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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렬 Nov 02. 2018

최은영 작가의 단편 <그 여름>을 읽고


상처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게 너한테 상처가 됐구나’, ‘상처 받았구나’

복잡한 내 심정이 누군가에게 상처로 간단히 규정될 때. ‘애들은 다치면서 크는 거야’처럼 들린다. 이렇게 말하는 유형의 사람은 내게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피하거나, 맞서 싸우니까.

씨름에서 수없이 차여도 발목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발목은 예상치 못한 순간, 몸에 힘을 주지 않고 있을 때 작은 돌맹이 하나로 꺾이곤 한다. 이처럼 상처도 가장 힘을 뺀 관계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혹여나 상대방을 다치게 할까 봐, 조심조심 다룬 말과 행동은 그 무엇보다 부드럽고 편안하지만 한편으로 그 무엇보다 딱딱하고 날카롭기도 하다. 그럼에도 함께 하는 순간과 시간은 서로의 웅크린 약점과 한계를 쓸어내리고 두드려준다.

세월은 서로의 순간과 시간을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 서로의 순간보다 각자의 상황이 늘어난다.

각기 다른 상황은 우리의 시차를 점점 벌린다. 서로가 마주해야 할 순간은 각자의 상황에 밀린다.

너를 슬프게 할까 봐 너를 만나지 못했다. 네 앞에서 흘려야 할 눈물을 혼자 삼켰다. 나중엔 삼키지 못한 눈물이 다른 사람 앞에서 흘러 내렸다.

너는 내가 있어서 그 어떤 슬픔도 감당할 수 있었다. 너는 나 때문에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55쪽) 그래서 너는, 내 앞에서만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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