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이론의 한계
'창조도시'는 현대 도시 문화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가치적으로는 창의력, 문화, 기술, 혁신, 산업적으로는 문화산업, 창조산업이 지역 발전의 주요 요소로 간주되는 지역을 창조도시라고 부른다.
그러나 스톡홀름의 소더말름을 창조도시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소더말름이 창조도시가 강조하는 요소를 갖고 있지만, 창조도시는 상업적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표현하는데 적절하지 않은 단어다.
창조도시 이론 때문이다. 창조도시 개념 자체는 크리에이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창조도시 이론은 그만큼 포용적이지 못하다.
서구에서 창조도시 이론은 미국 도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와 영국 문화기획자 찰스 랜드리 양 축으로 발전해 왔다. 이 두 학자의 이론적 ‘무대'에 소상공인 크리에이터가 출현하지만, 주연과는 거리가 멀다. 플로리다와 랜드리가 강조하는 도시 창의성의 주체는 각각 창조계급과 공공이다.
플로리다의 주장은 단순한다. 창조계급이 창조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에게 창조계급은 고학력 전문직이다. 그가 최고 수준의 창조계급으로 분류한 슈퍼 크리에이티브 코어의 구성을 보자. 컴퓨터와 STEM 분야 직업, 건축과 엔지니어링 직업, 생명, 물리학, 사회과학 직업, 교육, 훈련과 도서관 관련 직업, 예술, 디자인, 예능, 스포츠, 미디어 관련 직업이다. 경영, 비즈니스와 금융, 법률, 의료와 엔지니어링, 고가 유통 등 서비스 분야의 전문직은 두 번째 계급인 창조 전문직으로 분류한다.
외식업, 소매, 문화 공간 등 소더말름의 공간을 운영하는 도시 문화 창업자들은 플로리다의 창조계급에 속하지 않는다. 공간 분야의 종업원들은 다른 서비스나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창조성 기존에서 아래 계급인 노동자와 서비스 계급으로 분류된다.
플로리다의 창조도시가 소더말름과 같은 지역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오해’ 받는 이유는 그가 창조계급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선호하는 도시 어메니티(Amenities), 즉 상업 인프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작 그런 어메니티를 생산하는 리테일 분야 소상공인은 창조계급으로 분류되지 않고 연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플로리다가 창조도시의 3대 조건으로 소수자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한 것도 창조도시 이미지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많은 소수자가 창조계급으로 활동하고 창조활동을 소비한다는 가설 외에는 소수자의 구체적인 창조활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는다. 소수자가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창조계급을 지원하는 계급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랜드리는 특정 계급이 아닌 도시 전체의 창조성, 예술가, 크리에이터, 문화기획자의 구체적인 창조 활동, 그들의 활동 무대인 건축과 거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플로리다와 차별화된다.*
플로리다의 도시가 창조계급을 수용하는 '박스'와 같다면, 랜드리의 도시는 그 박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문화'와 같다.
랜드리는 이 문화를 시민, 예술가, 정부 관리가 합심해서 만드는, 보이지 않지만 도시 문화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창조적 분위기(Creative Millieu)’로 표현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들어가면 랜드리가 강조하는 창조도시의 주체는 정부다. 창조계급을 유치하면 도시 창조성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는 플로리다와 달리 랜드리는 정부가 직접 창조도시 환경을 만드는 문화와 도시 사업을 선호한다.
랜드리가 단순히 미술관과 박물관 건설 사업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시설, 축제, 도시 마케팅 등 전통적인 문화 기획 사업뿐만 아니라 거리(Street)를 도시 생활의 중심지로 보고 거리와 거리문화를 활성화하는 도시재생, 도시계획, 상권 사업을 지지한다 (Helgelsen).
전통적인 창조도시와 소더말름의 차이점은 창조성의 주제와 지리적 범위다. 소더말름 문화의 주체는 창조계급이나 공공이 아니다. 전 세계의 다른 창조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소더말름 역시 정부에 의해 기획한 도시가 아니다. 학자들이 주로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을 강조하는 창조도시와 달리, 소더말름은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리테일과 콘텐츠 중심으로 활동하는 도시다.
도시 범위 기준으로도 다르다. 창조도시 문헌은 전통적으로 창조도시를 대도시 또는 중소 단위를 분석하지만, 현대 도시의 창조 지역은 도시 안의 소지역 생활권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소지역 생활권의 커뮤니티 요소를 부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더말름의 창의성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창의적 표현에 대한 커뮤니티 지향적 접근 방식을 반영한다.
이 분석을 통해, 플로리다와 랜드리의 창조도시 이론이 소더말름과 같은 지역의 독특한 창조적 특성을 완전히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설명했다. 소더말름에 필요한 도시 개념은 창조계급, 창조산업을 넘어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개념의 창조도시다. 이책의 제안하는 개념은 크리에이터 타운이다.
*플로리다도 거리 단위에서 형성되는 창조 커뮤니티와 이를 주도하는 활동가를 언급하지만 이들 활동가도 그가 창조도시의 주체 세력으로 주목한 창조계급에 속하지 않는다.
<참고문헌>
사사키 마사유키, 창조도시를 디자인하다, 미세움, 2010
리처드 플로리다, 도시와 창조계급, 푸른길, 2008
찰스 랜드리,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 역사넷, 2009
Sally Helgesen, Charles Landry Knows What Makes Cities Great: Distinction, Variety and Flow, strategy+business, August 24,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