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냥 수증기입니다.
겨울이 한창일 때 길을 가다가 굴뚝에서 새하얀 무언가 뿜어져 나오는 걸 보았습니다. 연기 같긴 하지만 검은색이 아니니 매연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하얀 연기의 정체가 궁금해 물어보니 수증기라고 하더군요. 겨울에는 기온 차이 때문에 도드라지게 보인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주민들이 매연인 줄 알고 가끔 항의 전화가 와서 설명하느라 곤욕을 치른다네요. 정말 말 그대로 유해물질이 전혀 없는 수증기 라고 합니다.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은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갈등을 만듭니다. 겁먹은 동물처럼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공격을 시작하면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를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될 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상식을 가지고 이해를 하려 한다면 무지는 지식으로 바뀌고 두려움은 용기로 바뀔 겁니다. 저 수증기를 매연으로 착각해 항의 전화를 한 사람들은 오히려 용기 있는 지식인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저건 그냥 수증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