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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25. 2021

프롬나드 문화

코로나 시대 상업 공간의 경쟁력은 공간 안전에 달렸다. 코로나 이후 건축계는 공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건축가 장운규가 정리한 코로나 시대의 상업 공간 트렌드는 아래와 같다.*


1. 실내 발코니 공간을 밖으로 빼서 확장한다.

2. 위층과 아래층 사이에 녹지 구역을 만든다.

3. 지붕 없는 버스가 이동하며 식사를 제공한다.

4. 현관에 살균용 에어 샤워를 설치한다.

5. 건물 전체를 음압실로 설계한다.

6. 건물 내부에서 공기를 정화해 거리로 내보내는 건물을 짓는다


한국에서도 상권은 안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자연과 가까운, 자연 환기가 가능한 상권과 공간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도심 안에서도 새로운 핫플레이스는 대부분 테라스 디자인을 도입했다. 최근 부활한 압구정동 상권의 새로운 콘텐츠도 테라스 공간이다. 정부가 공간 안전 정책을 내놓지 못한 사이, 자본력 있는 기업이 먼저 가든, 테라스에 투자해 이 시장을 선점했다.


그렇다면 고사 위기의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다른 상권도 옥외영업과 환기기준 강화로 경쟁해야 한다. 정부도 유인책으로 도와야 한다. 가로 테이블, 테라스, 루프탑 등 옥외공간과 독방, 독립적인 환기시설을 마련한 테이블(예: 고깃집 테이블) 등 일정 환기 기준을 만족하는 실내 공간은 영업 규제에서 면제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주기적 환기, 실내 수용 인원 제한, 테이블 간격 규제 등 거리두기 중심으로 공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테이블 칸막이가 오히려 감염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공기가 제대로 환기되지 않아 공기의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개인(테이블) 환기 장치를 설치하기 전에는 실내 공간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테라스 건물에 투자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부동산 업계는 앞으로도 정부 정책과 관련 없이 상권과 상가건물을 옥외공간을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할 것이다. 외식업계도 선제적으로 공간 안전에 투자해야 하며, 정부도 공간 안전 기준을 제정해 부동산 개발업과 외식업의 공간 안전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공간 안전시설에 투자하기 어려운 영세 기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지원 사업도 고려해야 한다. 환기 시설 지원이 단기적인 재난 자금 지원보다 장기적으로 소상공인 경쟁력에 더 기여할 수 있다. 한 미국 외식업 전문가에 따르면, 식당에서 미국 CDC 기준에 맞게 환기시설을 설치하려면 대략 5,000-12,000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테라스 영업을 확대하려면 규제 완화가 따라야 한다. 2018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테라스 영업 허용을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로 건의했다. 야외 테라스 영업과 관련된 규제는 식품위생법 제36조와 도로법 제75조로, 식품위생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영업 면적 내에서만 장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도로법은 교통을 방해하는 도로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를 금지한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경리단길 '루프탑 바'도 영업 면적으로 신고되지 않아 폐쇄됐다.****


옥외 테라스 영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진흥법의 관광특구제도나 별도 조례를 통해 야외 영업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현재 강남역 뒷골목, 잠실 관광특구, 다동과 명동 관광특구에서 테라스 영업이 가능하다. 관광특구가 아닌 서울 만리동과 대구 들안길도 야외 테라스 영업 지역으로 조성됐다.


최근 발표한 서울시 골목경제 부활 프로젝트에 따르면, 서울시는 테라스 영업 등 영업환경 규제 완화를 통해 연드럴파크, 힙지로, 샤로수길 같은 인지도 있는 상권을 '로컬 브랜드 강화 지구'로 지원할 계획이다. 프롬나드를 서울 전체의 문화로 만들려면 규제 완화로 부족할 수 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처럼 도로를 폐쇄하지 전에는 서울 전역에 옥외영업을 할만한 보행로를 가진 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도로를 줄이고 보행로를 넓혀는 것이 프롬나드 문화의 전제 조건이다. 위의 포틀랜드 거리 디자인 사진이 보여주듯이 보행로가 충분히 넓어야 다양한 거리 문화, 상권활성화 사업이 가능하다.


결국 상권과 공간 안전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도시가 어떤 도시인지를 결정하기 전에는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가 계속 자동차 이동이 편리한 자동차 도시를 고집한다면, 걷기 좋은 도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동네 경제의 중심인 상권도 살릴 수 없다.  




*5일 만에 짓는 병원, 감염 위험 없는 공원, 중앙일보, 2020.9.25.

**Thoes Anti-Cocid Plastic Barriers Probably Don’t Help and May Make Things Worse, New York Times, August 21, 2021.

***How Restaurants Can Respond to New Covid-Ventilation Standards, Modern Restaurant Management, August 7, 2020.

****내 땅인데도 테라스 영업은 불법, 아시아경제, 201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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