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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Feb 26. 2024

로컬과 문화기획의 접점

로컬과 문화기획의 접점


지인 한분이 이런 의견을 주셨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모두 문화기획자 아닌가요?


흠,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하니 접점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번 기회에 로컬 비즈니스와 문화기획의 관계를 더 명확하게 분석하고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문화기획과의 관계를 논의하려면 먼저 로컬 경영학이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로컬 경영학은 지역 기반 비즈니스의 운영, 전략, 그리고 발전에 관한 정의, 개념, 이론, 사례 연구, 실증 연구를 포괄하는 학문 분야다. 모든 사회과학과 마찬가지로 로컬 경영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로컬 비즈니스 현상에 대한 이론과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로컬 경영학을 독립된 분야로 다뤄야 하는 이유는 지리적 범위와 콘텐츠 성격이다. 로컬 비즈니스는 지리적으로 정의된 소규모 생활권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업이다. 프랜차이즈, 라이선스, 지사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진출해도 핵심 역량은 홈마켓 중심으로 관리한다.


로컬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로컬 콘텐츠 개발이다. 로컬 콘텐츠의 반대말인 글로벌 콘텐츠는 글로벌 기업이 유리한 영역이다. 글로벌 기업이 개발하지 못하는 로컬 콘텐츠를 사업화해야 로컬 비즈니스가 지속 가능하다.  


로컬 비즈니스는 자신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거리, 동네, 지역 전체를 마케팅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활동 지역에서 콘텐츠 소재를 발굴하고 이를 생산하기 위한 공급망을 구축할 뿐만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브랜드를 통해 고객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자신의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 로컬 비즈니스의 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로컬 비즈니스 활동을 가치 창출과 기획 대상으로 나누어 보면, 총 네 가지 유형이 도출된다. 단일 매장을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소상공인 경영), 단일 매장을 로컬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로컬 크리에이션), 지역을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도시 마케팅), 지역을 로컬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로컬 브랜딩)이다. 이중 로컬 크리에이션, 도시 마케팅, 로컬 브랜딩이 문화기획을 동반한다.


소상공인 경영 - 단일 매장을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은 소상공인 경영학 영역이다. 소상공인 경영학은 소상공인이 독자적으로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할 수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 소상공인 경영학은 재무, 노무, 마케팅, 세제 등 소상공인의 기본 기술을 강조하고 교육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이 대표적인 소상공인 경영학 주제다.


도시 마케팅 - 지역을 글로벌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은 도시 마케팅과 문화기획의 영역이다. 지역과 도시의 객관적인 장점을 발굴하고 이를 이미지, 언어 등 매체로 고객층에 어필하고 전달하는 활동이 도시 마케팅이다. 문화 기획은 축제, 전시, 행사, 건축을 통해 지역의 문화 생산과 소비를 활성화하는 활동이다. 도시 마케팅과 문화 기획은 상호 보완적이다. 문화 기획이 도시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동시에 도시의 브랜드 파워가 문화 기획 기회를 확대한다.


로컬 크리에이션 - 단일 매장을 로컬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은 로컬 크리에이터 경영학의 영역이다. 로컬 콘텐츠를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가설을 제시하며 로컬 콘텐츠 개발론을 정립해야만 학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글로벌 콘텐츠와 달리 로컬 콘텐츠는 일반화하기 어렵다. 지역 자원의 유형과 성격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반면, 글로벌 콘텐츠는 편의점, 패스트푸드 등과 같이 글로벌 단위로 사업화될 때 비즈니스 모델과 콘텐츠가 가성비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로컬 크리에이션도 문화 콘텐츠를 상업적으로 기획한다는 점에서 문화기획의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로컬 브랜딩 - 지역을 로컬 콘텐츠로 기획하는 활동은 로컬 브랜딩의 영역이다. 지역의 물지적인 조건이나 장점보다는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통해 지역을 차별화하는 활동이다. 차별화 사업은 컨셉 잡기뿐만 아니라 건축환경, 창조 커뮤니티 브랜드 생태계 구축도 포함되는 문회기획 사업이다. 콘텐츠 개발과 마찬가지로 로컬 브랜딩 방법도 지역 고유성 소재의 다양성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려운 주제다. 어떤 지역에 어떤 로컬 브랜딩 전략이 맞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로컬 비즈니스의 학문화가 어려운 이유는 1번 소상공인 경영을 제외한 나머지 3 영역이 모두 기획의 영역이라는 데 있다. 도시 브랜딩, 로컬 콘텐츠 개발, 로컬 브랜딩 모두 일종의 창작이고 문화기획 활동이다. 다른 예술 활동과 마찬가지로 이들 활동은 체계적인 이론이나 교육보다는 창작자의 창조성과 상상력에 달린 측면이 강하다. 로컬 경영학과 문화기획 이론을 개발하기 어려운 이유다.


로컬 경영학과 문화기획이 학문 수준의 이론으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학문적 활동을 중단할 수는 없다. 객관적인 정의와 기준을 통해 로컬 비즈니스와 문화기획 현상에서 의미 있는, 측정할 수 있는 경험적 패턴을 찾아야 한다. 로컬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로컬 콘텐츠 비즈니스와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의 도출과 이에 따른 통계의 수집이다. 유감스럽게도, 학계와 정부는 이 과정을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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