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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25. 2021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꾸준히 화두가 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라이프스타일’이다.       


라이프스타일 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 등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소비자들은 보헤미안, 힙스터, 노마드, 미니멀리즘, 휘게, 비건 등 각자 자신에게 맞는 혹은 추구하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정의하고 그 라이프스타일대로 일상을 채워나간다.

      

그런데 이 라이프스타일, 한때 각광받는 트렌드에 불과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의 대답은 ‘NO'다. 많은 창업가와 크리에이터들은 라이프스타일로 대표되는 지금의 변화를 사회와 경제의 근본을 혁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한국에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열풍을 몰고 온 마스다 무네아키의 2014년 작 '라이프스타일을 팔다'에서 그 답을 찾아보자.


2011년 도쿄에 문을 연 '다이칸야마 츠다야' 서점의 경영 신조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다. 이 서점을 포함해 일본 전역에 1,400여 개의 츠타야 매장을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 CCC)의 마스다 무네아키 대표는 서적이 아니라 서적으로 표현되는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고 강조한다.


츠타야 서점은 도서 유통업 패러다임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유통업자의 편의에 맞추어 잡지, 단행본, 문고본 등으로 분류해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히 고객 맞춤형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일반 서점과 달리 서적을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등 장르와 라이프스타일 별로 진열하고 각 주제와 관련된 DVD와 CD, 심지어 가전제품까지 함께 판매함으로써, 고객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충족시켜 주고자 했다. 무네아키는 고객 중심의 가치지향적인 서점이라면 고객이 찾는 내용을 담아 서적을 편집하고, 나아가 고객에게 새로운 주제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라이프스타일 판매 트렌드는 소비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자제품 회사인 애플이 대표적이다. 무네아키는 아이폰이 "좀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상품이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애플의 라이프스타일 코드는 혁신과 다름이다.


가전제품 판매장의 공간 디자인 변화도 눈에 띈다. 일본 가전기업 파나소닉의 '파나소닉 센터 오사카'는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상품 종류에 따라 매장을 분배했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탈바꿈했다. '향장', '음식과 요리', '엔터테인먼트', '숲 속의 삶', '친환경 주택', ‘일인 가구', '신혼 가구' 등 다양한 테마에 맞춰 공간을 구현하고, 분위기에 맞는 가전제품을 선별해 배치한 것이다. 파나소닉은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생활공간을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소비재 기업만이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도 아니다. 비록 구매자의 라이프스타일은 1차적으로 소비재 구매를 통해 나타나지만 원자재, 중간재, 자본재 공급자 역시 소비자 선호를 최우선으로 따져서 그에 맞는 이미지와 제품 브랜드에 투자한다. 예컨대 반도체 기업 인텔은 1990년대 자사 반도체 CPU를 장착한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로고를 부착함으로써 고객과 직접 접촉이 힘든 생산재 부품을 혁신적인 상품으로 브랜딩 했다. 환경 분야의 원자재와 중간재 기업들은 친환경적 생산 방식을 도입하고 부각함으로써 이해당사자의 라이프스타일 니즈(Needs)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사업을 사회 혁신 비즈니스(Social Innovation Business)로 정의하는 중공업 기업 히타치도 라이프스타일 기업이다. 도시, 항만, 철도 등 사회 인프라 건설을 통해 에너지, 환경, 수자원, 안보와 관련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인류가 원하는 삶의 방식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주창하기 때문이다.


히타치는 2008년 가전사업의 부실로 8,000억 엔의 적자를 낸 후, 미래가 불투명한 기존 사업을 매각하고 신사업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재편으로 경쟁력을 강화시켜 사회 인프라 분야의 강자로 부상했다. 이처럼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의 중공업 기업까지 라이프스타일 실현을 목표로 삼는 것을 보면 가치 중심적 생산과 소비가 모든 경제활동에 깊숙이 침투했음이 분명하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에 필요한 능력은 디자인, 즉 기획 능력이다. 무네아키는 이를 "각자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주고, 제안해주는" 고도의 지적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능력은 오랜 경험이 축적되어야 얻을 수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은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을 위해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고용했다.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생각보다 쉽고 친근할 수 있다. 어쩌면 모든 창업자는 이미 고객에게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고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고유의 상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창업자는 창업 철학을 라이프스타일로 추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산업화를 위한 올바른 기업전략은 디자인 능력 강화와 라이프스타일 소재 발굴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적절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수 있는 지식노동자 육성에 투자하는 한편, 기업과 지역에 내재된  가치와 무형자산을 발굴하여 기존 사업에 라이프스타일을 입혀야 한다.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는 우리 경제가 기술력, 조직력, 노동력으로 경쟁한 산업사회 시대에 만들어진 가치관과 타성을 극복하고 개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 경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러나 쟁점은 남는다. 무네아키가 강조하는 기획 능력으로 성공적인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까? 라이프스타일이 시장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기획할 수 있는 아이템일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인식하는 기업의 역사는 다르다. 한 기업이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은 그 기업을 대표하는 정체성으로 뿌리를 내린다. 기업과 수명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기업들은 어떤 기준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이를 기업 정체성으로 내재화할까?


브런치북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시대>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기업의 역사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이 기업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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