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반려묘
코짱이 입양을 도와준 누나에게,
요즘 코짱이가 많이 우울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둘째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일주일도 안 되어 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한라수목원인데, 고양이 데리러 오실래요?”
당시 나는 학교 후배와 카페에 있었고,
전화를 끊자마자 후배 차를 타고 곧장 수목원으로 향했다.
“수목원에서 일주일 넘게 지켜봤는데,
어미가 끝내 안 나타나요.”
“어미가 버린 것 같아요.”
“...키우실래요?”
“네.”
그렇게, 한라수목원에서
둘째 초코를 입양하게 되었다.
초코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마치 타잔을 처음 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야생 그대로의 기운이 느껴졌다.
날고기를 줘도 바로 뜯어먹을 기세다.
인사도 남달랐다.
하이파이브가 아니라 울버린식 인사.
모르고 있었으면 손등에
삼선이 아닌 오선의 아디다스를 새길 뻔했다.
무서운 녀석.
아직 날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이른가 보다.
“안 잡아먹을 테니까, 나랑 같이 가자.
납치하는 거 절대 아니야.”
집으로 데려가기 전,
예방접종과 기본검사를 위해
후배 차를 얻어 타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초코는 0.28kg짜리,
작지만 아주 건강한 여아였다.
그런데... 이 녀석, 어려도 너무 어리다.
솜뭉치처럼 작고 꼬물꼬물한데,
뭔가 강단이 있다.
주사도 소리 한 번 없이 꾹 참고 맞는다.
장군감이다.
초코를 데려와 밥을 주었는데,
며칠 굶었는지 사료그릇을 발톱으로 꽉 움켜쥐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더 주려고 살짝 그릇을 잡았더니, 웬걸.
그 작은 발이 그릇을 절대 놓지 않는다.
줄다리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역시 떡잎부터 다르다.
혹시 족보 있는 가문의 냥이는 아니겠지?
ps. 초코야, 울버린은 안 돼!
작은 발톱 아래,
세상을 향한 용기 하나가 숨 쉬고 있었다.
초코야, 이제 여기가 너의 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