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에게 로컬은 시골, 변두리, 지방이지만, 기성세대 문화의 대안을 찾는 MZ세대에겐 로컬은 기성세대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장소다. 2010년 제주 이민이 본격화된 후 많은 밀레니얼 세대 청년들이 제주를 비롯한 지역의 소도시를 찾아 새로운 일과 일자리를 개척한다.
로컬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은 글로벌 현상이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기성세대 대기업들이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젊은이들이 로컬로 돌아가 새로운 방식으로 라이프스타일과 일의 균형을 찾는다 (사쿠마 유미코, 힙한 생활 혁명, 2014).
'이방인의 숨구멍'은 서울 예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한 저자가 구미 원평동(금리단길)에서 공방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다. 구미나 구미에서의 삶에 대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나에게 독립서점 책봄에서 추천한 책이다. 저자가 조각가인지는 책봄에서 삽입해 준 함윤이의 서평에서 알았다. 책방 대표님인가? 생각이 깊은 분인 것 같다.
저자가 골목상권에서 공방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나의 흥미를 끌었다. 나는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서 예술가에서 상인으로 변신해야 하는 현대 보헤미안이 찾은 안식처가 도시라고 말한다. 플랫폼과 더불어 도시가 예술가에게 경제와 작품 활동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를 제공한다. 우리 사회가 원도심 자원을 더 보호하면, 보헤미안은 그곳에서 더 많은 창업 기회를 찾을 것이다.
저자는 학교에서 예술가와 공예인의 삶을 놓고 고민했다. 예상은 했지만 예술학교 분위기는 공예인의 길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예술가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직업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에서 공방을 운영하면서 보헤미안 기업가의 삶에 적응한다. 동업자, 동네 선배, 그리고 이웃 친구들과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저자의 안식처는 내가 소도시 최고의 골목길로 평가한 금리단길이다. 내가 금리단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좋은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북 프렌치를 대표하는 라비엉퀴진(휴업 중인 경주 11체스터필드웨이를 대신해서요), 텍사스 바베큐까지 커버하는 이탈리안 베네치아, 구미역 바로 앞 레코드바 왬리가 나의 단골집이다.
독립서점 라인업도 인상적이다. 책봄과 더불어 '포틀랜드에 포웰스북스가 있다면 구미에는 삼일문고있다'고 말할 정도로 지역 서점이라고 믿기 어려운 규모와 깊이를 가진 삼일문고가 있다. 그뿐이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세련된 옷가게 많다.
책을 읽고 사진을 검색하니 내가 산책하면서 우연히 저자의 공간과 저자의 친구들이 운영하는 이자카야 노부의 사진을 찍었다. 이자카야 앞에서 사진을 찍는 나를 경계하듯이 쳐다본 청년들이 혹시 그들이었나?
책에서 얻은 금리단길에 대한 새로운 정보다.
1. 금리단길의 앵커스토어는 선산곱창이다.
2. 금리단길의 건축 차별성은 단독주택이다. 저자는 금리단길을 연희동, 연남동과 비교한다.
3. 금리단길에는 유난히 미국 음식 전문점이 많다. 핫도그, 햄버거, 미국 가정식, 텍사스 바베큐까지. 구미에 미국 부대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책을 구입한 날은 2021년 3월이었다. 지난 8월 다시 방문했을 때 용기를 내 공방 문을 열었다. 친절하게 맞아준 남자 주인이 (아마 책에 등장하는 남자 동업자인 것 같다) 말했다. 저자가 공부를 마치려고 서울로 돌아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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