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만발하던 4월 초, 석촌호수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려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커피는 기본이고 요즘은 맛있는 디저트가 갖춰진 카페를 우선적으로 고르게 된다. 편한 의자와 분위기도 좋으면 금상첨화다. 적합한 카페를 골라 이동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카페가 만석인 것이다. 대기도 있어서 금방 자리가 날 것 같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다음으로 고려하던 카페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인터넷으로 미리 봐두었던 다른 카페들은 거리가 조금 있던 터라 그냥 앉을자리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자는 마음으로 찾아다녔는데 5군데나 그냥 지나쳐야 했다. 결국 큰길을 건너 보이는 귀퉁이의 카페에 딱 1개 남은 테이블을 발견하고 바로 자리를 맡았다. 오랫동안 걸은 탓에 메뉴 같은 것을 가릴 여유는 없었다.
사실 이날뿐만이 아니다. 주말에 조금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자리 있는 카페 찾기가 만만치 않다. 음식점이야 조금 기다릴법한데 이상하게 카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카페의 개수도 참 많은데 카페마다 사람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언젠가 대한민국의 커피 소비량이 세계 3위이고 세계 평균보다 2.5배 정도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러니 이렇게 카페가 많은데도 카페마다 앉을 곳 찾기가 쉽지 않은 이유인 듯싶다.
문득 이런 상상이 들었다.
회사 그만두고 카페나 할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장소만 잘 잡으면 대박 날 것만 같았다. 마침 주변에 카페를 했던 경험이 있는 지인이 있어 다짜고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대학교 근처에서 1년 동안 카페를 했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이것저것을 하다가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게 되었고 좀 더 어린 나이에 자영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방학에는 한적하고 단골들이 졸업하고 휴학하고 군대 가는 상황에 적적함을 느꼈다고 했다. 또 혼자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쉬어버리면 바로 매출로 나타나기 때문에 계속 카페에만 갇혀 지내는 것이 답답했다고 했다.
막상 경험자의 말을 들으니 생각지 못한 어려움이 있겠구나 싶었다. 작년에 퇴사하고 성수동에 카페를 차린 동기가 있는데 건너서 듣기로는 생각보다 잘 안 돼서 고민이 있다고 한다. 성수동이라면 유동인구도 정말 많을 텐데,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한 곳이란 의미도 된다.
어제저녁에는 육아휴직을 쓴다는 후배와 점심을 먹었다. 이미 아이는 7살이 되었지만 아빠로서 아이와 더 시간을 보냄과 동시에 여유로운 시간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후배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 밖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고 잘되면 퇴사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휴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비결을 물어봤다. 와이프 때문이었다. 그 후배는 특히 야근이 많은 부서에 있었는데 와이프는 그것이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그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원했고 그것이 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있다.
휴직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스스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휴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한 계기가 있더라고요. 저처럼 와이프 때문이던 로또에 당첨이 되든 외부의 영향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만약 내가 휴직을 한다면 나는 뭘 하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니 대안이 없었다. 마냥 놀고먹는다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단지 리프레시만을 한다는 이유로는 스스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현실로 안주하는 것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니, 지금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남의 떡이 커 보였던 것은 아닐까. 뭐든 일이든 쉽게 되는 것은 없다. 각자가 힘들게 이룬 결과 만을 보고 마치 쉬운 것 마냥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결국 제자리다. 열심히 일해서 정년까지 잘 버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