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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1. 2021

여행자와 지역민의 커뮤니티 공간, 에이스 호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많이 바뀐 일상의 풍경이 있다면 아마 여행일 것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관심은 국내여행으로 쏠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여행지는 많지만 여행에 적합한 인프라까지 갖춘 국내 도시가 과연 얼마나 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더구나 최근의 여행 트렌드는 단순히 여행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닌 그곳의 일상과 문화를 현지인들처럼 경험하고 그들처럼 살아보는 것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 도시가 아닌 동네를 기반으로 한 여행 인프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오늘 리뷰는 들어서는 곳마다 동네를 살리는 힙한(!) 커뮤니티 호텔, 에이스 호텔에 관한 리뷰다. 대표적인 로컬 호텔인 에이스호텔은 1999년, 방 28개짜리 시애틀의 낡은 구세군 보호소 건물을 개조해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만들어진 포틀랜드 지점도 1912년 지은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렇게 에이스호텔은 새 건물을 올려 화려하게 치장하는 호텔이 아닌 기존 건물의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채 현대와의 색다른 조우로 그들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요즘 전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서 에이스호텔은 꼭 가보고 싶은 호텔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힙(Hip)한 도시라면 하나 있어야 하는 앵커시설로 떠올랐다. 에이스호텔은 또한 도시를 살리는 호텔로도 알려져 있다. 이 호텔이 들어서면 호텔 주변으로 몰려드는 호텔 취향과 비슷한 가게들이 상권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한 거리를 바꾼다면, 에이스호텔은 동네 전체를 바꾸는 것이다.


에이스호텔 피츠버그와 포틀랜드


에이스호텔의 매력은 로컬 문화 체험에 있다. 입지 선정, 스토리텔링, 인테리어, 레스토랑과 바 메뉴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로컬 예술가, 크리에이터와 협업한다. 고객이 한 곳에서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호텔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에이스호텔은 그 지역 본연의 문화를 호텔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우선 다소 잊힌 오래된 건물을 새롭게 발굴해 그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1909년 피츠버그 리버티에 지어진 YMCA 빌딩, 1927년 LA 다운타운의 화려한 United Artist 극장, 1904년 뉴욕 Broadway West 29번가 교차로에 들어선 블레드린 호텔 건물 등에 에이스 호텔이 지어졌다. 100여 년 전 유명 사교계 인사들이나, 예술가들이 드나들던 유서 깊은 장소들은 이제 에이스 호텔이 자리한 곳이 됐다.      

 

그리고 이렇게 새롭게 재발견된 공간에 투숙객 이전에 지역 사람들을 호텔 안으로 어떻게 끌어들일까를 고민해 호텔이 완공되기 이전부터 지역의 디자이너, 바텐더 등 호텔 곳곳을 지역민들이 다채롭게 채울 수 있게 준비를 한다. 이것은 어쭙잖게 그 지역의 분위기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리얼한 그 지역의 분위기와 문화를 담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은 바로 에이스 호텔의 로비다. 여러분은 호텔 로비를 생각하면 어떤 분위기를 떠올리나? 호텔의 첫인상과 전반적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공간이니만큼 럭셔리하면서도 정돈된, 격식이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에이스 호텔의 로비는 어떨까? 이 호텔의 로비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 지역 크리에이터들과 호텔에 머무르는 이들의 커뮤니티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로비에 자리한 커다란 테이블과 소파는 이 호텔의 개방성을 보여준다. 투숙객 이외에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작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이곳 로비에 모여들어 자유롭게 작업도 하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여느 호텔 로비에 자리한 값비싼 장식품 대신 에이스 호텔의 로비에는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생동감 있게 채우고 있다. 로비만 보면 누가 지역 주민이고 투숙객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로비뿐만이 아니다. 각 객실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뻔한 것들이 아닌 그 지역에서 공급한, 지역 창업가들이 생산한 제품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그 지역에 살고 있는 힙스터 친구의 방에 초대받아 머무르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 특징들이 여행을 떠나 낯선 곳으로 찾아왔지만 그 지역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에이스 호텔이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투숙객에게 이 호텔은 여행지와 동떨어진 투숙 전용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과 분위기를 경계 없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에이스호텔 팬에게는 아쉽게도 2020년 기준 에이스호텔은  전 세계에 11곳에 불과하다. 미국이 8곳, 영국 1곳, 파나마 1곳이 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교토가 이 호텔을 처음으로 유치해 2020년 6월 오픈했다. 커뮤니티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에이스호텔은 단기 간에 매장을 늘리지 못한다. 현재 전체 매장 수는 1∼2년마다 하나 씩 증가하는 추세다.


에이스호텔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로컬 호텔이다. 체험 경제가 확대되면서 공유숙박, 마을호텔, 커뮤니티 호텔은 지역의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부상했다. 진정한 현지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와 로컬 크리에이터의 몫이다. 아무리 자본력이 큰 대기업이라도 지역마다 지역문화를 구현하는 호텔을 건설하기 어렵다. 지자체도 해외 테마파크 등 지역문화와 동떨어진 관광시설의 유치보다는 지역자원의 개발로 승부해야 한다. 미래의 관광자원은 인공적인 관광단지가 아닌 지역의 있는 그대로의 생활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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