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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ug 09. 2021

그들은 분배 세력인가, 창조 세력인가

MZ 세대 작가들이 말하는 MZ 세대

MZ세대가 궁금하다. 그들은 기성세대에 재분배를 요구하는 분배 세력인가, 아니면 기성세대와 다른 세상을 요구하는 창조 세력인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MZ세대에 직접 물을 수밖에 없다. M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주장은 거의 예외 없이 기성세대의 렌즈,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진영 논리를 따른다. 보수는 MZ세대가 신보수로 변신하길, 진보는 그들이 다시 진보돌아오길 바란다.


추천받은 책 중 내가 일차로 읽은 MZ세대 작가와 작품은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 임명묵의 ‘K-를 생각한다’, 이혜미의 ‘자본주의 키즈의 반자본주의적 분투기’, 유선애의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이다. MZ세대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각 지점을 대표하는 작가의 단독 저서를 찾았다.* 단독 작가를 찾지 못한 페미니즘 분야는 10명의 1990년대 여성을 인터뷰한 유선애의 인터뷰집으로 대체했다.


작가의 작품에서 나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당신은 무엇에 분노하는가? 그리고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가?


MZ세대가 분노하는 기성세대는 누구인가?

네 작가는 공통적으로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를 토로한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무엇에 분노하는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이준석의 기성세대는 공정하지 않은 기성세대, 특히 정치와 경제 권력을 쥔 86세대다. 임영묵도 책의 다섯 개 장 중 한 장을 86세대에 할애할 만큼 86세대 기득권에 비판적이다.


MZ세대의 차이점을 MZ세대 관점에서 설명하길 원하는 이혜미는 특정 그룹을 분노의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는다. MZ세대의 가치관을 기존 이념 잣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용주의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p10), 그는 기성세대의 관념주의에 반발하는 듯하다.  


유선애는 기성세대를 시스템 또는 제도권으로 묘사한다. "시스템의 안과 밖은 중요하지 않다. 시스템은 소속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응용해야 할 것일 뿐이다. 시스템으로부터 호명되고 부여받은 자리와 명함이 얼마나 손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 그 신기루의 정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스템과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선망하지 않는 것, 나는 이것이 혁명이 불가능한 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혁명이 아닐까 생각한다(p7).”


시스템의 구성원이 누구인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MZ세대가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미국과 유럽의 MZ세대와 같다면, 유선애가 말하는 시스템은 자본주의 시스템일 수 있다. '자본주의 키즈' 이혜미도 환경, 여성 인권, 동물권 보호를 위해 반자본주의적으로 분투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임명묵은 자본만을 시스템의 기득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 불평등 구조의 원인을 자본과 노동의 단합에서 찾고, 현재의 자본과 노동을 각각 기득권 자본, 기득권 노동으로 비판한다(p92).


 MZ세대는 이처럼 다른 시대와 나라의 청년과 마찬가지로 기성세대에 부정적이지만 기성세대의 무엇에 불만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준석과 임명묵이 기득권 정치 세력을 비판한다면, 이혜미와 유선애는 MZ세대의 나다움과 개성을 억압하는 기성세대의 집단주의에 저항한다.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이준석이 원하는 세상은 책 제목대로 공정한 경쟁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분배 중심의 경제 운용에 대비되는 시장과 경쟁 중심의 경제 운용을 제안한다. 다분히 유교적인 시험 중심의 능력주의를 선호하는 것을 보면 영미식 자유주의를 추종한다고 보긴 어렵다.


임명묵은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개방적인 사회를 원한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아마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 할 것은 20대 중반에 이중경제체제의 어느 곳에 안착하느냐로 평생의 지위가 결정되는 지금의 경직된 교육과 고용 시스템일 것이다… 경직된 지금의 상황에서 지대를 편취하는 기득권 자본과 기득권 노동의 독점을 풀어 더 유연한 사회로 만든다면 어떨까(p92)?”  


이혜미와 유선애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그리고 MZ 세대가 각자 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쉬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혜는 자신의 책을 “코로나라는 위기 속 나 스스로가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지 않으며 존엄하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p7)”로 소개한다. 유선애는 MZ세대의 목표를 “되고 싶은 나의 모습”으로 살아남는 것으로 표현한다. “어느 위치의 누구처럼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p6)”고 강조한다.


MZ세대는 왜 온건하게 저항할까?

MZ세대가 2021년 지방선거에서 집단행동을 불사하고 온라인에서 투쟁적으로 내부 논쟁을 벌이지만,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와 요구는 온건하다. 미국의 탈산업화를 이끌었던 1960년대 반문화에 비해서도 그렇고, 동시대 서구 MZ세대에 비해서도 그렇다. 미국의 반문화는 자본주의뿐 아니라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산업사회와 과학기술도 거부하고 동양 종교, 원시 사회, 환각, 성해방에서 대안을 찾았다. 한국의 MZ세대가 사회주의 지지에 소극적인 것을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감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 자본주의에 대한 그들의 입장은 자본주의는 인정하지만 현재 한국의 자본주의는 개혁하고 싶은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MZ세대는 왜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유선애가 말한 대로 MZ세대는 혁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하나의 가능성은 한국 사회의 역동성이다. 이준석 현상에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성세대는 MZ세대 인재를 야당 대표로 선출할 정도로 역동적이다. 이혜미와 유선애가 묘사하는 한국 사회는 답답하지만 자신이 원한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다. 기술 발전의 덕인지 모른다. 1960년대와 달리 지금은 SNS와 플랫폼이 제도권 밖의 개인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가족주의도 온건화에 기여한다. 유선애가 소개한 작가 이슬아는 어려운 시절 항상 어머님을 실패하면 돌아갈 수 있는 '집'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이 서평에서 소개한 네 명의 작가가 어떤 문헌을 읽는지를 보면 그들의 온건성을 이해할 수 있다. 아직 MZ세대 전체가 공유하는 대안적 공통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준석과 임명묵은 한국과 서구의 학술 서적 등 주류사회 문헌에 의존한다. 이혜미의 참고 자료는 자신의 경험과 언론 기사다.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유선애가 소개하는 MZ세대의 언어는 동시대 작가의 나다움과 페미니즘 서사인 듯하다. 페미니즘은 다를 수 있지만 나다움은 지극히 내면적인 마음의 기술로 자신을 지킬 것을 권유하는 서사로 사회과학적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MZ세대가 온건한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충분히’ 의식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Z세대 논쟁이 확산되면, 더 많은 내부와 외부 지식인이 논쟁에 참여할 것이다. 새로운 정치 기업가(Political Entrepreneur)가 출현해 MZ세대를 새롭게 의식화하는 것은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기성세대 보수와 진보를 동시에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과 세력을 찾는 지식인과 활동가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의식화의 불씨는 이미 집혔는지 모른다.


분배 세력인가, 창조 세력인가?

MZ세대 작가들의 글을 읽고 가장 실망하는 세력은 기성세대 진보 지식인일 것이다. MZ세대 작가 중 그들이 원하는 국가 주도의 계급 간 재분배를 주장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과 기회를 주장하는 이준석과 임명묵의 공정도 보수가 말하는 기회의 공정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들은 창조 세력일까? 포용적 성장을 지지하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는 이준석과 임명묵은 자신을 창조 세력으로 인식할 것이다. 이혜미와 유선애도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방식대로 스스로 개척하고 싶어 한다는 측면에서 창조 세력에 속한다. 스타트업, 크리에이터 창업에 적극적인 MZ세대 문화를 추가하면 창조 세력으로서의 MZ세대의 지위는 더욱 공공해진다.


하지만 그들은 기성세대 보수가 기대하는 시장과 대기업 중심의 기업가 세력은 아니다. 기성세대 보수와 가장 가까운 이준석도 대기업보다는 다양한 기업이 공정하게 참여하는 생태계 중심의 성장을 선호한다. 오히려 MZ세대 기업가의 전반적인 성향은 탈산업화 사회에 부응하는 창업가, 창작자, 프리랜서, 노마드에 가깝다.


MZ세대가 더 강한 창조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미국의 경험을 보면 MZ세대의 요구가 더 강경해져야 한국에서 실리콘 밸리와 같은 혁신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히피 자본주의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미국 기업의 파괴적 혁신은 반문화가 지향한 파괴적 도전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 세대의 저항이 온건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해도, 기성세대, 특히 정치인이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MZ세대의 지지는 궁극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정치인에게 갈 것이다. 다양한 MZ세대 가치가 경합하지만, 나는 다수의 MZ세대가 공유하고 이 세대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가치는 나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다움이 중요한 사람이 원하는 세상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일을 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이다. 


나다움의 경제를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나의 방법은 도시로 이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 도시는 모든 시민이 창조성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찰스 랜드리의 창조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다움의 도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콜라보 프로젝트로 제안한다.




*이준석의 '공정한 경쟁'도 엄격한 기준에서 단독 저술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그와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Photo by Katrina Wrigh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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