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날, 맥북을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내 손으로 왔다. 일요일인데 택배를 받을 수 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 내가 구입한 건 ‘맥북에어 M3 15인치’. 올해 3월에 출시한 제품이다.
곧 40대를 앞두고 있는 나는 갤럭시 유저다. 아이패드를 사서 써본 적이 있긴 했다. 심지어 보상판매까지 받아가며 아이패드 모델을 총 2대나 사용해 봤는데 실질적으로 활용한 총일수를 계산해 보면 한두 달을 겨우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쓰질 않았다. 처음에는 iOS(애플의 운영체제, 갤럭시의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이다)에서만 할 수 있는 게임이 너무나 재밌어 보였다. 그 후엔 태블릿으로 필기를 하는 모습이 꽤나 멋져 보였다. 무엇을 하던 전문가처럼 느껴졌던걸 보면 ‘태블릿 콩깍지’에 씌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나는 펜이 포함된 ‘갤럭시 노트’ 시리즈 스마트폰을 지금껏 수년 동안 사용했음에도 펜 필기를 거의 안 했다. 결국 안 쓰고 책장 한편에 처박혀있던 태블릿은 나의 사용 환경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올 초에 팔아버렸다.
그렇게 애플 기기와는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았던 내가 맥북이라니. 태블릿과 다르게 노트북은 종종 사용했었다. 기존에 쓰던 ‘서피스프로 6’는 2018년에 구입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노트북이었다. 당시에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내용 정리 용도로 필요했었다. 가끔 강의 내용을 적다 보면 적는 시간이 부족해 사진을 찍고 나중에 정리해야 할 상황도 발생했는데 그때마다 폰을 꺼내 찍고 다시 그걸 노트북에 옮겨서 사진을 첨부하는 것이 뭔가 번거로웠다. 그러던 중에 보통의 노트북은 웹캠용 전면 카메라만 있는데 ‘서피스프로’는 후면 카메라까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사게 되었고 5-6년 동안 꽤 잘 쓰고 다녔다.
그러던 중 최근에 주말에 카페 등에 가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하다 보니 여러 창을 띄워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서피스프로 6’의 12.3인치가 너무 작다고 느껴졌다. 휴대성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15인치 이상의 노트북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게임을 할 것은 아니기에 고성능 제품까지는 필요가 없었지만 막상 찾아보다 보니 ‘펜이 달려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언젠가 쓰지 않을까’, ‘360도로 화면이 돌아가면 편할 것 같은데’, ‘그래도 터치가 되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눈이 계속 높아졌다가 다시 현실로 복귀하길 여러 차례 반복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몇 가지 후보로 생각해 둔 노트북들을 직접 오프라인에서 사용도 해보았는데 ‘딱 이거다’하는 게 없었다. 그렇게 2-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고 ‘맥북’이 내 눈에 들어왔다.
기존 노트북을 쓰다 보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아서 늘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했고 쓰다 보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설치됐는지 각종 팝업들이 뜨면서 난잡해지는 것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런 것들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맥북’이란 생각이 들었다. 윈도우 기반의 PC를 쓰던 사람이 맥북을 접하면 상당히 불편할 것이라는 사실만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그래서 이미 애플 제품들을 많이 써본 지인에게 물어도 보고 관련된 영상들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우려들이 많이 개선되었고 일정 부분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 계획했던 예산의 2배를 지불하면서까지 ‘맥북’으로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언박싱하면서 바라본 ‘맥북’의 자태는 그야말로 영롱했다. 특유의 소재와 애플 로고, 얇고 가벼운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이번엔 ‘맥북 콩깍지’에 증상이 옮겨진 걸까. 당장 카페로 가 ‘맥북 초기설정’ 관련 영상 여러 편을 찾아보면서 나에게 맞게 커스터마이징 했다. 그 결과, 기존에 쓰던 윈도우 PC와 유사하게 키설정을 바꿀 수 있었고 애플만의 편리한 트랙패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배터리 소모도 압도적으로 적어서 웬만하면 충전기를 따로 챙겨가지 않아도 되었다. 노트북 부팅 및 잠금해제 속도도 놀라웠다. 인터넷 브라우저나 캘린더/노트 같은 것들도 기존에 쓰던 것들이 연동이 되어 이질감이 없었다. 약간의 적응이 더 필요하겠지만 불편함으로 인해 ‘맥북’을 포기할 정도는 아직 아니었다. ‘맥북’ 관련한 여러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맥북’ 액세서리 등도 살펴봤고 이어서 ‘데스크테리어’에까지 눈길이 닿았다. ‘데스크테리어’는 데스크(Desk)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책상 위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미는 것을 의미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영상 속 모습과 내 방 책상은 너무나 비교되었다. 잡동사니가 난무했고 컵 하나 놓기 위해서 무언가를 책상에서 치워야 하는 현실이 갑자기 슬퍼졌다.
이번 기회에 책상을 정리해야겠어!
책상 정리를 하려다 보니 결국 내 방 정리가 필요했다. 책상 옆 공간 역시 난장판이었다. 각종 박스들이 쌓여있었고 좁은 내방은 사실 발 디딜 틈이 거의 없었다. 각종 선들도 복잡해서 발에 걸리기 일쑤였다. 이런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고 필요한 것을 생각했다. 긴 멀티탭, 선정리를 위한 것들, 틈 사이에 놓을 수 있는 수납장, 선반 등. 필요한 것들의 사이즈를 재었고 적당한 것을 주문했다. 주문한 것들이 하나씩 도착했고 선정리부터 시작을 했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 진행하니 이전과는 너무도 다르게 바뀌었다. 내 방 가구들의 위치는 변한 게 없었지만 이 정도면 ‘재단장’ 수준이다. 그동안 계속 ‘책상 정리’의 필요성을 생각하긴 했었는데 조금조금씩 정리하다 보니 금세 다시 원상 복귀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필요 없는 것들을 많이 버리고 수납공간도 마련해서 이전보다는 훨씬 오래 유지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당분간은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맥북을 처음 사고 약 2주가 지난 지금, 나는 2번째 맥북을 뜯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또 산 것은 아니고 초기 불량으로 의심 가는 부분이 있어 구매처에 문의를 한 끝에 기존 것을 환불받고 ‘미드나이트’에서 ‘스페이스 그레이’로 색상만 바꿔서 새로 구매했다. ‘언박싱’은 언제나 행복하다. 생활 흠집 등에 좀 덜 취약할 것 같아 선택한 ‘스페이스 그레이’도 마음에 든다. 예쁘다. ‘맥북 콩깍지’가 맞는 듯싶다. 보호필름은 따로 부착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보호할 수 있는 파우치 가방을 마련했다. 앞으로 소중히 오래오래 사용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