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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May 04. 2024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강한 아이를 보며

아이에게서 배우는 긍정마인드

아침에 수지 코에서 코피가 났다. 나는 출근준비 하느라 방에 있었는데, 거실에 있던 수지가 갑자기 “에엥~ 엄마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나가보니 코피가 코 밑에 흘러나와 있었고, 수지는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 나 코피 나떠“ 라고 했다.


순간 ”아, 어제 가습기를 안 틀고 자서 건조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른 물티슈로 코피를 닦아주었다. 많은 양의 코피는 아니었고 콧물처럼 조금 흘러나와 있었다. 건조해서 그런가 보다 싶다가도, 수지도 유치원 다니느라 피곤한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직장에 아침마다 꼬박꼬박 다니는 생활을 거의 10년 동안하고 있는 나도 대단하다 싶은데, 이 어린아이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꼬박꼬박 등원하는 것도 얼마나 대단하고 기특한 일인가. 그리고 조금 피곤한 일이기도 하고.




코피를 닦아주고 나서 “수지야 이제 괜찮아.”라고 하니,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 코피 나서 유치원 못 가게 떠. “


감기가 심해서 콧물이 많이 나거나 기침이 심하면 유치원을 안 보냈더니, 이제 조그마한 증상에도 유치원 안 간다고 한다. 5살 아이가 유치원 안 갈 핑계를 찾는 게 너무 귀엽다. 수지는 종종 “엄마 나 오늘 피곤해서 못가게떠, 힘이 없어서 못가게떠” 라고 하는데, 이제는 새로운 핑계가 하나 생겼다. 그나마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는 코피.


하지만 코피 나는 것만으로 안 갈 수는 없는 법.


수지에게 ”아니, 코피 나도 갈 수 있어.(단호)“라고 말했다.


그 말에 수지는 더 이상 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예상한 대답이라는 듯이.

그리고 난 다시 출근준비를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수지가 내가 있던 방으로 들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코피가 수지가 좋아서 왔나 봐 “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 귀여운 말을 하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코피가 수지를 좋아해서 왔다니.


참 기발한 생각이다.




좀 전까지만 해도 코피 나서 유치원 못 가겠다고 투정 부리더니, 그래도 유치원을 가야 할 상황이 되니 생각의 전환을 한 것일까. 코피가 좋아서 왔다고 말하는 수지는 밝은 표정이었다. ‘코피 너마저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듯한.


나도 수지에게 ”그런가 봐. 코피가 수지 좋아서 왔나 봐 “라고 했다. 수지는 씨익 웃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어쩜 이렇게 순수하고 긍정적일 수 있을까. 수지 덕분에 긍정기운을 가득 받은 힘이 나는 아침이었다.


나에게도 순간 안 좋아 보이는 일이 생기면 ”아, 내가 좋아서 왔나 보다” 하고 생각해 봐야겠다. 이 생각을 하는 노력만으로도 긍정의 힘으로 부정의 무게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아이에게서 긍정마인드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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