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무너진다 한들, 그것이 우리를 침몰시키지 못했다.
다만 사람은 기댈 곳이 없을 때 무너진다. 우리는 피할 곳이 필요했던 존재였다. 단순히 앞에 있는 것과 맞서 싸우며, 늘 이겨야만 했던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끝없는 지지와 후원을 받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단단히 지탱했다.
되고 안되고는 어쩌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다만 언급했듯, 지탱되고 있었느냐를 물었어야만 했다. 삶을 향한 돌진과 돌파는 언제나 후차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도망칠 수 있는 장소가 제공되어 있어야 했다. 어쩌면 삶은 얼마나 잘 전진해 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 언제든 기댈 곳이 있었느냐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우리는 좋은 의미로 막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막 살아가지 못한다. 든든히 받쳐줄 방패 같은 존재가 없다고 느꼈기에 그렇다. 어쩌면 삶은 홀로 증명해 내는 것이 아닐 수 있다. 되려 내 뒤의 다른 존재들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실세로 있어줘야만 했다. 삶은 단순히 증명해 내려는 몸부림으로부터가 아닌, 이미 증명된 것으로부터 맞서야 했던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다만, 든든히 기댈 곳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