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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아이

불을 삼킨 밤, 아이는 어둠에게도 이유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by 피터팬


아이는 오래전부터
세상의 어둠을 무서워했다.


어둠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말을 숨기게 만들고,
서로를 보지 못하게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생각했다.
“어둠을 없애려면,
불을 더 많이 가지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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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아이는 작은 불씨 하나까지
입 안으로 꿀꺽 삼켜 버렸다.


불은 뜨겁고 무거웠지만,
삼킬 때마다 세상은
조금씩 밝아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그림자가 짙어지기 시작했다.


불을 삼키면 삼킬수록
세상의 어둠은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아이 안에서
새로운 어둠이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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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무리 밝은 불을 삼켜도
없어지지 않는 어둠이었다.


어느 날,

아이는 자신에게 묻는다.


“왜 세상은 밝아지는데,
나는 점점 더 어두워지는 걸까?”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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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제야 깨달았다.
세상의 어둠을 없애려 삼킨 불들은
결국 모두 자기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음을.


자신을 태워 얻은 빛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날 밤,
아이는 마지막 불씨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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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의 어둠은 세상에게 맡길게요.”


그리고 처음으로
어둠 속에서 스스로를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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