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날카로움이

내 손으로 옮겨진 시간

by Glory

필자는 수년 째 집에서 셀프컷 중이다. 미용실에 가지 않은지 언 5년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몇 년 전 인터넷으로 미용가위 세트를 구입했고 아직까지도 잘 사용 중이다. 그리 비싸지도 않았다. 기억하기로는 대략 4-5만 원 선이었던 것 같다. 바리깡도 함께 구입했다. 현재는 잘 쓰지 않는다. 초반에는 바리깡 없이 이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실력이 늘어서일까. 지금은 일반 가위와 숱가위 그리고 눈썹 칼 이 세 가지만 가지고도 충분하다.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나 뒷머리이다. 동그란 손거울을 이용하여 내 뒷모습을 보며 잘라나가야 한다. 비친 방향이 반대 개념이라 처음에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러나 이게 또 하다 보면 그런대로 할만하다. 그전까지는 많은 피를 보았던 것 같다. 그때가 결혼 전이었으니 셀프컷을 하고 데이트에 나섰던 나를 보고 아내는 당장 미용실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


쓸 때 없는 고집이었을까.


이후로도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에까지 왔다. 현재는 손거울은 마무리 단계에서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손의 감각만으로 가능하다. 아내도 별 말이 없다. 근래 들어서는 거의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뒷머리 라인도 말끔히 딸 줄 아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까지 들어가 보자면 많이 부족다. 허나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이게 미용실에서 한 머리인지 셀프 컷인지 아마도 잘 분간이 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돈을 아껴서 좋다.


요즘 미용실 가격이 만만찮다. 개인 예약제 미용실을 다녔던 적이 있었는데 일반 남성 컷에 옆머리 다운 펌 조합으로 6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금액이 나온다. 현재는 정확히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간단히 컷만 해도 대략 2만 원 언저리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셀프 컷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일이다.

마치 매 달 큰 행사를 치르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좋다.


머리를 하면서도 주체적인

느낌이 들어 나름 만족하고 있다.


수년 째 써서 그런 것일까.

이제 슬슬 가위도 사용감이 있다.


처음의 그 날카로움이

많이 무뎌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괜찮다.


그 시간 동안 날카로움은

내 손으로 옮겨져 왔 날들이었으니 말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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