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는, 삶에 대한 책임의 크기만큼은 아니었을까.
일어날 힘이 없다는 것은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증거이며,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일련의 반증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언제 다시 재개할 수 있겠냐며 몰아치기에는 당신은 너무 착했고, 약삭빠르지 못했으며, 늘 책임감이 강했다.
단순히 돌아갈 능력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을 또다시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었을 뿐이다. 그냥 가벼이 선택하기에는 당신은 너무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저 엄두가 나지 않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번아웃을 삶에 대한 근면과 충실, 성실과 책임이 남긴 일종의 흔적 정도로 여겨보면 또 어떨까 싶다.
그래. 그런 것 같다.
너무 열심히, 정직하게 살았나 보다. 조금 덜 살아볼걸. 조금은 쉽게 돌아가볼걸. 아니면 적당히 못되게나 한번 살아볼걸. 그랬다면 조금은 더 낫지 않았을까.
달리 생각해 보면 번아웃은 아무에게나 찾아오지 않는 비싼 녀석이었을지 모른다. 어느 때부터인가 이 녀석은 스멀스멀 삶에 찾아오기 시작했고, 시간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그저 낙오된 줄만 알았다.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