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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언어로 살아낸 날들의 기록

내 글은 나의 하루이자, 나의 창작물입니다

by 행복수집가

나는 매일 글을 쓰며, 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는 리추얼 시간을 가진다. 글쓰기만큼 나 자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글을 쓸수록 나 자신을 더 깊이 알아가고,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며 내 안의 세계가 점점 넓어진다.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의 여정은, 내 삶을 누구의 것도 아닌 온전히 '나'로 살게 해 준다.


나는 글쓰기로 정한 시간 외에도 하루 중 수시로 글을 쓴다. 무언가 떠오를 때마다, 붙잡고 싶은 순간이나 잊고 싶지 않은 장면이 있을 때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찰나의 감정이 들 때마다, 그 모든 순간들을 글로 기록한다.


이렇게 글을 하나둘 쌓아가다 보면, 내 일상의 모든 게 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전에는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가던 것들이, 글을 쓰고 나서는 사소한 모든 것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그 의미 있는 사소함들이 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쓰며 더욱 분명하게 느낀 것이 있다.

삶의 의미는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 하루는 겉으로 보면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까지 어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쓰다 보면 어느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매일이 나에게 새롭게 주어진 '하루'라는 것을 실감한다. 어제가 지나고 오늘이 되면, 오늘이라는 하루는 나에게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그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지는 오직 나에게 달려있다.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외부환경이나 상황으로 나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것들이 내 도화지를 대신 채우진 않는다. 그 속에서도 나는 내가 선택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써 내려가며 그 도화지를 스스로 채워간다.


글을 쓰며 나는 매일 '내 것'으로 하루를 채워간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켰는지, 어떤 생각을 하게 했는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바라본다. 그래서 나의 글에는 늘 '나'라는 존재가 중심에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나는 오늘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았는지 모르고 지나갔다. 하지만 글을 쓰며 하루를 돌아보니, 내가 이 하루를 얼마나 온전히 살아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점점 나에게 더 깊이 집중하게 되었고, 매일 나만의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새 브런치에 쌓인 글만 해도 벌써 600편이 넘었다. 하루하루 쌓다 보니, 이만큼의 시간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글들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내가 겪고, 내가 느끼고, 내가 살아낸 삶이 담긴 나만의 창작물이다. 내 생각, 내 감정, 내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나의 글이다. 그 어떤 것도 흉내 내거나 빌린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내 것'으로 탄생한 기록이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내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래서 내가 쓴 글을 보면, 마치 나를 비추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얼굴은 많이 보지만, 정작 자기 얼굴은 거울 없이는 스스로 보지 못한다. 거울이 없으면 타인의 얼굴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자기 얼굴조차 다른 사람의 시선과 말로만 알 수 있다. 하지만 거울이 있다면, 스스로 내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눈곱이 꼈는지, 부었는지, 표정이 어떤지, 이런 사소한 것들도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나의 내면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바로 '글쓰기' 다.

글을 쓰며 나는 내 마음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나를 만나며 내 세계는 조금씩 더 확장된다. 남이 보는 내가 아닌, 내가 직접 바라보는 나를 깊이 알아간다.


그렇게 나를 알아갈수록, 나의 내면은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타인의 말이나 외부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사소한 일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이 생긴다.


나는 예전에 감정기복이 꽤 심한 편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마음이 한결 잔잔해졌다. 그 잔잔한 마음은 내 일상 전체에 평안을 가져온다. 내 주변환경도, 사람들도 여전하지만, 나의 내면이 바뀌었다. 이 변화는 매일 글을 쓰며 나를 돌아보고, 돌봐온 결과다.


누군가 상처 주는 말을 해도, 그것을 그대로 품지 않고 다시 돌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외부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나에게 유익한지,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내 마음이 평안한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주체가 되어 나를 지키고, 나를 위하고, 나를 챙기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나는 나 자신을 지키는 힘을 얻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진짜 나에게 집중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시선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다. 내가 나로서 충분하고, 내 삶은 오직 내가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매일 실감한다.


내가 쓰는 글들은 온전히 나의 삶이 담긴 창작물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소중한 내 삶을 소중하게 지키고 싶다.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이 아닌, 내가 나로 살아가는 삶을 온전히 지켜내고 싶다.


자신을 표현하지 않고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그 속에 나만의 시선과 감정, 경험을 담아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든다. 그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나로부터 시작된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이므로 그 자체로 내 존재의 증거가 된다. 나만의 고유한 이야기는 누가 대신 쓸 수도, 대신 가질 수도 없다.


내 삶과 내 글에 대한 저작권은 온전히 나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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