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
친정엄마가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소고기 장조림을 만들어 주셨다. 반찬을 받은 그날 저녁에 소고기 장조림을 아이 반찬으로 주었고, 수지는 잘 먹었다. 특히 장조림에 있는 메추리알을 몇 번이나 리필해서 잘 먹는 수지를 보고 내가 말했다.
“수지야, 이 반찬 맛있지? 이거 할머니가 해준 거야.”
“그래? 그럼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써야겠다”
수지가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쓴다는데, 뭘 쓴다는 거지? 하고 잠시 스치듯 생각하고 지나갔다.
밥을 다 먹은 후, 나는 뒷정리를 했고 수지는 밥을 먹자마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엎드려서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수지가 나에게 "엄마, 내가 할머니한테 썼어! “ 하며 스케치북을 보여줬다.
스케치북에는 한글 자음, 모음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었고, 수지가 해맑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거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할머니도 맛있게 드세요'라고 쓴 거야."
수지가 쓴 글은 할머니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편지글이었다. 아직 한글을 몰라, 정확한 한글로 번듯하게 글자를 적진 못했지만 그 편지에 담긴 마음은 너무나 분명하고 또렷했다. 아직 글자도 잘 모르는 아이가, 고마움을 편지글로 전하고 싶어 한 그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사랑스러웠다.
어떤 마음은 말에 다 담지 못할 만큼 크다. 그래서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우리는 글로 전한다.
아이도 그렇게 생각한 걸까. 할머니에게 너무 고마운데 그 마음을 그냥 말로 전하기엔 성에 안 차서, 글로 쓰고 싶었을지도. 그 마음을 생각하니 너무 이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는 고마운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꾹꾹 눌러 정성스레 담았다. 아이의 이 마음이 정말 감동이었다.
반찬을 만들어준 할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전하는 아이라니. 이토록 사랑스러운 아이라니.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정말.
아이의 마음은 할머니에게 잘 전달해 드렸다. 당연히 할머니는 무척 기뻐하셨다.
내가 “수지가 엄마한테 고맙데요.”라고 그냥 말하는 것보다, 손녀의 정성 어린 손길을 담은 편지와 함께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도 맛있게 드세요' 라는 수지의 마음을 전한 게, 할머니의 마음에 더 깊이 닿았을 것 같다.
아이는 마음을 전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인이 스스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을 주고받는 마음의 행복을 알고, 그 마음을 전하는 법도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아이를 통해 매일 사랑을 키워가고, 사랑을 주는 법도 배워간다. 사랑을 주고받는 삶이 얼마나 따스하고 행복한지 매일 알아간다.
아이는 나에게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주기 위해 온 천사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사랑 없는 날이 단 하루도 없는 이 삶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