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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모진 선택

코짱이가 원한건 아니야

by 피터팬


코짱이는 자기의 선택이 아닌, 우리의 선택으로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말 못 하는 아이에게, 말도 없이 삶의 한 방향을 정해준다는 건...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와 함께 오래 살기 위해서라지만,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이기적인 결정을 내린 우리를, 코짱이는 이해할까?


야생의 본능을 잃고,

사람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고양이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는 너무 쉽게 ‘가족’이라는 말로,

이 작은 생명의 세상을 우리 식대로 바꿔버린 건 아니었을까.


동물병원에 코짱이를 맡기고 돌아온 날,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에

잠은 오지 않고, 자꾸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다음 날, 코짱이를 데리러 병원에 갔다.

인큐베이터 안에 축 늘어진 작은 몸이 보였다.

아직 회복 중인 얼굴은, 낯설게까지 느껴졌다.


“코짱아...”

부르자, 천천히 고개를 들던 그 눈빛.

익숙한 눈빛이 아니었다.


서운한 건지, 서글픈 건지 알 수 없는 그 표정.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그 한마디가 마음속에서 맴도는 것 같아, 가슴이 찌릿했다.


그날 이후로 코짱이는 달라졌다.

생기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식욕만 늘었다.


예전엔 종일 우리 곁을 따라다니며

장난도 잘 치고 애교도 많던 녀석인데,

요즘엔 먹고 자는 게 전부다.


코짱이의 시간은, 지금도 회복 중이다.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그런 코짱이를 보며, 우리는 결심했다.

이 아이 곁에, 친구를 만들어주자고.


집사보다 더 가깝게 놀아줄 수 있고,

낮에도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존재.


코짱이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존재.

서로 기댈 수 있는 누군가.


그렇게, 둘째를 입양하기로 했다.

코짱이의 삶에 다시 생기가 깃들길 바라면서.


ps. 코짱아, 둘째는 여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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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한 삶이 아니었다면,

조금은 서툰 사랑이었다면,

그 모든 걸 안아줄 수 있게, 더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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