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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Aug 03. 2024

다 이유가 있었다.

세 번째 유방암으로 알게 된 것들



건강검진 센터 선생님 :  곧, 유방암 수술 하실 예정이라 들었습니다.

기량:  네. 재발해서요.

건강검진센터 선생님: 제가 대장내시경 하신걸 사진을 보고 있으니  예사롭지 않아서요. 수술하실 병원에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뵙자고 했습니다.

기량: 네? 특이사항이 있나요.!!

건강검진센터 선생님: 다른 분보다  용종이 많긴 했었습니다. 의심스러운 건  제거했었어서 넘기긴 했었는데요. 재발이라 하시니 이 또한 연관 있는 듯하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요.

유방암 재발도 그렇고 대장내시경에서 보인 다발성 용종으로 봐도 pten 유전자 이신 거 같으니  대학병원  진료 가실 때 말씀해 보세요.

기량: 네.


유방암 진단을 받아  수술할 유방외과 진료를 앞두고  그전부터 예정되었던 건강검진을 받으러 간 날이었다.  건강검진에  포함되어 있었던 유방검사를 곧 수술해야 함을 고지 후. 제외하니  문진표에 기록되어 있었던 내용을 보시고 대장내시경 결과를 이야기하신 듯했었다.




유방외과선생님 : 기량님 되시죠?

기량: 네.

컴퓨터에 12년간의 차트 기록을 보시고 이야기하시는  선생님


유방외과선생님: 이번에 재발이시라고요?

기량:

유방외과선생님: 계속 생기는 걸까요?

기량:  (속으로) 그러게요. 완치받겠다고 운동도 식단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왜 저한테 또 온 걸까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었는데요. 위내시경 선생님께서 곧 재발되어 유방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  말씀드리니까  pten 유전자 의심소견이 보인다고 유방외과 진료 가면 말씀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위에도 다발성용종이 보였었는데 악성의심소견 용종들만 제거했지. 크게 이상하다 생각 안 하셨었다고요. 그런데 유방암이 재발이라 하시니 이 또한 연관 있는 듯하신다고요.

유방외과 선생님 :  그러셨군요. 아니나 다를까,  이미 두 번에 수술을 하신 분이 왜 또 재발됐을까 했는데요.

예전에 브라카 유전자 검사는 하셨었더라고요!!

기량: 네. 28살 첫 번째 유방암 진단 때 어린 나이에 진단받아서 검사해 보는 걸 추천해 주셔서 받았었는데요. 브라카 유전자는 없다 하셨어요.

유방외과선생님:  네. 오신 김에 pten유전자 피검사 하시고 가시죠.

아마. 오십여 가지 유전자를 확인하는 피검사라 일반인이 받으시면 비용이 백이상이 드는데요.  중증특례대상자분이시라 일반인 보다 적게 드실 거예요.  피검사랑 수술 전 검사결과 보고 결과에 따라  추후 방안을 정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세 번째라 이번에는 전체 절제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 전체 절제하게 되면 성형외과랑 협진해서 수술이 진행될 예정이라 다음번에 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방향 정해지기 전에 성형외과 상담도 가셔야 하네요.


선생님. 지금 시간이 늦긴 했는데 기량 님 pten 유전자 검사 가능할까요?

피검사는 오늘 받고 가시고요.

수술 전 검사(CT, MRI 등) 일정과 타과 진료 일정은 밖에서 잡아 드릴 거예요.

기량:  네.


수술이 확정되, 유방외과 진료를 받으러 가니  유방암과 십여 년이 넘게 같이 살면서 왜 온몸에  다발성혹들이 생기는지  이유를 어렴풋이 유추해 보며 확실하게 알기 위해 간호사 선생님께 일정확인하시는 교수님!!

양쪽 전체절제라!!! 6년 전, 두 번째 유방암 수술 전  검사결과에서도 한쪽은 전체절제를 할 수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었는데....  마지막에 전절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해서 천만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그때 전절제를 했었다면 상황은 바뀌었을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았었던 유방암을 다시 만났었고 그 덕에 그간에 일어났었던 일들에 대해 만감이 교차한다.   무거운 마음 가득 안고  피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 밖에 앉아 있는데  눈가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받아들이고 싶지만 마음에 짐만  한가득 이  답답한 마음을 검사실 선생님이 들으셨을까?  호명하는 이름에 들어가니 피검사 관련 세부내역을 안내받고 피검사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었다.



기량:  안녕하세요. 선생님

유방외과선생님:. 저희 거의 한 달 만에 뵙네요.ㅎㅎ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이 많은데요.

일단.  피검사하신 거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pten유전자가 맞으시더라고요.

본래. 유전자가 부모님으로부터 50% 유전받으신 경우가 있는데 부모님 중 중증 진단받으신 분 있나요?

기량:  엄마가 예전에 폐암수술하신 적이 있어요. 엄마도 대장용종이 많이 있으시기도 하고요.

유방외과 선생님:  네. pten 유전자 이신분들은 자식에게 유전될 확률도 50% 정도 되고요. 갑상선 암이나  자궁내막암도 생길 수 있어서 수술 후 드실 호르몬약도  페마라로 드셔야 할 것 같아요.  

내분비 내과는 예약이 되어 있네요.

기량:  네. 지난번 건강검진해서 갑상선에 혹도 작지 않다고  진료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일단 초진 예약만 해둔 상태입니다.

유방외과선생님:  혹시 모르니 산부인과 진료도 잡아 드릴게요. 저희 병원에 유전자의학과도 있어요. 가족들 관련 추후에 계획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안내받으실 수 있으니  진료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량:  네.

유방외과선생님 :  소화기 내과랑 호흡기내과에서는 뭐라고 하셨어요?

기량 : 소화기 내과는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고요. 호흡기내과는 이상 없다 확인했습니다.

유방외과 선생님: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검사받으시면 괜찮으실 거예요.

기량:  네( 나 때문에 아이도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답답하다.)

유방외과 선생님:  전절제 후. 복원방법을 복부로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기량:  네. 복부복원이 복원방법 중에 제일 아프지만  터져서 다시 수술할 가능성도 적다 해서요.

유방외과선생님 :  수술 전 검사결과 보면  왼쪽에만 암이 발견돼서  중증특례 적용은 왼쪽만 가능한데요.

전 이번에 수술하실 때, 세 번째이기도 하고 유전자도 확인되셨으니 혹시 모를 재발 가능성을 위해, 양쪽 전절제를 했으면 해서요.

복부로 복원하게 되면 사용 후 남은 조직은 버리기도 하니 암이 아닌 쪽은 나중에 재발이 안되면 좋겠지만 재발되면 복부복원은 하실 수 없거든요.

양쪽이냐. 한쪽이냐에 따라  수술 일정도 조정될 수 있으니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기량:  네. 암이 발견되지 않은 쪽까지 전절제 하게 되면 비용이  어떻게 될까요?

유방외과선생님 :  아마. 유방외과는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증증특례 적용될 수 있게 할 수 있지만 성형외과는 암이 발견되지 않은 쪽은 90% 정도 

수술비가 발생될 거예요.

기량:  비용이 만만치 않네요.

유방외과 선생님: 그렇죠. 비용부담도 크실 테니 가족하고 의논해 보시고요. 일주일 후에 제가 전화드릴게요.

기량: 네.


성형외과 상담에 소화기내과 검사에 유방외과 수술 전 검사까지 그 어느 때보다 고되고 고되었던 지난 한 달간의 여정  검사가 끝나  결과를 듣고 수술만 받으면  될 거라 생각했것만 숙제를 한가득 가지고 나와 마음이 착잡하다.

착잡한 마음 한편에도  그동안 온몸에 왜 그 많은 혹들이 있었는지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는데 기쁘지만은 않다.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발걸음 그 어느 때 보다 무겁다.

진즉 알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

그러나 계속 곱씹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 앞으로 남은 생은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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