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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an 31. 2024

크리에이터 타운의 운영 체제

크리에이터 타운의 운영 체제


크리에이터 타운은 크리에이터가 모여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역이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매력은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다. 논리적으로 보면 크리에이터 타운의 비밀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진공 상태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 타운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려면 필요한 운영 체제(OS)를 갖춰야 한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OS는 바로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 플랫폼이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단순히 크리에이터가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플랫폼과 지역이 결합해 형성된 새로운 경제 생태계다.


도시학 문헌에서는 플랫폼 도시를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도시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플랫폼 도시 개념을 스마트 도시 운영 체계를 넘어 플랫폼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거, 일, 놀이, 문화 등 도시 생활 전반을 지원하고 통합하는 플랫폼 도시주의로 확장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 플랫폼 도시는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플랫폼 경제를 의미한다. 플랫폼 도시에서 플랫폼은 하나의 플랫폼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다양한 디지털, 오프라인, 도시 플랫폼이 상호작용을 통해 크리에이터를 위한 다양한 기회와 커뮤니티를 창출하는 도시다.


오프라인 크리에이터에게 가시적으로 중요한 플랫폼은 오프라인과 (동네를 의미하는) 도시 플랫폼이다. 외부에서는 명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은 오프라인 및 도시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기업의 경영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한 크리에이터 타운에서도 디지털 플랫폼이 도시 운영 체제(OS)로 작동한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 도시'다.  


크리에이터와 연결된 플랫폼 도시는 기본 플랫폼 도시 모델과 달리 플랫폼이 다양한 유형의 크리에이터들이 도시에서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가능성과 과정을 강조한다. 개인과 소규모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통합하며,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활성화한다면 측면에서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강조하고 소상공인의 역할을 한계화하는 기존 플랫폼 도시 모델보다 포용적이고 분권적이다.


디지털 플랫폼이 연결하는 도시

디지털 플랫폼 도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홍대, 이태원, 성수동 등 서울을 대표하는 크리에이터 타운들은 이미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재구성된, 디지털 플랫폼 도시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대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이유는 디지털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소상공인과 소지역 생활 서비스 덕분이다.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 덕분에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들이 절감하는 비용은 임대료, 광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비다. 고객들이 위치 기반 서비스와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활용해 위치를 쉽게 찾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준으로 '좋은' 위치는 더 이상  중요한 성공 요인이 아니다. 상권 브랜드는 아직 중요하지만, 그 상권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이런 이유에서 의도적으로 외진 곳에서 둥지를 튼다.


별도의 광고 없이도 충분한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혜택이다. 소셜 미디어, 디지털 광고 콘텐츠를 손수 제작해 소셜 미디아를 유통하면 충분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SNS 마케팅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가게 주인이 진정성으로 운영하면 SNS로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도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네이버의 무료 온라인 쇼핑몰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면 별도 자사몰을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크리에이터 타운의 로컬 브랜드가 위치와 유동인구를 강조하는 전통적인 상권 논리에 포획됐다면, 자신의 비즈니스와 상권을 현재 수준으로 확장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술의 진보로 인해 위치와 유동인구는 과거와 같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상권 중심부에서 '밀려난' 크리에이터가 주변의 외진 지역에 둥치를 툴 수 있는 이유가 플랫폼 기술의 발달로 그 지역에서도 콘텐츠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소상공인과 동네 생활 지원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지역 소상공인의 경제적 혜택이다. 많은 연구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연결된 소상공인이 그렇지 않은 소상공인보다 높은 경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네이버의 'D-커머스 리포트 2021'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는 중소기업(SME)의 매출 증대와 고객 기반 확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한 스토어들은 그렇지 않은 스토어들보다 판매량과 판매액이 각각 평균 49%,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연세대 연구진이 공동 발간한 '로컬 브랜드 리뷰 2022'를 보면 디지털 플랫폼과 로컬의 친화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리뷰에 등재된 112개 로컬 브랜드 중 89개가 국내 플랫폼 기업의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로컬 브랜드가 플랫폼을 통해 전국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부산의 한 커피 기업이 단일 매장을 운영하면서 커피 전문가가 가장 높게 평가한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것도 플랫폼의 힘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역사회 관점에서 중요한 효과는 지역경제 활성화다. 네이버와 연세대학교 연구진이 공동 연구한 '로컬 브랜드 리뷰 2023' 보고서는 로컬이 강한 지역과 동네는 소상공인의 스마트스토어 운영도 활발한 지역임을 보여준다.


최근 중앙일보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이 지역 창업을 원하는 지역 청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신규 판매자 중 20대 비수도권 거주자 비율이 가장 높다. 이들은 음식, 패션, 잡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IT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의 장점을 활용해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패션 아이템 창업을 선호하며, IT 솔루션을 적극 이용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역 거주 청년들에게 창업을 통한 성공 사례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육성하는 도시?

디지털 플랫폼 도시 관점에서 흥미로운 질문은 디지털 플랫폼이 새로운 크리에이터 타운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다. 디지털 플랫폼이 이미 형성된 크리에이터 타운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확실하나, 디지털 플랫폼 진입과 크리에이터 타운 형성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보일 수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의 자원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디지털 플랫폼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을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플랫폼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빈약'한 자본으로 지역의 상권을 핫플레이스로 기획하는 기업이 활동하는 것을 보면 기업에 의한 상권 활성화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네이버와 연세대가 공동 조사한 'Local Brand Review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중심지 문화, 청년 인구, 역사적 건축물, 로컬 크리에이터 인적 자원 등이 크리에이터 타운 조성에 유리한 조건이다.


정부도 일조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유망한 지역에 건축물, 거리, 거점 공간, 문화시설 등 크리에이터 타운의 물리적 조건과 가장 중요한 자원인 크리에이터를 공급하는 일이다. 물리적, 인적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디지털 플랫폼 중심으로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크리에이터 타운의 조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해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네이버 스퀘어와 같은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공간을 지원함으로써 많은 지역이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SmartToday, 플랫폼 도시주의를 아시나요, 2022.10.01

*중앙일보, 5년 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 20대 디지털 시장 지방 대박,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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