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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인형극단

마음 하나가, 무대 뒤의 세상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들었다.

by 피터팬


어느 오래된 마을 광장 한복판엔

밤마다 불이 켜지는 작은 인형극장이 있었다.


줄도, 장치도 보이지 않았지만

인형들은 누구보다도 자연스럽게 움직였고

사람들은 매일 밤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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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인형들에게는

단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들은 아무리 슬픈 장면에서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하루는 어린 소녀 하나가

극장 무대 뒤로 살금살금 숨어들었다.

인형들이 진짜 살아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커튼 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인형들은 어둠 속에서 가만히 서 있었고

소녀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들 중 하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울 수 없어.”


소녀는 깜짝 놀라 물었다.

“왜? 너무 억울하거나, 슬프면 울면 되는 거잖아.”


인형은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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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울어버리면,

사람들은 우리가 진짜 슬픈 걸 알게 될 거야.

그러면...

우리에게 마음대로 슬픈 이야기를

시키지 못하겠지.”


다른 인형이 덧붙였다.


“사람들은 가끔 슬픈 장면을 쉽게 만들어.

그 장면 뒤에서 우리가 얼마나 오래

그 감정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면서.”


소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매일 밤 무대에서 울지 않는 척하던 인형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혼자 견디고 있었는지.

소녀는 조용히 손을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내 앞에서는 울어도 돼.

나는 괜찮아.”


그러자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흘러내리는 바람 같았지만

곧 소녀는 그것이

인형들의 첫 번째 울음이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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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인형극은 조금씩 달라졌다.


슬픈 장면에서는

배경의 별들이 아주 살짝 흔들렸고,

그림자들은 물결처럼 떨렸다.


관객들은 그것이

새로운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녀만은 알았다.


그건 연출이 아니라,

무대 뒤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인형들의 진짜 감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매일 밤 자리에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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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아.

난 오늘도 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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