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부산에 살다' 서평
MZ세대 문헌에서 가장 빈약한 주제가 지역 청년의 지역 생활이다. 서울 청년의 지역 정착기에 대한 책과 글은 늘지만, 정작 지역에서 성장하고 지역에서 미래를 개척하는 청년의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예외가 있다면 '청춘, 부산에 살다'다. 2021년 6월 세 번째 주 부산 망미동 비온후책방이 추천해 준 책이다. 2017년 10월에 발행된 책이니 벌써 4년이 지난 스토리다.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지만 부산에도 현지인이 아니면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동네가 많다. 건축을 공부한 이소정이 그런 동네를 많이 소개한다. 산복도로, 삼익비치아파트가 나에게 익숙한 동네라면, 만덕동 신타운, 만덕동 레고마을, 대신동 주공아파트, 망미동 주공아파트, 중앙시장 옥상마을은 내가 앞으로 꼭 방문해야 할 동네다. 이중 대신동 주공아파트는 대신동 거리뷰 탐색하면서, 망미동 주공아파트는 F1964 주변을 바라보면서 인상에 남은 동네다. 뭔가 범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역시 이소정도 같은 역사성과 장소성을 느낀 것 같다. 우연히 나의 카메라에 잡힌 망미동 주공아파트다.
영화를 좋아하는 수정은 세편의 영화에 나타난 부산의 이미지를 설명한다. 그중 영화 '해운대'에 대한 그를 가르친 교수의 말이 인상 깊었다. 그 교수는 영화에서 부산은 철저하게 주변이다, 부산을 구하는 영웅적인 주인공 김휘 박사는 서울 사람이다, 부산 사람들은 대게 무력한 희생자로 그려진다고 말한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도 서울 중심주의를 감지한다. "1박 2일류의 예능에서 언제나 서울은 돌아가야 할, 생활하는 곳으로 언급되고 묘사되는 반면, 고정된 마무리 멘트 놀러 오세요는 지방이 관광의 공간임을 말하고 있다(p114)."
범어사 입구마을 남산동에서 자란 김선영은 소설가 김정한이 '사하촌'이라고 부른 자신의 동네를 이렇게 묘사한다. "주지와 일제의 핍박은 없지만, 곤궁하고 궁핍된 모양새가 가옥구조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곳. 거기다 재개발의 광풍에 서서히 함몰되면서, 삶의 자취와 자리가 조금씩 변형되거나 말소되는 곳." 주지의 핍박? 뒤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절의 땅을 빌려 경작하고 사는 사람들." 김정한의 사하촌은 사찰 소작인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나는 한동안 국립공원 입구마을의 재생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런데 몇 분이 스쳐가듯 나에게 한 말이 있다. 국립공원 입구마을 부동산의 주인은 사찰이라고. 나는 단순히 사찰이 보수적이어서 상업적으로 입구마을을 개발하지 못한다는 말인지 알았다. 그러나 사하촌의 대한 묘사를 들으니 입구마을 재생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을 깨닭게 된다. 다른 세속적인 마을과 달리 로컬 크리에이터를 투입해 살릴 수 있는 상권이 아닌 것 같다.
책에 글을 기고한 청년 작가들의 공통적인 정서는 불안이다. 공예작가 차푸름의 독백이 이를 대표한다.
"나의 20대에 친구들은 대부분 부산을 떠나고 싶어 했다.
나는 떠나고 싶지 않아서 머물렀다.
하지만 동시에 고인 물이 되어 버릴까 두려웠다.
그래서 누군가의 파도에 필사적으로 휩쓸려 다녔다."
정말 모르겠다.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곳이 한국의 지방뿐인지. 살만큼 살았고, 다닐 만큼 다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세계 어디서 살든지 고인 물이 될 위협은 상존한다. 적당히 만족하려는 마음, 그것을 '지방'이라 부른다면, 그건 인간의 본능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