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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0. 2021

이케아는 스몰란드의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혹시 이케아 광명 매장을 가본 적이 있다면 이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를 기억할 것이다. ‘스몰란드, 우리의 영원한 고향’. 어쩐지 어느 곳에도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이상향 같은 ‘스몰란드’란 낯선 이름.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스몰란드는 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인구 72만 명의 작은 지방으로 1943년 잉바르 캄프라드가 이케아를 창업한 바로 그곳이다. 스몰란드는 추위와 눈으로 자주 고립되고, 바람이 많이 불고, 숲이 많다. 즉 농사짓기에는 아주 척박하다. 농부들은 이런 환경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묵묵하고 열심히 일해야 했다. 겸손, 절약, 근면, 가족애는 스몰란드 농부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덕이었다.



창업자 캄프라드는 공식적으로 "암석으로 뒤덮인 척박한 땅에서 살아가기 위해 정직하고 절약하며 서로 힘을 모으는 스몰란드 사람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스몰란드는 그에게 고향 이상의 존재이며 그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홍보하는 핵심 자산이다. 사실 이 ‘스몰란드’에는 이케아의 역사와 경영방식, 정체성이 모두 내포돼 있다.


이케아 창업의 지향점 자체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것인데 스몰란드의 평범한 농가는 기능성이 뛰어나고 저렴한 가구를 원했고, 이케아는 그런 가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런 창업 철학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은 사람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중산층 위한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이케아가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디자인과 심플 라이프이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자연 친화적인 심플 라이프를 구현하는 것이 이케아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균형과 깔끔한 선을 강조하는 이케아 디자인은 20세기 초반 이후 바우하우스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북유럽 기능주의 미학의 전통을 반영했다. 겨울이 긴 스칸디나비아의 계절적 영향으로 오래 두고 사용해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내구성 역시 훌륭하다.      


배달 판매, 카탈로그 배포, 조립식 가구, 매장 위치와 구조 등 이케아의 전설적인 마케팅 방식 역시 스몰란드 지역의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농업 지역인 스몰란드에서 사업을 시작한 캄프라드는 지역 환경을 고려해 카탈로그를 제작,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마케팅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차로 운반하기 쉬운 조립식 가구(플랫팩)를 개발하고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매장 내 식당을 연 것도 뚜렷한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의 특성상 자동차를 타고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이 많은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렇게 지역 문화에 기반한 창업 모델과 정신을 고수하는 이케아의 ‘뿌리 경영’은 상품 개발과 마케팅 방식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 기업 구조, 인재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찾을 수 있다.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도 ‘스몰란드’에 집중돼 있다. 직원들은 본사를 방문해 연수를 받고 내부 홍보를 통해 스몰란드의 의미를 구체적이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게다가 기업 핵심 인력들은 스몰란드 출신이 많고, 1980년대까지는 회사 경영진 대부분이 이 지역 출신이었다. 지역 문화 정체성을 공유하는 인재들의 협력 정신이 저비용 경영 구조를 일군 또 하나의 성공 요인이다.     


지역 문화에 기반을 둔 뿌리 경영을 통해 세계 최대의 가구 기업으로 거듭난 이케아의 사례가 기업과 도시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기술개발, 인재양성, 해외진출, 인문경영 등 차별적 경쟁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이런 기업에게 지역 문화를 통해 기업 이념을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의 일체성을 고수하는 이케아식 뿌리 경영은 새로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 기업도 이제 뿌리 경영을 통해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제품과 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무기로 활용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케아 사례는 지역 도시에게도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농업 지역인 스몰란드가 글로벌 대기업을 키울 수 있다면, 산업 인프라나 중심 지역과의 연계 등 그보다 우수한 환경을 가진 한국의 지역 도시는 더 많은 지역 산업을 개척해야 하지 않는가. 굳이 지역 도시에 필요한 것을 찾는다면 그것은 선명한 지역 정체성일 것이다. 스몰란드의 성공이 보여주듯이 정체성이 뚜렷한 지역 도시만이 뿌리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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