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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로 채워가는 의미 있는 하루

필사, 나를 위한 명상

by 행복수집가

나에겐 몇 가지 취미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필사' 다. 책을 읽다가, 또 이것저것 글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면 마음에 담아놓고 싶어서, 전부 독서기록 메모장에 적어 놓았다.


이렇게 몇 년을 하다 보니 기록장에 어마어마한 양이 쌓였다. 이런 좋은 글들은 내 마음에 빛이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 좋은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밝은 불빛이 켜지는 것 같고, 마치 해답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든다. 상황은 같은데 내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글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렇게 실감한다.


글은 나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글을 읽기 전까진 안 보이던 새로운 문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작은 고민이라도 생기면 글 앞으로 간다.

글을 읽으며 내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결국 내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된다.


힘들 때만 글을 찾는 건 아니다. 아주 평안하고 좋은 날에도 글 앞으로 간다. 글 앞에 있으면 마음이 한결 밝아지고, 지금 느끼는 평안과 감사가 내 안에 더 깊고 단단하게 자리 잡는다.




글은 그냥 읽는 것도 좋지만, 내 손으로 노트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다 보면, 글이 마음속에 더 깊이 스며드는 걸 느낀다.


필사를 하면서 글자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마음으로 천천히 따라가게 된다. 그냥 눈으로 글을 읽는 게 차를 타고 가는 거라면, 필사는 내 발로 직접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차를 타지 않고 내 발로 걸을 때, 땅을 딛는 감각이 더 또렷해지고 스쳐 지나가던 풍경들도 더 섬세하게 다가오는 것처럼, 필사를 하다 보면 문장을 더 천천히, 가까이, 깊이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필사는 일상의 소란함 속에서 내 안의 고요를 지켜주는 명상과도 같다. 필사를 하는 순간에는 다른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내 안의 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고 오직 글에만 집중하게 된다. 내 마음이 글과 진정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이렇게 필사하며 글을 따라가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면을 밝혀간다. 내가 필사한 수많은 글은 내 안의 촛불을 밝혀준다. 내 안의 빛이 꺼지지 않도록, 잔잔하고 은은한 빛이 언제나 머무를 수 있게 지켜준다.




요즘에는 아침필사도 하고 있다. 출근하기 전에, 문장 4개 정도 필사를 하는데 시간은 5분도 안 걸린다. 짧은 시간에 짧은 몇 줄만 써도 그 글이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좋은 기운과 힘을 준다. 이렇게 필사로 하루를 시작하면 확실히 기분이 다르고, 마음가짐도 한층 차분하고 단단해진다.


필사를 하면서 내 하루가 더 깊이 있고 의미 있게 채워진다. 이렇게 내 마음을 지키고, 내 삶을 한 걸음씩 단단하게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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