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시간을 내어

무색해지지 않도록

by Glory

일주일에 서너 번,

많게는 한 주 내내 농구장을 찾았다.


필자는 키가 크지는 않지만 농구를 정말 좋아한다.


결혼 전 루틴은 일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채비를 하여 농구장을 향하는 것이었다. 한번 가면 보통은 2시간, 많게는 4시간 이상을 뛴다. 농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불어오는 선선한 저녁 바람, 코트를 비추는 명탑, 농구공 튀기는 소리, 저 도착해 몸을 풀고 있거나 이미 경기 중인 사람들, 주변에서 런닝 또는 산책을 즐기는 이들의 여유로운 모습까지.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좋았다.


거의 매일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한대 섞여 팀을 이루고 경기 하는 것이 루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패턴과도 같은 것이었다. 경기 중간에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내다가 왼쪽 발목을 접질렸던 적이 있다. 체중이 실렸고 순간 '우직' 하는 소리가 들렸을 정도였다. 덕분에 넉넉히 반년 정도를 뛰지 못했지만 회복 후에도 어김없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다시 농구장을 향했던 것을 보면 정말 좋아하긴 했었나 보다.


이렇게 약 3년 이상을 반복했더니 근육량 증가, 정확히 말해 하체 근육의 과발달로 필자 인생 최대치의 몸무게를 찍었다. 입던 바지들이 짝 달라붙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군대에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언급했듯 저녁을 먹고 최소 2-3시간 이상 뛴 후 돌아와 씻고 나면 위장에 있던 음식들은 말끔히 소멸된 상태였다. 말 게걸스럽게 야식을 먹어댔 것 같다. 운동량과 섭취량이 함께 늘었다. 살이 찌지않는게 더 이상한 조건이었다.


결혼 후 아내와 함께 가까운 농구장을 몇 번 간 적이 있다. 나는 농구를 했고, 아내는 미리 준비한 줄넘기를 하거나 런닝을 했다. 결혼한지 4년 차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대략 세어 보아도 농구장에 간 것이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한다. 결혼 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매일 나갔던 것에 비교해 볼 때 사실상 안 나간 것과 다름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제 작년. 농구를 좋아하는 나에게 아내가 나이키 농구화를 선물해 주었다. 모델은 르브론 NXXT GEN 그레이 색상. 말인즉슨 아직도 거의 새 거에 가까운 상태이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농구를 그렇게나 좋아하면서도 그 흔한 농구화 한 켤레 구입하지 않았다. 일반 런닝화나 운동화를 신고 뛰었지만 큰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생긴 농구화 끈을 묶었을 때의 그 안정감이 참 좋았다. 이거구나 싶었다. 발목을 꽉 잡아주는 이랄까. 수비수 모두를 제치고 당장 덩크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농구인들 포함 남자의 애니라고 하면 적절할까.


얼마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슬램덩크 AI 영상이 올라왔다. 아시는 분들은 이해가 빠르겠지만 만화의 완결에 접어들 때 강호 산왕과의 경기로 이야기가 끝맺음된다. 주인공 강백호의 첫 등장부터 이 마지막 경기지를 그대로 옮겨 실사화한 영상이었다. 혀 괴리감이 없었다. 얼마나 고퀄인지 댓글에는 산왕 에이스 정우성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분의 감사 댓글까지 달려 있었니 말이다. 보는 내내 가슴이 뛰었고, 일개 영상물이었지만 현장감이 가득했다. 다른 무엇보다 추억에 젖어기에도 충분했다.


"농구가 하고 싶어요"


부상 이후 재개에 실패하여 탕아처럼 살던 3점 슛터 정대만의 명대사이다. 사나이라면 눈물나는 장면일 것이다.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스토리가 참 짠하다. 퇴사 후 편의점 일과 자동차 배달 일. 더 넘어서서 어떤 마음의 무게감 때문이랄까. 단순히 시간이라기보다는 여유적인 문제로 그간 농구공을 들지 못했던 것 같다. 근육량도 많이 빠져 몸무게가 5킬로 이상 빠진 지 오래이다.


날이 점점 풀리고 있다.

농구가 하고 싶다.

조만간 시간을 좀 내봐야겠다.


아내의 선물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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