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도심의 심장부, 종묘 앞에서 소모적인 '높이' 논쟁이 한창이다. 서울시는 녹지 축을 만든다며 용적률 1,000%(기준 600%에 인센티브 400% 추가)와 150m 높이의 초고층 개발을 추진하고,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 훼손을 이유로 반대한다.
그런데 이 치열한 '높이' 싸움을 지켜보면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왜 민주당은 '도시재생'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까?
민주당이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반대하려면, 단순히 "서울시가 주장하는 150m보다 낮은 높이가 낫다"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높이가 낮든 높든 '재개발'은 '재개발'이다. 재개발은 기존 도시 조직을 해체하고 도시를 단지화한다.
대신 민주당은 서울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규모 단지 개발이 도시 문화를 생성할 수 있는가? 녹지 축 조성이 을지로의 메이커 생태계 해체를 정당화하는가? 획일적 고층 건물로 채워진 단지 개발이 광화문에서 동대문까지 이어지는 서울 원도심의 창조산업 연속성을 단절하지 않는가?
언어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서울시의 접근을 전형적인 '개발주의'로 비판할 수 있다. 개발주의는 기존 도시 조직을 백지로 만들고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고층·고밀 단지를 조성하면 도시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이 논리에서 도시는 물리적 '하드웨어'일뿐이다. 그 안에 축적된 사회적 관계, 산업 생태계, 문화적 맥락은 무시된다. "Condos Kill Culture(콘도가 문화를 죽인다)"라는 말이 있다.
개발주의 대안도 이미 나와 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바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제인 제이콥스 이후 전 세계 진보 진영의 핵심 도시담론이다. 그 원칙은 '기존 도시 조직 보존, 커뮤니티 중심 재생, 다양성 유지'다. 철거 후 신축이 아니라, 보존 기반의 점진적 개선을 통해 장소의 가치를 높이는 접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도시재생을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부합하고, 기존 커뮤니티와 창의성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말이다. 대신 서울시가 설정한 '재개발 프레임' 안에서 높이만 논쟁한다. 물론 적법 절차를 거쳐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을 도시재생 사업으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지 개발이 결정된 이상 서울시가 결정할 수 있는 재량 사항, 즉 인센티브 제공 규모에 대해 논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민주당이 개발주의의 핵심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 전제란 '철거 후 신축만이 도시를 개선한다'는 믿음이다. 서울의 다양성을 창조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과 재생의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양당 중 한 당이라도 도시재생을 일관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