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은 나빠!
코짱이는 정말 입이 짧다.
처음엔 몰랐다.
왜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는지.
새로 옮긴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도 우리가 낯설어 그런 건지.
병원에도 가봤지만,
"건강해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코짱이는 사료를 참 조금 먹는다.
정확히 말하면, 거의 먹지 않는다.
하지만 간식과 츄르는 다르다.
특히, 비싼 간식은
기막히게 알아본다.
고작 세 달 남짓한 생명이,
어쩜 이렇게 눈치가 빠를까.
코짱이의 입맛에 맞추려면
결국 최고급 식단으로 가야 한다.
저렴한 사료나 간식을 주면,
킁킁 한 번 냄새만 맡고
이내 고개를 돌려버린다.
생각해서 사온 사람의 성의쯤은,
이미 오래전에 무시당했다.
이뻐라 이뻐라 하며 키우지만,
이럴 때면 문득,
입 꼬리가 내려간다.
‘먹는 것 하나 가지고 이렇게 애를 먹일 줄이야.’
어릴 적,
어머니가 나를 향해
밥 좀 먹으라고 잔소리하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누군가를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마음을 쓰게 하는 일이란 걸.
코짱이는 멸치도,
닭가슴살도,
쉽게 입에 대지 않는다.
가공된 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호기심에 냄새만 살짝 맡고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그래서 결국,
마트에서 생닭가슴살을 사 와
직접 익히고, 결대로 찢어준다.
상전이 따로 없다.
가슴살을 찢는 동안
가끔, 진심으로 현타가 온다.
‘난 생닭가슴살도 아껴 먹던 사람이었는데.’
코짱이의 입맛은
날이 갈수록 고급스러워지고 있다.
큰일이다.
그냥 며칠 굶겨볼까.
배고프면 뭐라도 먹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막상 코짱이가
"냐~옹" 하고 울기 시작하면…
또 마음이 약해진다.
ps. 코짱아 자꾸 편식하면 늙어서 고생한다.
아무리 버텨도,
"냐~옹" 한 번에 모든 게 무너진다.
고개를 돌리던 마음도,
울음소리 하나에 다 풀려버린다.
그리고 나는, 다시 네 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