일 독립합니다: 02 찰나라도 독립을 생각한 모든 분께>
▶ 3월 1일(화) 오후 10시, 독립의 기쁨과 즐거움을 말하는 <내일 독립합니다> 마지막 북토크가 진행됩니다.
▷▷▷ 3월 5일(토) 밤 11시 59분이 마지막― <내일 독립합니다> 알아보고, 펀딩 참여하러 가기
▷ 두소장의 '집 구하기 로드맵'과 이공이의 '햇빛이 드는 방에서 독서하기 로망 실현'을 담은 단 하나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