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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만든 종이 하트에 담긴 마음

작은 하트가 전해준 큰 사랑

by 행복수집가

나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쉴 새 없이 바쁘다. 아이 씻기고 저녁을 차리고 치우고, 빨래를 돌리거나 개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 있다.


집안일을 끝내고 나면, 수지와 자기 전까지 최소 30분은 놀아줘야 한다. 수지는 자기 전에 꼭 나와 놀아야 잠들기 때문에 내가 집안일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며칠 전 저녁에도 분주하게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집안일은 매일 해도 왜 이렇게 끝이 없는지, 잠시 앉을 틈도 없이 바빴다.


한참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그날 수지는 거실 한가운데 앉아 유치원에서 가져온 색종이로 끄적거리며 무언가를 접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접는지 모른 채 ‘아, 혼자서도 잘 놀고 있네’ 하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수지가 조용히 잘 놀아주는 덕분에 마음 편히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옷방에 있던 나에게 수지가 다가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엄마, 선물이야."


작은 손에는 보라색 색종이 하트 다섯 개가 놓여 있었다. 보기만 해도 귀엽고 앙증맞아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수지가 만든 거야? 너무 이쁘다~고마워!"


나는 감동한 마음으로 하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단순한 하트 모양이 아니라, 정석으로 접은 제대로 된 종이 하트였다.


예전에 수지가 하트를 접어달라고 해서 내가 영상을 보며 몇 번 접어준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 봤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에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만 해도 따라 하기를 어려워하던 수지였는데, 이제는 스스로 하트를 접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이 더 놀랍고 대견했다.


"수지가 이렇게 진짜 하트를 접은 거야? 너무 잘했다! 이거 어려운데 어떻게 했어? 연습 많이 했어 우리 수지?"


내가 감탄을 쏟아내자, 수지는 흐뭇한 얼굴로 "현0 선생님이 알려줬어. 연습 많이 했어!"라고 말하며 으쓱해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날 밤, 수지가 잠든 뒤 거실로 나와 종이 하트를 한참 바라보았다. 조심스레 손끝으로 만져보니, 수지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트의 크기는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수지의 마음은 너무나 크게 느껴졌다.


수지는 나에게 무언가를 줄 때 꼭 "선물이야"라고 말한다. 그냥 줄 수도 있는데 꼭 '선물'이라는 말을 붙인다.
유치원에서 만든 것들을 가방에 넣어 와서는 나에게 보여주며 늘 이렇게 말한다.


"엄마, 이거 선물이야."


그래서 나는 수지에게서 매일 선물을 받는다.


언제나 엄마 선물을 챙겨두는 아이.
늘 엄마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어 하는 아이 덕분에 나는 매일이 특별한 날이다.


존재 자체가 선물인 아이가 나를 위해 마음을 담은 또 다른 선물을 만들어낸다. 이런 선물을 받을 때마다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차오른다.


지금도 이 종이 하트는 거실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하트를 볼 때마다 절로 웃음이 나고, 마음은 더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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