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하루를 기록하는 이유
나는 매일 하루를 기록한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저녁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있었던 일들과 그 안에서 느낀 생각과 감정을 써 내려간다.
내 일상의 패턴은 매일 거의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아침을 챙겨주고, 출근준비와 등원준비를 하고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점심시간엔 늘 산책과 독서를 한다. 오후엔 아이 하원을 시키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씻기고 놀다가 아이가 잠 들고나면,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책을 읽거나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도 본다.
이렇게 내가 보내는 하루의 큰 틀은 비슷하다.
하지만 비슷하게 흘러가는 이 하루도 글로 적다 보면, 그 어느 하루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멀리서 큰 덩어리로 보면 내 하루는 다 비슷해 보일지 모르나,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이 새롭고 다르다. 내가 아이랑 한 대화, 내가 어제 보고 느낀 것과 오늘 느낀 것이 다르고, 내게 일어난 소소한 일들도 다르다.
책을 읽다가 어제는 몰랐던 걸 오늘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고, 매일 걷는 길이지만 어제와 오늘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올 때도 있다. 이렇게 내 하루를 이루는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새롭고 다르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같은 24시간을 살아도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는 것을 쓰면서 알아간다. 매일 맞이하는 이 하루가 '새로운 날'이라는 걸 날마다 실감한다. 오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는 감각은 내 일상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을 지루함이 아닌 감사함으로 바라보게 된다. 매일 이런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감사한 것이라는 걸 마음 깊이 느낀다.
매일 비슷한 날들이 이어지지만,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매일 새삼 느낀다.
내가 기록한 하루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행복한 순간들, 잊고 싶지 않은 장면들이 마음속에 고스란히 빛으로 남는다. 어느 하루도 의미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없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날도 없다.
내가 남기는 기록은 내 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이자,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세상 속에 나를 비춰주는 빛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록을 하다 보니,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흩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하면서, '이 하루가 준 선물'을 천천히 음미한다. 이 하루들이 모여, 내 삶을 더 따뜻하고 밝게 채워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이 소중한 하루를 기록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