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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1. 2021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담긴 어반 라이프

커피전문점이 도시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스타벅스의 역할이 컸다. 스타벅스 업종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에스프레소 커피 카페다. 에스프레소 커피, 에스프레소 커피로 만든 커피음료, 그리고 커피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스타벅스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스타벅스는 처음부터 집과 직장의 대안이 되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공간 비즈니스’를 표방했다. 창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간 비즈니스를  혁신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왔다. 초기에는 도시에서 일상을  향유할 수 있는 대안적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중요했다. 대안적  공간은 경쟁적인 문화가 강한 다른 하이테크 도시와 달리 여유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애틀에 어울리는 개념이다. 자유롭고 여유로운 도시에서 이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또한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대표한다. 지난 회에서 소개한 이케아가 자연친화적인 심플 라이프를 대표한다면, 스타벅스는 역동적인 도시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 스타벅스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아침에 테이크아웃 커피 한 잔을 들고 걸어서 출근하는 진보적이고 트렌디한 뉴요커 또는 대도시 전문직의 일상이다.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권, 환경 등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고, 인테리어, 베이커리, 배경음악 등 매장 내 모든 요소를 대도시 전문직 취향에 맞게 구성한다.      


그런 스타벅스가 최근 주목하는 가치는 커뮤니티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의 고객 기반을 강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지역 문화재로 등록된 건축물에 입점하고, 지역 특색을 드러내는 인테리어로 매장을 디자인하며, 동네 행사 게시판을 설치한다.




많은 이들이 이미 스타벅스를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스타벅스는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이 함께 일하고 작업하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로의 진화를 꾀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실제 스타벅스 재팬은 긴자에서 지난 7월 1일 작업 공간 중심의 코워킹 스페이스 싱크랩을 매장에 오픈했다.


복합문화공간의 미래는 콘텐츠의 융복합이다. 성공한 복합문화공간 모델을 관통하는 핵심 경쟁력은 탈물질주의 콘텐츠다.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커뮤니티가 대표하는 탈물질주의는 본질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의미하며, 모든 리테일 기업은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탈물질주의 콘텐츠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미래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 커피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 복합문화공간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스타벅스가 복합문화공간 트렌드를 계속 선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원두 판매점 스타벅스를 인수해 오늘날 우리가 스타벅스로 알고 있는 에스프레소 카페를 창업한 후, 수많은 기업이 스타벅스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필자는 아직도 스타벅스 콘텐츠의 복제에 성공한 기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의 그 무언가가 스타벅스 콘텐츠를 스타벅스는 복제할 수 있으나, 다른 기업은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로 만든 것이다. '나는 복제하지만 남은 복제하지 못하는 콘텐츠', 확장성을 원하는 전국의 모든 로컬 크리에이터가 도전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필자는 스타벅스 경쟁력을 홈마켓에서 찾는다. 스타벅스 탄생과 성장의 배경에는 시애틀이 있다. 스타벅스와 시애틀을 연결하는 매개는 커피 소비다. 스타벅스가 1987년 재창업하기 전에도 시애틀은 이미 커피 소비가 높고 커피 전문점이 많은 도시였다. 


더 중요한 것은 스타벅스가 창업 후 구축한 생태계다. 스타벅스는 자신이 탄생한 도시에 소비자, 생산자, 기술자, 투자자가 참여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애틀의 커피 산업 생태계가 스타벅스가  조성한 생태계다. 기업이 구축한 산업 생태계 덕분에 홈마켓 도시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업과 브랜드를 배출한다.


산업 생태계는 또한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관련 인재와 산업의 집적으로 얻을 수 있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가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이다.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는 또한 라이프스타일 마케팅에 중요한 테스트 마켓, 브랜드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를 제공한다. 가장 큰 혜택은 진정성이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이 추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 아닌 홈마켓 도시에서 광범위하게 생활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의 라이프스타일 산업 생태계는 신규 진입 기업이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한 도시에 뿌리내린 기존 기업의 생태계를 다른 도시에서 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이프스타일 산업에 도전하는 신규 기업은 기존 기업과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생태계를 구축한 도시와 경쟁해야 한다. 시애틀의 커피 산업, 실리콘밸리의 스마트폰 산업이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는 이유다.


스타벅스의 역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세계적인 커피 도시가 세계적인 커피 기업을 배출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도시 정체성의 중요성을 잊어버린 한국의 지역 혁신가와 창업가가 계속 반복해 말해도 좋은 지역발전의 기본 원칙이다. 도시의 특색은 로컬 소비로 어어져야 의미 있는 로컬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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